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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Brown Jan 01. 2016

'좋은게 좋은거지'

(2015.12.31) sbs 연기대상, 유아인의 수상 소감을 보고

'좋은게 좋은거지.'

이 한 마디 말처럼, 
한국 사회의 병폐를 적확하게 지적하는 말도 없다.
이 사회의 분야와 계층을 막론하고,
 '좋은게 좋은거지'가 담고 있는 사고는,...
한국의 상당수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기사를 보니, 연예계도 그 중 하나였나보다.
 
경제학에서 몇 안 되는 진리 중 하나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에 따라 하는 행동은, 
분명 좋은 것임이 틀림없다,
그 말과 행동을 할 권력을 쥔 사람과, 그 주변의 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사람들에게 좋다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자원이 혜택으로써 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애초에 그 사회의 공동체가 최초로 합의했던 룰대로 행동을 했다면,
결코 그들에게 분배되지 않고 다름 사람들에게 분배되었을 사회적 자원을, 
일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소수의 권력을 쥔 사람들이, 
부정의하게 얻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그렇게 공짜 점심을 먹었으므로,
본래 그 점심을 먹기로 되어있었던 이들은 그 밥을 못 먹게 될 것이다.
그렇게 권력이 없는 이들은, 사회적 자원으로부터 하나 둘씩 소외되기 시작하고,
그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들은 하나씩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그렇게, 
그 가치들 상당수가 무너져버린 것만 같다.
 
연예 '대상'이라고 하는, 한국 방송 계에서 사회적 가치는, 
이제 그 의미를 (적어도 내게, 그리고 아마도 많은 우리들에게) 상실했다.
이제 시상식을 볼 때, 아 저 배우가 올 해 연기를 잘 했나보다 생각하지 않고,
 '아, 저 배우가 소속된 연예기획사가 더 큰 권력을 갖고 있나보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사고의, 최종 결말이다.
적어도 지금/그리고 이후의 상당기간까지.
 
모두가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외치는 시상식 한 가운데서,
그건 좋은게 아니라고 저렇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그것도 저렇게 세련된 방식으로.
 뛰어난 자기 능력,
 그 능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
 윤리 의식,
 충분한 용기,
 그리고 약간의 유머,
이 모든 것을 갖추지 않고서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배우 이전에, 아름다운 사람이고, 
존경할만한 이 사회의 지식인이다.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분들 중에,
존경할만한 어른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 사회에서,
우리 세대에 저런 친구가 한 명 있다는 게,
참 고맙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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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수상소감 : http://tvpot.daum.net/v/s5304FspnTysFHrwwsYYw9y

관련 기사 :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6010100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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