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Feat. Friends)_김동률. 2011.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난 아직도 잘 모르죠
인생이 어떤 건지 어딜 향해 가는지
혹 가고 싶은 곳을 알고는 있는 건지
난 그래도 알고 있죠
아픈 게 어떤 건지 어떨 때 편안한지
날 안아 준 그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
배우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
그걸론 모자란 거라면
이제 누가 내게 가르쳐 주나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게 인생일지 몰라도
어쩌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왠지
별 다를 것 같지 않아요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않기
때로는 슬퍼도
좀 안 그런 척 웃어 보기
대단치도 않은 일들이
가끔은 나에게 더 큰 힘을 주죠
난 아직도 아이처럼
세상을 모르는지 몰라도
어쩌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왠지
별 다를 것 같지 않아요
더 먼 곳을 바라보기
스스롤 조금 더 믿어주기
나도 모르는 동안
이만큼 와 있는 날 기꺼이
칭찬해주기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게 인생일지 몰라도
어쩌면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왠지
별 다를 것 같지 않아요
난 아직도 아이처럼
세상을 모르는지 몰라도
어쩌면 언제까지
이렇게만 살아 갈 수 있다면은 좋겠죠
박창학 작사, 김동률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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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연속 6번 시험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이 노래가 발표되었을 때도, 내가 이 노래를 들었을 때도 그 떨어짐은 계속 진행중이었다.
내가 괜히 대견하고 으쓱해지는 날. 난 꼭 이 노래가 생각난다.
이 노래를 처음 만난 날의 '나'는 정반대였거늘.
계속해서 실패하던 그 어느 날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공부한답시고 백수로 빈둥거리던 그런 날. 직전의 실패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던 어느 날.
내가 먹은 그릇 설거지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헤드폰으로 이 노래가 나오는데 그냥 그렇게 마냥 마냥 엉엉 울었다. 스물 몇 살에. 거품이 잔뜩 묻은 고무장갑을 낀 채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지금 모두 다 기억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지금 생각하면, 저 스스로 얼마나 불쌍하고 안쓰럽게 느껴졌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냥 어렴풋이지만 내 기억으론 전혀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음...마치 사람들이 떼로 들이닥쳐 나를 마구 응원해주는 그런 벅찬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달까. (물론 시차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기억이기에 나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암튼, 그 이후로 어찌저찌 나는 그 놈의 시험에 무려 2번이나 연속으로 합격을 해버린다. (지역을 달리해서)
그리고는 힘든 일, 서글픈 일, 괴로운 일, 버티기 어려웠던 일...
고비를 겪어내고서 스스로 대견스러워질때면,
이 노래가 고파진다.
"나 그래도 이만하면 잘했지?" 하는 마음이랄까.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니라서일까.
이 노래의 거대한 힘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 그때마다 그 설거지통 앞에서 울던 '과거의 내'가 함께 소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가 있다고들 한다.
때를 기다리는 게 쉽지도 않거니와 때마침 이루어지도록 준비하는 것은 더 어렵다. 나에게도 기다리던 때가 와주었다는 사실이 나의 또 다른 때를 기다리고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된다. 각자 속도는 다르지만, 그런 '때'들을 하나씩 거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모두를 함께 아울러 '우리'라고 하는 순간. 결이 다른 울컥함이 솟구친다.
그런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한 문장씩 꾹꾹 눌러 부른다.
나는 원래 잘 우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까지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인생 장담하는 거 아니라고 해서)
그래도 내가 언제 울었던가 생각해본다.
꼰대가 된 건지,
어떤 의식?예식? 같은 걸 볼때면 나도 모르게 조금 울컥한다. 아주 조금.
왜 그럴까, 어떤 포인트가 나를 자극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온 마음'을 쏟아내는 순간을 목격한다거나
보잘 것 없지만 그의 전부를 다 내어주는 것과 같은 '진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쳤을 때,
그런 순간 내 마음이 마구 흔들림을 느낀다. '눈물' 기능의 작동 버튼이 눌린다.
물론 대개의 순간, 목구멍으로 차오름 정도에서 그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가슴이 뜨거워짐, 목구멍으로 차오름, 눈물샘이 터짐의 단계가 있다고 했을 때 말이다. 나는 'T'다.
사실 나는 설거지통 앞에서 엉엉 울던 나를 좋아한다.
짜식 그렇게 울 줄도 알고 말이야.
그때 그렇게 울고서는 또 얼마나 씩씩해졌는지 나는 알고 있으니까.
무려 7번째만에 합격이란 걸 하고서, 자기 소개를 쓰라던 칸에 나는 이렇게 적었었다.
"저는 웬만해선 좌절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있다. 웬만해선 좌절하지 않는 능력.
지극히 자발적으로 말이다.
자매품으로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는 능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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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아이처럼
세상을 모르는지 몰라도
어쩌면 언제까지이렇게만 살아 갈 수 있다면은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