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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의 퇴근학교 Mar 01. 2020

코로나에 잊혀지는 희대의 금융 사고, DLF 사태

찰리오빠의 그렇고 그런 경제 이야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는 3월이다.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공공 보건 문제이다 보니, 전 국민은 검색창에 코로나 확진자 수를 검색하며 불안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덕분에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마땅한 희대의 금융 사고들이 잠시 머릿속에서 잊힌 상태다. 


DLF 사태와 최근 라임운용자산 사태는 소비자의 소중한 자산을 운영하고 유통하는 자산운용사들과 은행권이 얼마나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며, 이를 감독하는 기관의 허술한 관리 수준 또한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외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인다. 상식적으로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시나리오가 관측되는 가운데, 또다시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2019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가지 금융 사고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설마 마이너스 금리가 될까요,
DLF 사태의 발단은 도덕적 해이

본격 저금리 시대, 그리고 날로 강화되는 부동산 규제책들은 충분치 않은 자산으로 수익률을 내고 싶은 개인과 기업에게 수익형 금융 상품으로 눈 돌리게 했다. 저금리 국면에 각 금융사는 다양한 수익형 상품들을 출시하게 되는데, DLF도 그중 하나였다. 


투자자들이 얼마나 수익형 상품에 목말라 있었는지는 모 은행이 세전 5% 수준 적금을 출시하는 날 기다란 행렬을 떠올려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DLF 또한 그랬다.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었고, 그 수익률은 4% 대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DLF 상품 7,950억 원을 포함해 전체 판매액은 8,224억 원이었다.


주요 은행을 통해 판매된 DLF 비율 (출처: 한국경제)


상품 자체의 문제를 지적할 수는 없다. 금융 시장에도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DLF 판매가 원활했던 이유는 상품의 유통 주체였던 은행의 역할이 컸다. 독일 금리가 급락한다면 원금 전액을 날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까.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이 '담보'되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점만 강조됐다. DLF 사태의 핵심은 상품 그 자체라기 보단, 유통의 문제였다. 흔히 거론되는 불완전 판매였던 것이다.   


DLF 개인투자자 92.6%,
투자자 절반이 60대 이상,
24%는 유사 상품 투자 경험도 없어  

DLF는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펀드다. 일단 말부터가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 3,000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에게 팔렸다. 개인 투자자 중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개인 전문투자자가 17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약간의 목돈이 있는 일반인이었다는 의미다. 


개인 투자자 중 60대 이상은 48%에 달한다. DLF와 유사한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개인 투자자도 24%에 달한다. 1억 원대 투자자는 약 65%를 포함해 3억 원 미만 투자자가 83%에 이른다. 등골이 오싹하다.


DLF는 개인 일반투자자의 소규모 목돈 투자가 집중됐다 (출처: 금융감독원)


DLF는 철저하게 상품 특징을 인지한 전문 투자가나 법인을 통해 판매되야하는 상품이었다. 그리고 이 상품의 가치가 그만큼 높았다면 전문 투자자와 법인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거시적 경제 흐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들은 4%의 수익률이라도 쟁취하고자, 기쁜 마음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유로존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금리 하락 대세론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경제에 관심이 부족한 일반인이라면 이를 알기 어려웠던 것이 당연하고, 이 때문에 객관적인 투자 조언은 필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독일의 마이너스 금리 진입 확률을 0%에 가깝게 설명하며 마치 4%의 수익률이 확정된 것처럼 홍보했다. 은행은 신뢰할 수 있는 금융 기관이라는 소비자의 믿음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투자의 모든 책임은 투자자에게,
과연 항상 그럴까?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하나은행의 DLF 예상 손실액은 2,622억 원으로 총 판매액 대비 33%에 달한다. 다행히 손실이 확정된 피해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은행과 자율합의를 진행할 수 있다. 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최대 80% 수준. 이는 투자의 모든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조항도 예외가 있다는 사례를 남겨준 좋은 사례다. 


아직도 결국 사인한 것은 투자자고, 그 책임은 투자자에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주장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수익과 위험 부분에 있어 충분히 인지시킨 상황이 기반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조만간 한 가지 사태를 더 다뤄야 할 것 같다. 바로 라임자산운용 사태다.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불완전 판매뿐만 아니라, 자산 운용 측면에서도 희대의 금융 사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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