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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Mar 14. 2020

가로수길의 반란, 신사동 가로골목

찰리오빠의 공간 이야기

예전 같지 않다는 신사동 가로수길, 여느 상권과 마찬가지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휩쓸고 간 가로수길 한복판에 생긴 눈에 띄는 곳, 앞으로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신사동 가로골목이다. 

가로수길 한복판에 위치한 로컬 크리에이터의 공간, 가로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인사동에 위치한 쌈지길이 떠오른다. 쌈지길에 비하면 좁은 땅에 세워진 공간이지만,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은 쌈지길과 거의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가장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1층이 매장이 아닌 쉼터와 통로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엄청난 모험이지만, 가로수길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주기에 충분하다.    

입구에 위치한 이름 모를 조각상, 호기심이 발길을 유도한다
상점 대신 사람들이 거닐 수 있는 중정을 제공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시도다

가로골목은 엄연히 쇼핑몰이지만 마치 갤러리를 방문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기업이 장악한 가로수길에서 소소한 브랜드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게 동선을 구성한 점이 독특하다.

램프(ramp)를 통해 만나는 테넌트들, 쩜오로 구분된 층 배정도 흥미롭다

일반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방사형으로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면, 이 곳은 내부 램프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입점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입점한 공간임을 고려해 볼 때, 이런 동선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들이 아니다

5층에 루프탑까지 있어 꽤나 부담스러울만 한데, 막상 걸어가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걷는 재미가 있는 공간인만큼, 도보로 부담 없는 경사를 고려해 설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5층에는 그나마 우리에게 친숙항 카페 브랜드, 알레아 플레이그라운드가 먼저 입점해 있다. 개인적으로 알레아 플레이그라운드는 선유도역에 위치한 엘카페와 더불어, 산미 있는 커피 중에서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훌륭한 커피다.

커피와 함께 다양한 수준급 인테리어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가로골목의 알레아 플레이그라운드

가구와 조명, 음향까지, 가로골목의 알레아 그라운드에서는 커피와 함께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을 경험할 수 있다. 소소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브랜드를 만난 후 한숨 돌릴 수 있는 5층에서 맛있는 커피와 눈높이를 충족시켜 줄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접한다는 것은 가로골목 경험에 정점을 제시하는 듯하다. 루프탑도 있었지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개방하지 않은 상태다. 봄이 오면, 아마도 커피 한 잔 들고 하늘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을 제공해 줄 것 같다.

동선 안내의 콘셉트와 표현법도 가로수길 답지 않지만, 친근하다

가로골목은 아직 입점이 진행 중이지만,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제시해 자연스러운 소비를 독려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가로골목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코로나19 때문인지 테넌트 입점이 더딘 느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방문과 테넌트의 입점이 한창 진행돼야 할 이 곳이 한산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이 곳도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 없지만 가로수길에 오는 날 항상 들르는 지구당은 여전히 혜자롭다. 밥을 먹겠다면, 이 곳 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6,800원 짜리 텐동은 말할 것도 없고, 3,800원 짜리 냉소바는 웬만한 가게보다 낫다.

규동만큼이나 맛이 좋은 텐동, 역시 덮밥류는 지구당을 따라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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