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MCU?

어벤저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2019)

by Charley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는데 곱씹을수록 화가 나서 잠이 안 왔던 경험이 있는가? 그런 거지 같은 기분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마지막이길 바랐는데, 루소 형제가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통해 나에게 빅 엿을 날렸다.


1. 토르

토르는 사실 나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히어로가 아니었다. 토르 1, 2, 그리고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토르는 대체로 이유 없이 낙관적이고 멍청한 데다 오만하기까지 한 그저 힘센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그는 마침내 아스가르드의 왕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큰 성장을 이루어 낸다. 개인의 능력을 각성한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살 곳을 잃은 일국의 백성들을 책임질 수 있는 든든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것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 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큰 인상을 남겼던 토르의 각성 장면

그런데 갑자기 본인이 책임지기로 결심한 백성들을 내팽개친 채 술과 게임에 빠진 PTSD 환자가 되어 등장하다니. 그렇다고 영화가 타노스의 계획을 막아내지 못한 박탈감 때문에 폐인이 됐다고 납득할 만큼 토르의 감정 변화나 충격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막말로 토르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의 백성의 절반은 이미 인피니티 스톤과 관계없이 진작에 물리적으로 사망한 상태여서 타노스의 핑거 스냅을 없던 일로 만든다 해도 다시 돌아올 일이 없다. 그런데 새삼스레 뭐가 그렇게 실망스럽고 실패한 기분이 들어서 남들보다 배로 망가졌단 말인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백성들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말이다.

100번 양보해서 전작에서 타노스를 막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망가진 토르가 난민 신세인 백성들을 돌보지 않고 은둔생활을 할 수 있다고 쳐도 여전히 별로인게, 토르는 시련을 극복하고 더욱 강해지는 영웅의 서사를 완성하지 못했다. 만회할 기회를 달라는 토르에게 영화가 뭐라고 답했나? 너는 정신적으로 약한 상태니까 빠지라고 말하지 않던가. 결국 엔드게임은 멘탈 이슈를 빌미로 토르를 멍청이로 만들어서 개그씬에 신나게 소비한게 다이다. 3시간의 러닝 타임 중 토르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낀 장면이 있었는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묠니르를 가져오는 부분도 그렇다. 그는 자신이 망치의 신이 아니라 천둥의 신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고 그로 인해 능력을 완전히 각성했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스톰 브레이커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묠니르를 왜 챙겨가야만 했던 걸까? 답은 뻔하다. 캡틴에게 들려주기 위함이다. 토르라는 캐릭터의 서사와 성장은 그렇게 없던 일이 되고 철저하게 의미 없이 소모되고 말았다.

캡틴이 묠니르를 드는 것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이미 그럴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런데 묠니르를 평생 사용해 왔던 것 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천둥 번개를 소환하는 건 가도 너무 갔다. 캡틴 아메리카가 천둥의 신인가?

영화 전체 내용을 아무리 되짚어봐도 토르가 신뢰할만한 왕이자 천둥의 신에서 공황장애, 유아 퇴행을 겪는 히키코모리가 되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것도 마블 10년의 역사를 마무리 짓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말이다. 차라리 토르가 인피니티 스톤을 쓰고 희생했으면 캐붕으로 이렇게까지 실망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토르의 서사는 자기를 믿고 따라온 백성들을 내팽개치고 가오갤 친구들과 병신력을 뽐내는 것으로 끝나 버린다.


2. 아이언 맨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아이언맨, 눈물의 은퇴 쇼", 혹은 "아이언맨 4". MCU는 아이언맨 캐릭터에 기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들이 모인 집단인가? 토니 스타크는 분명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캐릭터이지만, 그의 매력에 의지하는 영화를 한 두 편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지루하다. 어떤 생각까지 들었냐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멍청하고 창의적이지 못하니까 없는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서 토니 스타크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뒷 얘기를 수습할 방법이 없으니까 이런 기술을 넣어서 해결하는 걸로 하자! 근데 그걸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해 내지? 아 몰라, 토니 스타크가 천재 공돌이니까 어떻게든 만들어 줄 거야! 자기들이 영화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부분에 토니 스타크 치트키를 꺼내드는 꼴이라니. 이건 단순히 제작진이 게으르고 무능한 거다.

