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친구야
부디 디스크환자들이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점이 많아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 허리가 너무 아파서 몇달 전부터 약속하던 모임에 나오지 못하겠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오랫동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골프도 나보다 잘 치고 스키도 나보다 빠르게 타서 크게 아픈게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허리디스크가 재발했다고 했을 때 속으로는 꾀병이 심하다 생각했고, 아픈놈이 골프는 왜 그렇게 잘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고작 '허리 조금 아픈 거'갖고 그러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허리디스크로 몇 달 동안 고생을 하고 나니 허리디스크는 역설적으로 '허리가 조금 아픈 것'과 관계가 없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질환인 동시에 신경질환입니다. 재활의학과에서 실비보험 청구 서류를 받아보면 치료 관련 병명이 "신경뿌리병증"입니다.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에 허리보다 엉덩이, 다리가 아픕니다. 엉덩이가 아프면 좌골신경통, 다리까지 아프면 방사통이라고 합니다.
통증이 제대로 잡히기 전까지는 다리가 너무 아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어느 질환이건 회복이 되려면 잠을 충분히 자야하는데, 방사통으로 인해 오래 누워있지를 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시간을 겪고 있었을 당시 2~3시간 정도 겨우 자고, 2시간정도 일어나서 통증을 가라 앉히고 다시 2~3시간 정도 잤습니다. 이 생활만 1달이 지나가니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졌습니다. '척추 박사' 정선근 교수도 "언젠가는 낫는다"고 하는데, 종교가 없는 제 입장에서는 '그 날'을 기다리기도 참 힘겨웠습니다.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환자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환자의 통증을 제대로 잡고 회복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의사들은 "개개인의 통증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처방"이 없다고 하는데,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참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우리는 의학기술의 발달으로 mRNA 기반의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백신도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항암제를 통해 암도 정복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디스크에 대해서는 치료하는 방법이 20세기에 멈춰있습니다. 신경차단술은 그 역사와 전통이 긴 것에 비해 효과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진단도 MRI라는 비싸고 답답한 장비만으로 추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유독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유튜브 등의 매체에 의존하고, 한의학, 스포츠 치료 등의 대체치료를 찾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치료의 방향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저만 해도 대형병원 정형외과에서는 허리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추천했고, 재활의학과에서는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같은 재활의학과 안에서도 신경차단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와, 하면 안된다는 의사로 나뉩니다. 그리고 이 다양한 정보를 주변 지인들이 공유해줍니다. 정보의 과잉속에 환자들은 그 누구보다 더 당황스럽고 힘듭니다.
꽤 심각했던 허리디스크를 꽤 빠른 시간안에 극복한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2024년 11월 말에 좌골신경통으로 찾아온 허리디스크는 2025년 2월 초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었습니다. 2025년 3월 중순, 허리디스크 수술을 고민하던 중 획기적인 발견으로 허리디스크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2025년 5월 초에 들어서는 방사통증상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2025년 10월 말인 지금, 디스크로 잃었던 일상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가볍게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실수도 있습니다. (무거운 리프팅 운동은 아직 안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허리디스크 '개개인의 통증양상이 다르니 특정 사례로 일반화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디스크만 그럴까요, 그 어떤 질병이나 사례도 절대 일반화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자들의 증언을 입막음해서 될 일도 아닙니다. 앞으로의 글을 읽고 제 방법을 따를지 말지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독자여러분들께 있으니, 이 점을 주의하시면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