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설레발도 있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이 새어 나올까 싶어 입을 꾹 닫고 가방 끈을 만지작거리며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책가방에서 꺼내 든 시험지와 그 위에 그려지는 동그라미들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나는 발만 동동 구르며 제발 제발. 아무도 듣지 않는 허공에다 신의 이름을 부르며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하지만 결과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주 간소한 차이. 이번 회차도 낙방했다. 바닥에 누워 아픈 머리를 매만지자 주저 없이 눈물이 났다.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사주가 생각났다. '넌 그렇게 썩 머리가 좋지 않아. ', '넌 큰 시험 운이 없어.'
화가 났다. 아직 살아보지도 않는 내 인생을 고작 역학이라는 통계수치에 의존해 글자 몇 점으로 점치는 게 우스웠고, 분했고, 억울했다. 망할 운명 따위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울음을 가라앉히고 무언가 해야 했다. 단번에 합격을 했다는 친구가 생각이 나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친구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비법에 대한 것은 어떠한 언급조차 없었다. 단지 친구의 노력은 내가 보이지 않는 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존재했다. 결국 내 노력이 부족했고 내 요령이 부족했던 것이다. 핑계를 찾던 내 부족함이 부끄러웠다. 나는 다시 일어나기로 했다. 예견된 운명 따위에 지는 계획을 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