(시간여행 뿐만 아니라 인피니티 건틀렛 만드는 것도 이 연장선. 지구에서 인간이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거면 나다벨리르의 드워프들은 왜 희생 당해야 했나.....? )

<아이언맨> (2008)
<아이언맨 3> (2013)

"I am iron man." 대사도 그렇다. 원래 나는 이 대사를 매우 좋아한다. <아이언맨> 엔딩부의 "I am iron man."은 새로운 시대의 슈퍼 히어로를 만난 것 같은 전율을 일으켰고, <아이언맨 3>에서의 같은 대사는 아이언맨의 본질은 아머가 아닌 토니 스타크 자신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캐릭터의 성장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엔드게임에서는? 밑도 끝도 없다. 억지로 감동을 짜내기 위해서 맥락 없이 사용한 것으로 전혀 조화롭지 않다.

아이언맨이 꼭 죽어야만 했는지도 의문이다. 사실 합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인 그가 인피니티 스톤을 다룬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차라리 그 역할 토르에게 줬으면 토니 스타크는 안전하게 MCU를 은퇴했을 것이고, 토르 또한 잠깐 망가졌지만 정신 차리고 본인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을 것이다.

-> 루소 형제의 인터뷰를 보면 캡틴 마블과 토르는 인피니티 스톤을 다룰 수 없다고 말하는데, 힘의 원천이 스톤인 캡틴마블과 나다벨리르에서 별의 힘을 견딘 토르, 그리고 하프 테란으로 스톤을 견뎌낸 경험이 있는 스타로드도 불가능한 일이 생 일반인인 아이언맨에게는 가능하다는 것이 이상하다. 거기에 대해 감독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언맨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또 그것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14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유일한 이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5년 후 설정. 이거야 말로 토니 스타크의 서사에 말할 수 있는 나이의 딸을 추가하기 위한 장치일 뿐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인다. 잃어버린 사람들이 5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면 과연 이게 좋기만 한 일일까. 캡틴의 상담에서처럼 남은 사람들도 이미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move on 했을 텐데? 학생인 피터의 경우 학교로 돌아갔는데 친구들은 이미 다 졸업한 상태일 수도 있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네드를 학교에서 만난것으로 보아 적어도 한 명의 친구는 확보된 상태이긴 하지만.


3. 블랙 위도우 & 헐크

블랙 위도우는 시리즈 내내 본인의 특별한 서사 없이 소모적으로 사용된 캐릭터이긴 하다. 그렇지만 마지막에서까지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 버리기가 있느냔 말이다. 스파이로서의 능력과 체술이 뛰어난 캐릭터를 진짜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보내버리다니. 본인의 능력 중에 뭐 하나 사용한 것 없이 끝나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그녀의 감정이 여러 장면에 걸쳐서 충분히 보였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주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 정도이다. 블랙위도우는 앞으로 솔로 영화도 예정되어 있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마무리 지은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상영될 블랙위도우 솔로 영화는 장례식장에서 "잠시 고인의 생전 영상을 보시겠습니다."하고 뭔가를 상영해주는 격 아닌가. 나중에 가서 소울스톤을 제자리에 되돌려 놨더니 죽은 사람도 다시 되살아 났네요! 이딴 식으로 얼버무리면 정말 MCU는 안녕이다, 안녕.

