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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 Feb 27. 2023

월급 루팡이 되고 싶을 땐

사무엘 풀러의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

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오늘은 월급루팡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소매치기가 주인공인 영화를 한편 들고 왔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오늘 소개할 영화의 감독에 대해서 "만약 당신이 사무엘 풀러의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화를 좋아하는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사무엘 풀러의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입니다.


사무엘 풀러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1965)에 카메오로 출연한 감독 사무엘 풀러는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화는 전쟁터와도 같다. 사랑, 혐오, 행동, 폭력, 죽음...한 마디로 감정들이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영화의 치열함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했던 그의 영화들을 떠올리면 쉽게 납득이 갑니다. 풀러는 영화쪽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범죄를 취재하는 신문 기자로도 일하고 펄프(pulp: 싸구려 소설) 소설가로도 일한적이 있는만큼 그의 영화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테마들을 자주 다루었고 "이야기체로 된 타블로이드"라고도 묘사된적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은 단순히 충격적인 이미지들과 자극적인 소재들로만 구성된것이 아니라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를 통해 풀러는 당시 미국 사회의 위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때문에 풀러의 영화들은 미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였으며 특히나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다루는 <마견>(1982)은 당시 대중으로부터 오해를 받고 많은 논란을 낳아 개봉 일주일만에 영화사측에서 상영을 접었습니다.


앞의 내용에서 유추가 가능할테지만 사무엘 풀러는 주로 저예산 B무비들을 연출하였는데요, 이러한 선택은 예산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산이 많지 않아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연출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으로 느껴지기에 멋있네요!) 비록 그는 당시 미국에서는 외면받았으며 <마견>(1982) 이후로는 미국을 떠났지만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은 그의 영화들에 열광하였고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수많은 감독들 또한 자신이 사무엘 풀러의 영향을 받았음을 기꺼이 인정합니다. 오늘 소개할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는 풀러의 최고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영화입니다. (사실 풀러가 오늘 소개할 영화의 제목을 원래는 그냥 '소매치기'라고 하고 싶었는데 영화사측에서 '제목이 너무 유럽스럽다'라고 하며 반대하여 제목을 어쩔수없이 바꿨다고 합니다. 영화사측 말이 틀리진 않아서 뭐라 할 말은 없네요...)


여느때와 같이 훔친 지갑의 진실

출소한지 얼마되지 않은 소매치기 스킵 맥코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지하철에서 한 여자의 지갑을 훔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가 이날 훔친 여자의 지갑속에는 어떤 마이크로필름이 들어있었고 이는 여자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의 마지막 부탁으로 다른이에게 전달해주려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알고보니 여자의 전 남자친구는 공산주의자로 정부 기관에서 빼돌린 마이크로필름 자료를 자신의 윗사람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스킵으로 인해 불발된 상황이었습니다. 스킵에게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여자 캔디는 다시 한번 전 남자친구의 부탁으로 스킵을 찾아나서고 이미 전부터 캔디를 미행하던 경찰들 또한 스킵을 먼저 찾아 마이크로필름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는 상영시간이 고작 80분밖에 안되지만 풀러는 그 안에 영화의 스토리를 컴팩트하고 군더더기없이 담아냅니다. 영화는 누아르와 맥카시즘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수작으로 영화속에서 돈을 받고 경찰에게 정보를 파는 캐릭터 '모'의 연기가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모'를 연기한 델마 리터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요즘 상영시간이 긴 영화들에 질리셨다면 이번 주에는 흥미진진하면서 적당한 길이의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를 감상해보시는건 어떠실까요?



P.S.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1953)는 U+모바일TV,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그리고 씨네폭스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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