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런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뒤로하고

지난 여행 추억하기

by Charley

언제부터인가 나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파리를 떠올리며 예술과 낭만을 생각하듯 나에게 런던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은 도시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꿈의 세계처럼 여겨졌다. 해리 포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메리 포핀스 등의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조금 더 자라서는 셜록 홈즈 시리즈와 포와로 시리즈를 읽으며 오래된 런던의 거리를 거니는 상상을 했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 그들의 음악에 푹 빠지고 말았는데, 어찌 보면 이런 내가 런던에 대한 묘한 환상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런던을 여행하는 내내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던 A Foggy Day


그래서 사실은 우려스럽기도 했다. 환상이 클수록 실상을 보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던가. 조금은 스스로를 진정시켜 보려고 노력했지만, 얼마 전에 다시 본 영화 <패딩턴> 속의 런던은 너무 사랑스러웠고 때마침 공개된 드라마 <멋진 징조들> 속 런던은 너무나도 힙했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처럼 여겨질 정도로 말이다. (물론 나는 스파이가 아니긴 하지만) 거기다 런던은 비틀즈와 보위가 활동했고 블러와 콜드플레이가 시작된 바로 그런 도시가 아니던가. 멋지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3시간의 비행기 연착과 더불어 우여곡절 끝에 만난 런던의 첫인상은 날씨가 매우 맑았다는 것이다. George Gershwin의 A Foggy Day에서 처럼 안개가 자욱한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약간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안개 낀 오래된 거리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낭만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괜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았던 걸까. 그렇지만 그와 별개로 18세기 이후로 거의 변화가 없었을 것 같은 예스러움을 간직한 이 낯선 거리 위를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서울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I was a stranger in the city
Out of town were the people I knew
I had that feeling of self-pity.
What to do, what to do, what to do

The outlook was decidedly blue.
But as I walked through the foggy streets alone.
It turned out to be the luckiest day I've known



오래된 막연한 환상과 상상을 뒤로하고 진짜로 마주하게 된 런던에서의 일상을 글로 옮겨 보려고 한다. 과연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렇게 여행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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