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할 수 있는 사람_옥상달빛>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
나무는 살아있다 느끼지
너도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면
니가 살아있다는 이유일 거야
너는 떠날 수 있고
움직일 수도 있고
생각할 수도 있지
이 중 하나만 돼도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사람
너는 시작할 수 있는 사람
때론 누군가를 위해 살아 어쩌면
살아야 할 이유가 필요해
어떤 이유보다 더
넌 중요한 그런 사람
분명히 그런 사람
다시 일어날 수도
다시 한번 더 시작할 수 있는
너는 그럴 수 있는 사람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사람
지난 주말, 장장 세 시간 반 동안 운전하며 무한반복하며 들었던 곡.
처음엔 ‘너는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주는 직접적인 메세지가 좋았다. 나직이 소리를 울려 나를 토닥이는 이 곡에 포옥 안기고 싶었다.
나는 현재 꽤 괜찮다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주 고민하며 지낸다. 예전엔 그 고민이 가져오는 갈등의 영향력이 컸다면, 요즘엔 그 고민이 건강한 자극제로 느껴질만큼 편안해졌다. 크게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걱정이 되거나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 몇 년 전 생활 패턴이 크게 한 번 변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이전의 나는 여유공간이 보이면 들이고, 쌓고, 들이고, 쌓아두고를 반복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조바심을 내며 그렇게 했다. 나중에 이것들이 어떻게 쓰일 줄 모르지만, 어떻게든 쓰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당장의 욕구를 그것을 취함으로써만 해소했다.
지금의 나는 ‘정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물건을 비우면서 마음도 비워내는 시간 속으로 기꺼이 자발적으로 들어간다. 마음이 한결 느긋해지고 편안해짐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체감하지만, 한편 시간이 흘러가며 만들어내는 리듬과 선율의 아늑함도 느끼게 된다. 마치 이 곡 처럼.
안락하면 머물고싶고, 지금을 떨쳐내고 다른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진다. 안락함을 주는 이 노래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것이, 싫지 않다. 알았어. 해 볼게. 사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냐. 너도 알고 있었구나?
들이고 쌓아 두었던 나의 ‘것’들을 들추다 보면, 과거의 나의 풋내기 열정을 마주하게 된다. 제목이, 작가가, 서평이 내 마음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잡히는대로 보이는대로 사 들인 책들이 마구잡이로 꽂힌 책장을 살핀다. 종류별로 모으고 나눠서 정돈을 해 본다. 나의 수많은 짝사랑이 여기 저기 다른 모습으로 뭉쳐져 꽂힌다. 그 마음이 새삼 예뻐서 내가 조금 더 좋아진다. 내가 애틋하다.
내가 조금씩 흔들린다는 것이 내가 살아있다는 이유가 된다는 말. 살랑살랑, 흔들흔들, 기우뚱, 비틀비틀, 건들건들, 휘청. 흔들리는 모양새가 어떻든. 무게중심이 내게 있기에 아예 넘어져버리지 않고, 흔들리는 정도로만 버티는 것인가. 무게중심이 나에게 있어야만 넘어지지 않겠지? 오뚝이.
오뚝이처럼 일어나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 안의 무게중심이 안정적으로 있다면 이 말을 허울좋은 종용처럼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뚝이처럼 오목한 홈같은 바닥이 안락하게 감싸준다면 더 좋겠지.
주절주절. 생각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오늘도 손 가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