-> 루소 형제의 인터뷰 내용 상으로는 소울 스톤을 얻기위해 바쳐진 영혼은 다시 돌아 올 수 없다고 한다. 블랙위도우는 그냥 완전히 죽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브루스 배너가 대체 왜 개그 캐릭터로 전락했나 하는 점이다. 고뇌하는 지성인이었던 그가 이제는 완전히 웃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큰 성공이 그 이후에 제작되는 MCU 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캐릭터들이 스타로드와 그의 친구들처럼 어딘지 모르게 멍청하지만 착하고 웃긴 특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기존에 잘 자리 잡은 진중하고 똑똑한 성향을 변화시킬 이유는 더더군다나 없고 말이다. 어벤저스 1의 등장인물과 엔드게임의 등장인물을 비교해 봤을 때 브루스 배너만큼 결이 달라진 캐릭터가 또 있을까? (핵물리학을 포함한 박사학위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그가 양자물리학에 완전 문외한이라 실수를 남발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올 지경이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브루스와 헐크는 다른 인격이라고 줄곧 말해왔던 데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헐크와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 볼 것처럼 하더니 엔드게임에 와서는 둘을 그냥 섞어 버리고는 "대충 감마선으로 어떻게 했어" 하고 얼버무리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떡밥을 뿌렸으면 최소한 뭔가를 거둬들이는 시늉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4.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티브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볼품없었던 시절부터 캡틴 아메리카로 다시 태어나기 까지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킨 진정한 친구이다. 이 전 작품에서 이러한 서사를 충분히 깔아 두었기 때문에 나는 시빌 워에서 친구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친구와의 싸움을 택하는 캡틴을 이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뭐람. 그럴 거면 시빌 워에서 토니랑 그렇게까지 죽기 살기로 싸울 필요도 없었던 거 아닌가? 우정과 사랑을 저울질한다는 것이 웃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신히 시빌 워의 캡틴을 이해해 보려던 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캡틴은 과거를 잊지 못하지만 현재에 적응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캐릭터였다. 하다못해 당장 엔드게임에서만 봐도 상실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move on 할 것을 조언한다. 그런데 과거에서의 삶을 선택하다니. 캡틴 답지도 않고 어찌 보면 약간 이기적이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과거의 행복한 한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그런데 사람들에겐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해 놓고 본인 혼자 과거로 돌아가 버린다고요?

그리고 그렇게 페기한테 돌아가 버릴 거면, 대체 샤론이랑 키스는 왜 한 걸까. 어처구니가 없고 말이 안 된다. 설상가상으로 굳이 없어도 될 샤론 카터와의 키스씬을 넣은 감독도 루소 형제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든다. 시빌 워를 볼 때는 캡틴이 다른 여자랑, 그것도 페기의 종손녀랑 키스를 한다고요? 하고 열 받게 하더니 엔드게임에서는 그것을 뒤집어서 다시 한번 엿을 먹이는 것만 같다. 루소 형제는 다른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그렇다 쳐도 자기들이 전에 뭘 했는지도 모르는게 틀림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캡틴은 페기가 있는 과거에서 평범한 일생을 보내는 것을 택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본인의 과거라기보다는 다른 타임라인의 일이다. 그렇다는 것은 본인이 페기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 때도 그 타임라인의 페기와 사랑에 빠졌던 또 다른 스티브 로저스는 바닷속에 냉동되어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정말로 할 말이 없어지는 대목이다. 차라리 과거로 돌아가서 페기와의 데이트 약속을 지키고 둘만의 멋진 추억을 남긴 뒤 헤어져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면 훨씬 캡틴과 페기다우면서도 아련함까지 남는 훌륭한 엔딩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벤저스들이 과거 여행을 하는 것은 다른 타임라인에 살짝 들어갔다 나오는 거라서 과거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재 어벤저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더니 과거로 갔던 캡틴이 대체 무슨 수로 늙어져서 이쪽 타임라인에 뿅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지? 내가 이해를 못했거나 감독이 이해를 못했거나 둘 중의 하나겠지만, 후자라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만약에 그렇게 과거의 특정 시점에서 일생을 보낸 캡틴이 이쪽 타임라인에서 늙은 캡틴으로 나타날 수 있는 거라면, 애초에 로디의 말 대로 대과거로 돌아가서 베이비 타노스를 죽여버리면 끝났을 일이다. 이건 정말 병신 같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5. 그 외

