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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Mar 02. 2023

캐나다 밴쿠버 건축물 (4)

Wing Sang Building in Chinatown

"헤리티지 개발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식별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여 미래의 새로운 세대로의 계승을 도모하는 작업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꾀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캐나다에서 Heritage (유산/유적) 부동산 개발을 대하는 원칙에 대해 잘 요약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헤리티지 건물들은 취득 목적에 따라 복잡한 규제등으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본사를 다운타운의 화려한 고층 빌딩을 떠나 차이나 타운의 헤리티지 건물로 옮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반대하고 심지어는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거의 20년이 지나 그 자리를 떠난 후에야 문화유산의 가치를 사랑했던 회장, Bob Rennie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게 되었다. Bob 은 건물을 떠나며 " 그동안 우리의 의무는 건물의 훌륭한 관리인이 되는 것이었고 이제는 모든 캐나다들이 역사의 한 부분과 중국인들의 긴 여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역사적인 건물에 대한 소유주로서가 아닌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했음을 자신 있게 말하였다. 오늘은 12-13년을 사무실로 함께 해온 밴쿠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Wing Sang Building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유럽과 동양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닌 캐나다이지만 정부차원에서 건국 초기의 유산과 유적들을 보존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들 또는 지역을 Heritage (유산/유적)로 지정하여 개발에 제한을 두기도 하고 개인들에게 신청을 받아 선별적으로 등재하여 그 목록을 공개하며 때로는 그 가치에 따라 정부에서 직접 수용하여 보존하기도 한다. 밴쿠버의 대표적인 관광지 - 개스타운, 차이나타운, 예일타운을 포함하여 포트랭리와 같은 볼거리 가득한 밴쿠버 발상지의 거리를 걷다 보면 왼쪽의 사진 같은 파란색 삼각형 모양의 표식이 달려 있는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건물의 이름과 건축가 그리고 건물에 대한 간략한 역사에 대한 설명도 적어 놓는다. 이런 건물들은 재건축하거나 레노베이션이 금지되어 있거나 또는 제약 조건이 많다.

레노베이션 후의 Wing Sang Building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Wing Sang 빌딩은 대표적인 헤리티지 건물 중 하나이다. 밴쿠버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국 철도 노동자의 수입과 재화 수출입 사업등으로 크게 성공한 중국계 사업가 Yip Sang 이 지은 건물이다. 1889년에 건축가 Thomas Ennor Julian에게 설계를 맡겨 완공하고 1901년에 증축하여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가장 나이가 많은 건물 중 하나이다. 밴쿠버 탄생의 역사와 중국 이민 역사를 함께 해온 이 도시의 유산이기도 하다.

레노베이션 공정을 기록으로 남겨 놓은 사진들

2004년에 인수한 후 4년에 걸쳐 1000만 달러를 들여 레노베이션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골조를 보강하고 폐자재의 대부분을 재활용해야 하는 등 규제들로 인해 4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레노를 하게 된다.

그리고 2009년부터 바로 이 건물에서 캐나다의 가장 영향력 있는 부동산 디벨로퍼들과의 만남과 계약이 이루어지며 밴쿠버 부동산의 성장을 이루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2022년, 주정부의 지지 속에 중국계 캐나다인 박물관 협회(Chinese Canadian Museum Society of British Columbia)가 중국이민 역사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이 건물을 구입하기를 희망했고 주정부로부터 초기지원금 1,100만 달러에 이어 추가로 2,750만 달러를 지원받아 건물의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앞으로 이 건물은 캐나다 최대의 중국계 캐나디언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될 예정이고 차별 속에 험난했던 중국이민자들의 역사를 다음 세대들은 물론 모든 캐나다인들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것이다.

밴쿠버에서 가끔 한인 사회의 크고 작은 공적 모임/협회등에서 세력 다투기에 바쁜 한인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도 합심하여 목소리를 내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의미 있는 역사적 유산을 남겨주었으면 하는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