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환자가 운동하고 싶어하는 이유

환자들은 알고 의사들은 모르는 것

by 호모디스크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하던 운동이 있었더라면 잠시 중단하고, 심할 경우는 1년 동안은 운동강도를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를 요하는 운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더 다쳐서 수술까지 하게되는 경우를 숱하지 않게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의료인들이 그렇게 운동하지 말라고 조언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운동하려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인의 만성질환은 운동부족이라는 얘기도 곧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약 10년전 주 52시간제 제한 도입 이후 운동을 통한 자기개발과 건강관리는 일종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순히 헬스장을 다니는 것 부터 시작해서 요가, 필라테스가 정착되었고, 골프, 테니스와 같은 스포츠 열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오늘날에는 조기축구, 러닝크루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미 지나친 운동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바디프로필 촬영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입니다. 일반인들이 프로 선수들과 같은 몸매를 단기간에 만들기 위해 고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병행했습니다. 러닝도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최근에는 무리해서 뛰는 것이 아닌 자기페이스에 맞게, 오랫동안 뛰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허리디스크도 무리한 운동에서 시작되었다고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운동을 즐기던 사람들의 문제는 운동 외의 다른 취미생활을 떠올리기도 힘들다는 점입니다. 어떤 환자들에게는 건강관리를 위해 어렵게 습관들였던 운동이었을 수도 있고, 사회활동의 중요한 활로일 수도 있습니다. 연회비를 결제했을 경우 '매몰비용'에 대한 생각도 납니다. 그런 운동을 1년 동안은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퀴블러-로스의 '슬픔의 5단계' 모델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이나 상실을 경험할 때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칩니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는데 통증이 크지 않고, 운동을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 고 있을 때 운동은 허리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게 됩니다. 저 역시 1월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2월에 운동을 다시 시작한 바로 다음 날 허리디스크가 많이 안좋아졌습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바로 그 통증때문에 분노-협상-우울을 느낄 틈이 없게 '운동의 상실'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근육통이 그리워서


신기하게도 허리디스크로 인한 방사통의 느낌은 근육통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마치 달리기를 무리해서 하거나 하체 웨이트를 격하게 했던 다음 날 처럼 다리가 아픕니다. 엉덩이가 아프기도 하고 발바닥이나 발목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근육통증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운동도 하지 않고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건 상당히 기분이 나쁩니다. 느낌은 비슷하지만 양상이 살짝 다릅니다. 보통 근육통은 하체 양쪽이 같이 아파오는데 방사통은 어느 한쪽만 특별히 아파옵니다. 근육통은 생활속에서 몸을 자주 움직여주면 풀어지는 반면 방사통은 몸을 움직이거나 말거나 비슷하게 아픕니다. 근육통은 통증에 진전이 있는게 상당히 잘 느껴집니다. 하루 하루가 지나갈수록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방사통은 통증에 진전이 있기는 커녕 더 나쁜쪽으로 악화되기도 합니다. 방사통의 진전은 하루이틀이 아닌 개월수로 잡아야 할 만큼 길게 봐야합니다.


운동을 하고 난 뒤 땀을 흘리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그립지만 건강한 몸이 만들어내는 근육통이 그리워집니다. 단순한 재활용 걷기운동으로는 근육통이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헬스장을 가면 안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디스크상태가 어느정도 좋아지면 주어진 상황과 타협하려고 합니다. 허리에 아무런 무리가 가지 않는 단순한 팔운동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팔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팔운동만 1~2달은 했었던 것 같습니다.


괜찮아졌다는 착각


근육통이 그리운 환자라면 여기서 멈추지 않고 허리에 부담이 가는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보수적으로 판단하지만,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싶어합니다. 운동의 강도를 살살 올리며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스쿼트동작 자세를 잘 잡으면 허리에 부담도 안가고 엉덩이 근육만을 자극해 근육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조금 빠르게 걷는 것도 괜찮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살짝 뛰는 것도 괜찮았으니 좀 더 빠르게 달리기를 해도 될 것만 같습니다.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고 등근육으로 코어를 '살짝' 잡아주는 턱걸이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바로 여기서 허리디스크 초기로 리셋되기가 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리기 '진도'를 빨리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회복을 위해 달리기 진도가 더 늦춰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환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운동으로 허리를 다친 환자들이 다시 한 번 운동으로 더 다치는 것을 방지하려면 허리를 다치게 된 원인을 운동에서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제 또래인 20-30대 환자들의 경우 평소에 학업, 업무 등으로 자세가 좋지 않은데, 과격한 운동으로 인해 디스크가 터져버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특히 짧은 시간 내에 힘을 폭발시키는 운동인 크로스핏을 하다 허리디스크가 터진 친구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잘못된 자세와 과한 무게가 동반된 웨이트 트레이닝이 신체에 주는 악영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3분진료' 특성상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패턴을 상세히 물어보는 병의원은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정선근TV는 생활습관이나 패턴을 중요시하지만 정선근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라 진료의 방식이 동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와는 많이 다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더라도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영상분석과 치료에 집중하는 경향이 큽니다. 저도 생활습관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본 뒤에야 운동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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