여자 히어로들 우르르 등장하는 씬. 이것도 정말 촌스럽고 유치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여성 히어로도 눈요기용 소모품이 아닌 매력과 개성이 있는 캐릭터로 연출해 달라는 말이지 그렇게 보란 듯이 슈퍼 히어로 후광을 달고 일렬로 서있는 장면을 보여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냥 본인의 능력을 잘 살려서 싸우는 장면만 보여 주면 됐다. 이건 감독의 센스가 구린 거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의 유대감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거의 유사 부자 수준이던데 지난 시리즈에서 그럴만하다고 여길 만큼 뭔가를 많이 보여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생각할 땐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를 도와줬던 할리와 비슷한 수준의 유대감을 쌓은 정도로 밖에는 안 보였는데, 가족사진 옆에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진열해 둘 정도의 관계였다니. 놀라울 뿐이다. 뭐 그냥 그렇다고.

2014년 네뷸라는 어떻게 타노스의 함선을 미래로 불러들일 수 있었나? 미래의 네뷸라에게서 가로챈 핌 입자는 1개. 한번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걸 가지고 2014년 네뷸라가 미래로 왔을 테고. 그런데 대체 타노스의 함선은 핌 입자 없이 대체 무슨 원리로 미래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걸까. 대충 우주 기술은 지구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걸까.

-> 루소 형제의 인터뷰로는 타노스 함선의 과학자가 핌 입자를 복제했다고 한다. 건틀렛을 뚝딱 만들어 내는 지구 천재도 복제하지 못한 핌 입자를 대량으로 복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건틀렛 만들 기술력은 없어서 나다벨리르에서 깽판 친 타노스. 그래, 서로 분야가 달라서 그렇다고 칩시다.

이 영화는 관객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의문을 닥터 스트레인지로 입막음 한다. 개연성있게 행위에 대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게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유일한 이기는 방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6. 그나마 좋았던 장면

3시간짜리 영화 치고는 좋았던 점이 극히 적지만 몇 가지 써 보자면, 일단 호크아이가 등장한 모든 씬이 좋았다. (일본 장면은 모두 빼고) 가족들을 잃음으로 인해 분노한 것도 이해가 갔고, 랜덤으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음에도 버젓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나쁜 놈들을 처치하고 다니는 그의 행보 역시 충분히 납득 가능했다. 가족을 되살리기 위해서 팀에 합류하는 것 또한 개연성 있었고 말이다. 어벤저스 1편을 볼 때 가장 좋아했던 히어로여서 그간의 안 좋은 취급이 영 마음에 걸렸는데, 마지막에서는 멋지게 연출해 줘서 만족스러웠다.

캡틴 아메리카의 엘리베이터 씬도 좋았다. 애초에 윈터 솔저에서 그 장면을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같은 상황을 살짝 비틀어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웃음까지 얹어 준 것은 매우 칭찬할만하다.

한 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장면을 그런 식으로 영화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었던 거 같다. 안타깝게도 좋았던 점은 이게 끝이다.


7. 오리지널 멤버랍시고 엔딩 크레딧을 크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고 3시간 동안 착실하게 무너트린 캐릭터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 전혀 동감할 수 없고, 감동할 수도 없다. 이게 어벤저스의 끝이라고? 차라리 그냥 계속 헛발질만 해 왔던 감독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MCU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를 연출해낸 감독들이 마블의 10년을 집대성하는, 어벤저스의 마지막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다니.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그냥 몇 년쯤 뒤에 슬쩍 새로 만들어 왔으면 좋겠다. 아니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처럼 과거를 싹 다 엎어 버리던지. 그래도 모르는 척해줄 수 있을 만큼 나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싫다.


덧. 스타워즈부터 어벤저스까지 디즈니의 헛발질 때문에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다. 다음에는 개선의 노력을 보여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2. 갑자기 드는 궁금증.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제 타임스톤이 없는 법사인가? 원래 세계의 타임스톤은 타노스가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파괴하면서 없어졌고, 과거에서 잠깐 빌려온 타임스톤은 캡틴이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뒀으니 현재 시점에서 닥터스트레인지는 타임스톤이 없는게 된다. 타임스톤 없이 현실을 지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세계관에서 마법사들은 타임스톤을 지키기로 맹세한 자들인데, 앞으로는 대체 뭘 하게 될까.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음 시리즈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걸 대체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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