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운동, 과전만, 이상근증후군, 디스크재생
앞선 글에서 디스크 환자들이 정선근 교수의 처방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를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글을 읽고도 "역시 정선근 교수가 진리는 아니었어"라는 결론으로 다다르는 독자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이전 글에 대한 결론은 정선근 교수는 디스크환자들은 "운동 하지 말라"고 하는데, 환자들이 "운동하라"는 메세지로 잘못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정선근 교수의 처방이 '진리'라고 받아 들이는 것은 너무 과한 주장입니다. 정선근 교수 본인도 자신의 처방이 절대적이고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률적, 보편적인 것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자신의 처방이 잘못 되었다며 꾸준히 정정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선근 교수의 관점과 주장이 제 허리디스크 재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선근 교수는 '주류 의학계'와 핵심 논점에서 견해가 달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의 의사선생님들이 정선근교수를 "맹신하지 말라"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선근 교수가 어떤 점에서 주류 의학계와 충돌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허리디스크 재활을 위한 운동이 있다 vs 허리가 낫는 운동은 없다
여전히 ‘주류 의학계’는 허리디스크 재활을 위해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진료를 받았던 대학병원에서도 ‘운동처방’을 주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진료를 받았던 대학병원 정형외과는 Newsweek 2025년 전세계 종합병원 정형외과 부문에서 8위를 기록했습니다. 2024년도 순위도 비슷했습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수치 앞에서도 정선근 교수의 견해를 고집하고 따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정선근 교수가 아닌 대학병원의 운동처방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루 2~3번 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처방에서 권유하는 스트레칭으로 디스크 통증이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졌습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통증이 있다면 정선근 교수의 말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게 좋다는 동네병원 의사선생님의 말에 운동을 중단했습니다. 이후에 더 나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운동보다 허리베개와 신경차단술 치료가 주는 효과가 더 좋았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운동처방’의 내용은 정선근교수가 ‘하지 마’라는 운동 내용과 거의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허리를 찢는 운동이었습니다. 누워있는 자세로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 다리 하나씩 스트랩을 이용해 펼쳐주기. 다리 하나씩 무릎을 굽혀 가슴쪽으로 안아주기 등. 누워있는 상태에서 다리를 90도로 올리면 서있는 상태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것과 같은 자세가 됩니다. 물론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 있는 것 보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허리에 가하는 압력이 더 적겠지만 허리에 압력이 작용된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정선근 교수는 그런 맥락에서 허리를 굽히기도, 허리를 찢는 운동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주류 의학계에서는 허리를 굽히면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동시에 허리를 굽히는 운동을 권하기도 합니다.
2) 과한 신전운동은 ‘과전만증’으로 이어진다 vs ‘과전만’은 병이 아니다
정선근 교수는 허리가 낫는 운동은 없다고 하지만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전운동을 소개합니다. 바르게 선 자세에서 양 손을 골반에 받치고 가슴을 하늘로 향하게 한 뒤, 뒤로 눕는 자세로, 허리를 구부리는 것과 정 반대입니다. 정선근 교수는 이 자세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허리디스크에 좋다고 주장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개개인에 따라 신전운동이 디스크쪽 신경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때 까지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류학계에서는 신전운동 자체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합니다. 과한 신전운동과 신전자세는 ‘과전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전자세로 허리를 뒤로 구부리는 자세를 반복하다 보니 평상시 자세가 배가 가슴보다 더 앞으로 나와 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허리디스크 때문에 스트레스인데 갑자기 엄청난 똥배가 생긴 것처럼 보입니다. 미학적으로도 아름답지 않아 마치 뭔가가 잘못된 것처럼 보입니다. 주류학계에서는 이를 ‘과전만증’이라고 진단합니다.
정선근 교수는 의학계에서 ‘과전만’을 ‘질병’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번역으로 생긴 오해라고 여깁니다. 고대 그리스 의학에서 히포크라테스가 요추전만 자세가 정상이라고 서술했지만 로마 의학에서 갈레누스가 요추전만을 병으로 보고 'lordosis'라고 이름을 붙인 것에서 오해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학교과서에는 'lordosis'는 '요추전만'으로 번역되었지만 2001년부터 '요추전만증'으로 오역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선근 교수에 따르면 현대에 이르러서도 '요추전만'은 허리디스크의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오인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윌리엄스 박사가 저술한 '윌리엄스 굴곡운동'입니다. 굴곡운동은 허리를 구부리는 것으로 신전운동과 완전히 상반되는 운동입니다. 윌리엄스 박사는 허리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요추전만을 없애야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윌리엄스 박사의 처방은 전세계 의대생들이 기본으로 읽는 해리슨 내과 교과서에 등재되어 지금까지도 그 주장이 옳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3) 이상근증후군은 치료가 가능하다 vs 이상근 증후군은 없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허리통증, 좌골신경통, 방사통으로 나뉩니다. 허리통증은 허리에 느껴지는 통증, 좌골신경통은 엉덩이 근육에 느껴지는 통증, 방사통은 다리 전반에 느껴지는 통증입니다. 좌골신경통과 방사통은 방사통이라는 큰 범주에 하나로 묶이기도 합니다. 주류학계와 정선근 교수는 이 통증을 진단하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주류학계에서는 좌골신경통과 방사통을 ‘이상근 증후군’으로 여기고, 정선근 교수는 이상근 증후군이라는 것은 “실체는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여깁니다.
이상근증후군은 도수치료와 물리치료의 근간이 됩니다. 이상근증후군은 엉덩이의 이상근이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근육을 직접 풀어주는 것으로 치료가 됩니다. 근육을 풀어주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체외충격파, 열치료 등 물리치료도 있고, 뭉친 근육을 직접 풀어주는 도수치료도 있습니다.
정선근 교수의 입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허리디스크 환자가 허리가 아닌 다른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것은 돌출된 허리디스크가 다리부위를 관장하는 신경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선근 교수의 비유에 따르면, 통신국의 화재로 인해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면 전화기의 잘못이 아니라 통신국의 화재가 진압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허리디스크를 놔두고 근육질환의 문제라고 근육을 푸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기를 고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교합니다.
4) 디스크는 치유되지 않는다 vs 디스크는 치유가 된다
정선근 교수의 주장 중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논점인 것 같습니다. 디스크탈출증으로 인한 디스크는 없어지고 허리디스크 환자는 남은 디스크만을 갖고 잘 관리해 나아가야 합니다. 디스크는 재생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혈액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흔히 디스크를 ‘물렁뼈’라고 하지만 실제 뼈와는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줄기세포, 유전자 등을 통해 디스크를 재생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고민할 때도 의사선생님과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허리디스크 감압술은 탈출되서 신경을 자극하는 디스크를 잘라내는 것인데, 그런식으로 디스크를 잘라버리면 다시 재생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어차피 탈출한 디스크는 다시 들어가지도, 재생되지도 않는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 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선근 교수는 탈출된 디스크도 재생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동물에게는 자체적인 디스크 재생능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실험을 통해 다양한 대동물의 디스크가 재생되었다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디스크도 비슷한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실험윤리상 인간의 디스크를 인위적으로 탈출시켜서 얼마나 재생되는지 볼 수 없기 때문에 이게 최대한의 근거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줄기세표, 유전자를 통한 디스크 재생은 크게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