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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Brown Jun 25. 2015

(책) 소포클레스 비극

2009.6.

"그대 앞에서 성스러운 두려움 느끼며.
그대가 내게 이루시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고통인가요
아니면 돌고 도는 세월 따라 다시 돌아온 고통인가요?
말씀해 주소서, 그대 불멸의 목소리여,
황금 같은 희망의 따님이여!"
소포클레스 비극 - 오이디푸스 왕 中

인간은 자신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다음 순간조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난 결코 확신할 수 없다.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이것이 내게 희망의 빛줄기가 될지,

아니면 끝없는 고통이 될지.

                               

오직, 태어난 이상 자신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인간의 법칙에 따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지만,

그러나 이 죽음 또한,

환희로 가득찬 천국을 향한 발걸음이 될지,

아니면 끝없는 불구덩이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이 될지,

아니면 그저 오직 허무만이 남은 것일 뿐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렇다.

시간의 축에 놓여있는 인간은

결코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다.

오직 뒤를 돌아 과거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이 미래를 보고 싶어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불안 때문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그래서 그렇게,

그것이 뭐가 될지도 모르면서,

희망이라고도 하고, 고통이라고도 한다.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를 읽으며 즐거웠던 우리들처럼,

전지한 신들은 즐거울게다.

시간의 축밖에 있다는 그 신들은

셀 수 없이 계속되는 연극을 보고 있을테니 말이다.

고통의 시작인지도 모르면서,

희망이라 좋아하는 인간들을 보며.

그것이 좋은 것인이지도 모르면서,

고통이라 절망하는 인간들을 보며.

그러나, 그 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지(全知)한 신은 결코 전능(全能)하지 못 하다.

아니, 오히려 무능(全能)하다.'

왜냐하면 그는 필연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그 자신의 知의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가 그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거꾸로 그는 전지(全知)하지 못한 이가 된다.

그들은 그저 관객일 따름이다.

무한한 모래 시계를 돌리는 순간,

전지한 신들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연극이 시작되면,

그것을 만든 작가조차 돌이지키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다.

그것이 희망이 시작이 될지, 고통의 끝이 될지,

그게 무에 중요하랴.

어차피 그들은 알지만 고치지 못하고,

그것을 살아내는 것은 우리다.


그들은 관객일 따름이다.

그 연극의 주인공은 우리다.

                               

삶의 주인공은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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