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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리 Dec 15. 2022

책은 어떻게 판매하나요? <플리마켓 리뷰>

김채리의 출판사 창업일기 #05 

즐거운 목요일! 채리입니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급하게 PC방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핫.

실은 종종 PC방에서 글을 씁니다. 자소서, 에세이 가끔은 소설까지도... 글을 써야 하는데 컴퓨터가 없다 할 때 PC방만큼 좋은 곳이 또 없죠. 넓은 모니터 화면, 푹신한 의자, 맛있는 음식 등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최신 가요를 들으며 시끄럽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글을 쓰면서 느끼는 왠지 모를 짜릿함은 덤입니다. 


아 그런데 PC방에 가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카페에 가서 작업하는 일을 좋아하신다면 커피 한 잔을 사 먹을 돈 정도는 챙겨야겠죠. 글을 쓰는 일은 돈이 드네요. 저는 제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PC방에 가...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창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판매하거나, 서점에 입고할 수도 있고, 북페어에 참가해서 부스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겠죠. 저는 어쩌다 보니 플리마켓에 몇 번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따리를 싸들고 가서 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은 어떻게 판매하나요? 

오늘은 플리마켓 리뷰입니다.


저는 두 권의 책을 냈고 한 권의 책을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만큼 힘든 일이 판매라는 것을 최근 깊이 체감 중인데, 플리마켓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감상을 정리했습니다.



1. 더큰내일센터* 3주년 플리마켓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제주의 역량강화 교육기관)


10월 1일 '파랑'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책을 판매했던 첫 번째 날이었습니다. 가족, 직장, 연애, 결혼 등 다 포기했다고 하지만 포기하지만은 않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자유청춘예금통장>의 첫 판매가 이루어졌습니다. 도서뿐만 아니라 로고티셔츠 판매, 타로카드 부스를 함께 운영했는데,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같이 준비했던 것이 선풍적인 인기의 비결이었습니다.



2.  상향평준화 플리마켓


10월 30일 제주의 카페 '상향평준화'에서 핼러윈 시즌을 맞아 개최된 마켓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책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동문시장 근처라 이용객분들의 나잇대가 조금 있는 편이었고, 잡화를 위주로 다루는 판매자분들이 많으셔서 아이템의 적합성도 떨어졌습니다. 아마 전날 이태원에서 있었던 참사로 인해서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기 망설이셨던 분들도 많으셨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날은 5권 정도의 책이 판매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책을 구매하셨던 분들의 인상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네요.



3. 제주 STARTUP MIX 행사장 플리마켓


제주에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꽤 많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11월 16, 17일 양일간 개최된 제주 STARTUP MIX 행사장의 플리마켓 부스에 저도 참여했습니다. 이날은 다양한 계층의 고객을 만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목표 고객을 설정해두어도 예상을 빗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20대 젊은 청년 나이대의 독자분들부터 50대 어머니뻘의 고객, 그리고 60대(?) 어르신 분도 책을 사 가셔서 판매가 이루어질 때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왜 사가셨을.. 까요..? 뭐하려고...? (일단 감사합니다.) 



4. 골목시장 플리마켓


복합 리조트 성산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플리마켓 골목시장! 야외 플리마켓이다 보니 기상상황에 따라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11월 26일! 맑은 날씨와 함께 기분 좋게 마켓을 오픈했지만 웬걸... 손님이 너무 없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 : 손님이 없으면 가설 검증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강풍에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한 저 때문에 주변 셀러분들께서 날아가는 책갈피와 책들을 주워주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무방비한 제 테이블을 보더니 제주도 사람 아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들켰네요.



5. 올피커스마켓


제주 농산물 플리마켓 올바른 농부장과 피커스 제주 마켓이 함께한 올피커스 마켓이 12월 10일에 있었습니다. 48개 정도의 마켓이 참여하는 큰 플리마켓이었는데 이날은 책 5권, 달력 3부 정도의 판매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제가 직장생활을 할 적부터 응원해주셨던 지인 분이 오셔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간의 소회를 나누고,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따뜻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재밌었던 점은 각 플리마켓마다 고객층이 명확히 다르고, 그 고객층마다 구매하는 물품이나 성향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단상집(0 0)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책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셨고, 통장책(자유청춘예금통장)을 구매해주시는 분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즐거워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북페어입니다. 아마 제가 예상했던(?) 독자분들을 만날 기회가 더 생기지 않을까요. 봄이 오기 전에 고객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에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았네요. 이번 달 크리스마스 시즌, 두 번의 플리마켓에 더 참여하고 나면 한동안은 몸을 좀 사려야겠어요. 


오늘의 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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