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사무치는 엄마 이야기
12시 땡 하자마자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다른 딸들과 달라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나를 보면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얼얼할지 아는 나로서는
한 번의 연락에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아직은 메아리처럼 훅 퍼져버릴 희망만 담은
약속을 또 지난 날들과 같이 전했고
그에 화답을 해 준 엄마의 마음이 나는 쓰리다.
깊이 애정한다,
내 모든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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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작년 내 생일에, 엄마한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내용의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준비했더니,
그 소소함에 감동하던 엄마가 생각이 나는기라.
엄마랑 내가 이렇게 애틋했었구나.
내가 자그만할 때, 정지용의 <호수>가 얼굴이야 손바닥 하나로 가리지만 보고픈 맘은 호수만해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며, 호수가 그렇게 크다고 가르쳐줘서 세상에서 호수가 제일 넓은 줄 알고 지냈거든, 바다를 떡하니 앞에다 두고.
엄마 옆에 누워 잘 때면 엄마를 베개마냥 폭 내 품에 안고 잘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크다고 느꼈는데, 그걸 의심한 적이 없는데, 오늘 만난 엄마는, 품은 왜 이리도 넓으며 손바닥은 왜 이리도 포근한지.... 작다고 느꼈던 엄마가 아니더라고. 아프지 마라고, 얼른 자라고 나를 그 넓은 품 안에 안고 손바닥으로 등을 토닥여 주는데,
그 따스함 속에 얼마나 많은 만감이 교차하던지....
아직 나는 어미 고래 젖 먹는 새끼 고래구나.
보통 같으면 더 빨리 커야겠다, 할텐데, 청개구리마냥 우습게도 왜 더 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드는건지.
앞으로 엄마한테, 여전한 철부지 딸로, 제일 가까운 친구로, 누구보다 든든한 남편으로 살아갈게. 더 훗날, 엄마의 가르침대로, 엄마 손주의 멋쟁이 엄마로, 엄마 사위의 현명하고 따스한 아내로 살아가게끔.
고맙고,
"사무치도록"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