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은 고도의 대화 기술
치열한 경쟁 시대의 생존 욕구일까,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이 상대보다 더 나은 사람임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싶은 마음에 말을 더 많이 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말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은 대화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는 조직에서도 흔히 보이는 현상인데, 직급과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잦은 조언을 하려고 한다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다소 폄하하는 경향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에서 이를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 경험이 많다고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 말만 많은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얘깃거리가 많다는 것이지,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역량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말은 쉬운데, 잘 안 되는 이유는 뭘까?
공자는 말을 배우는 데 2년이면 충분하지만, 경청을 배우는 것은 60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만큼 경청이라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도 아니라서 노력이 꽤나 필요해 보인다. 경청하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세일즈맨으로 평가받는 레스 기블린은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중요하게 여기며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자기주장을 펼칠 때 끼어들지 말고, 자기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간에 말을 가로막거나 끼어들면 그 사람의 자아가 상처받기 때문이다. 상대방 이야기에 입이 근질거리더라도 말을 마칠 때까지 들어주는 인내심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잘하기로 유명했던 사람 중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있다. 하루는 아인슈타인의 성공 비결을 궁금해한 한 학생의 질문에 칠판에 S = X + Y + Z라고 적었는데, 'S는 성공을 뜻하고, X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며, Y는 지금을 즐기고, Z는 한가한 시간, 즉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참고로, 아인슈타인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하워드 슐츠,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같이 성공한 수많은 유대인 중에 한 명인데, 때문에 유대인들의 학습법이나 유대인들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대인의 경쟁력과 창의성은 그들의 '말'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브루타(Chavruta)라는 전통적인 유대인 학습법은 성별, 나이, 신분과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토론과 논쟁을 통해 논점과 판단력, 사고력을 기름으로써 폭넓은 생각의 깊이를 지니게 만든다. 유대인들이 어린 시절부터 학습한다는 '탈무드'는 기본적으로 배움의 깊이를 깊게 만들고, 통찰을 형성할 수 있는 지혜서다. 유대인들은 이런 습관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법과 경청하는 법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한다.
일론 머스크의 일화도 흥미롭다. 머스크는 자신이 스피치를 하는 자리가 아닌 사교 모임 등에서는 꽤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난지를 확인받고 싶어 머스크 곁에 다가와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후에 머스크는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좋은 아이디어를 나에게 이야기해 줘 공짜로 영감 받을 때가 많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말이 많으면 당연히 불필요한 말도 많아지게 된다. 불필요한 말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은 많아도, 말이 적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은 자주 들어보지 못한 만큼 경청의 힘은 기대 이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 경청하는 사람들은 충돌이 잦지 않아 마찰의 소지까지 적으니, 연차와 나이가 많아질수록 누군가 다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나부터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