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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Brown Jul 11. 2015

[일기]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기

국민연금의 찬성표 소식을 보고(2015. 07.11)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외할머니는 늘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할머님 말씀대로,

나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에 왔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대학에 오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과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

특히, 적어도 이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학력을 따기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리고 학벌주의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는,

그것은 곧 이 사회의 기득권에 숟가락 하나를 얹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와 같다.

숟가락을 얹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게 얻은 권력을, 이 땅의 사회적 정의를 위해, 그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그치만 다른 약자들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그 사람은 나쁘지는 않은, 합리적인 사람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자기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그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 인간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할 사람이 된다.

아마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머리는 똑똑해졌을 것이므로,

자신은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화려한 언변으로 치장할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있고, 천하의 사기꾼도 될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기게스의 반지를 얻는 과정이다.

기득권의 상당수가  부정의한 방식으로 사용되어온 이 한국 사회에서는,

그 권력에 아무 생각없이 숟가락을 얹는 행동들 대부분이 아마도,

대도(大道)가 아닌 대도(大盜)의 길을 걷는 일일 것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 그룹의 기업 가치가 훼손돼 국민연금의 자산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지OO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팀장이라던가.

이 분도,

한 아이의 자랑스러운 어머님일텐데,

어떻게 자기 아이 얼굴을 부끄럽지 않게 볼 수 있는 지 모르겠다.

국민 돈 팔아서 번 돈으로 아이 유학 보내면, 자랑스러운 어머니 되는건가.

내 어머니 돈이랑, 내 아버지 돈이 또 그렇게 허공으로 날아갈 생각을 하니,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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