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환자가 조심해야 하는 것

세수, 배변, 승용차, 자전거, 이발, 청소

by 호모디스크

세수


허리디스크가 터진 그 시점부터 매일 아침 허리를 숙여 세면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 수 있는 좋은 시절은 끝났습니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허리를 구부리는 것은 허리디스크 환자가 하면 안되는 동작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독 아침에 심한 방사통이 느껴진다면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세수하는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두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첫째는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수를 하는 대신 샤워를 하면 됩니다. 샤워헤드를 머리보다 위에 놓고 척추가 완전히 펴진 상태에서 세수하는 건 세안 뿐만이 아니라 척추위생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는 기마자세로 세수하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세면을 위한 모션데스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면대의 높이를 올릴 수 없으니 하체동작으로 상체의 높낮이를 조절해 세면대와 얼굴의 위치를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받쳐줄 때 까지 세수를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무리하게 된다면 허리에 불가피한 힘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하체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동작을 풀어주고 조금 쉰 뒤 다시 자세를 취해주면 됩니다.


정선근세수법.jpg 백년허리 발췌. 저는 교수님보다 더 무릎을 굽혀 허리를 거의 구부리지 않았습니다


배변


허리디스크 통증이 정말 심할 경우에는 최대한 앉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일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물론이고 밥을 먹을 때도 10분~15분 간격으로 수시로 일어나 자세를 풀어줬습니다. 같은 자세로 서 있는 것도 힘드니 계속 걸어주었고 쉬어야 할때가 되면 잠깐 앉거나 눕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앉는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배변을 할 때입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허리디스크가 발병하기 직전에 치열수술을 했습니다. 직전에만 하더라도 변을 누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배변이 원활하지 않아 변기에 오랫동안 앉았고, 오랫동안 앉아있을 수록 항문에는 무리가 갔습니다. 이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가 항문치열이었습니다. 허리디스크 환자에게는 가장 안 좋은 상황입니다. 오랫동안 앉아 있는 자세도 허리에 부담을 줄 뿐더러 복압을 이용해 항문에 힘을 주는 것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허리디스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항문치열 수술까지 함께 해야 되었더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소화기관이 선천적으로 약한 허리디스크 환자는 배변관리도 함께 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허리디스크 발병 후 매일 아침을 양상추, 파프리카, 삶은계란이 함께 버무린 샐러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지방, 섬유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거의 완벽한 아침식사로, 내분비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산균으로는 프락토 올리고당을 먹고 있는데 다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할 뿐더러 확실히 배변의 모양이 이전과 다르게 달라집니다.


아침밥.jpg 커피 한잔과 함께라면 크게 질리지도 않습니다


승용차/자전거


저는 신체적 조건에 비해 앉은키가 큰 편입니다. 승용차에 들어갈 때는 목과 허리를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디스크 통증이 악화된 이후로는 승용차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뒷자석에 계속 앉아있는 것도 힘듭니다. SUV는 조금 나은 편이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문제가 없습니다. 확실히 중소형 승용차에 탑승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디스크가 터진 2월 초 이후 승용차를 타야할 일은 없게 만들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최대한으로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2, 3, 4월은 대중교통 밖에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통증이 많이 가라 앉은 5월부터 SUV를 렌트해 장거리 이동은 피하고 시내에서만 가볍게 운전을 했습니다. 1시간을 초과해 앉아있는 일은 없게 했고, 주차하고 나서 일어나자마자 신전운동으로 척추를 곧게 펴주었습니다.


너무 방심한게 잘못이었습니다. 5월에 렌트카가 괜찮으니 자전거도 타 보았습니다. 자전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난 뒤 2주동안은 통증 진전에 변화가 없거나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허리를 지탱해주는 시트도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여태껏 자전거도 너무 허리를 숙이면서 탔었다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자전거바른자세.jpg 문화일보 발췌. 허리디스크 환자는 골반 말아주지 말것


이발


여느 디스크 환자와 다름 없이, 디스크가 터진 후에는 한동안 미용실에 가 이발을 하지 못했습니다.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이라 1개월에 한번 씩은 이발을 해야 깔끔한데, 2개월 이상은 머리를 정리하지 못한 채로 살았습니다. 심지어 바로 작년 10월달에 스트레이트 펌으로 머리를 예쁘게 했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되었습니다. 그때 헬스장에서 PT도 같이 받았었는데 운동을 복습하지 못해 내용을 다 까먹어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디스크는 일상을 앗아갑니다.


허리베개로 통증도 많이 낫고, 신경차단술으로 치료효과도 보던 중 드디어 머리를 해야겠다 해서 4월 초에 오랜만에 미용실에 들렸습니다. 미용실 의자에 앉는 것 부터 살짝 불편했는데, 머리를 감을때 가장 큰 고통을 느꼈습니다. 허리가 아프기 전에는 그렇게 편하고 잠도 솔솔 오던 미용실 머리 감는 의자가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허리베개를 가져와 덧대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머리를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한 뒤 신전운동으로 허리를 계속 펴 주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나 너무 슬프고 억울해 눈물이 나왔습니다. 원장님도 같이 울었습니다.


무릉도원.png 무릉도원...이었던 것


다행히 1달 뒤에 머리를 할 때는 괜찮았습니다. 살짝 겁이 났지만 미용실 의자에 앉는 것도 괜찮았고, 머리를 감을때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머리를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날의 공포와 슬픔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청소


"디스크 나았다고 청소 열심히 하면 안됩니다"라는 허리디스크 선배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도 사실 청소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조심해야겠다 생각하고, 통증이 심할 때는 청소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조금 나아졌었어도 가볍게 청소기 돌리는 정도만 했고 원래 하던 꼼꼼한 집안청소는 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침대 밑을 열심히 닦거나 창문틀을 꼼꼼히 닦거나 하는 일은 더 낫고 나서 다음으로 미뤄뒀습니다.


화장실청소.png 화장실 청소는 이렇게 쪼그려 하는게 정석


근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화장실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 청소는 기본적으로 물청소이기 때문에 청소기 돌리듯이 대강 하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여느 주부와 다름 없이 화장실 청소는 한 번 손에 잡으면 꼼꼼히 하게 됩니다. 꼼꼼히 하게 되니 오랫동안 하게 됩니다. 바닥 타일을 닦거나 배수구를 처리할 때는 심지어 쪼그려 앉아서 하게 됩니다. 자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빨리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더 집중하고 강도를 높이게 됩니다.


다행히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쓰지 않던 허리베개를 몇일동안 다시 썼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아찔했던 경험은 뭔가요?

작가의 이전글허리디스크 환자가 운동하고 싶어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