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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재 Mar 09. 2024

Plan A는 없다.

셀리즈 창업 이야기

2월 1일 셀리즈 법인을 설립하고 이제 막 한 달이 지나간다. 그동안의 스토리를 두서없이 적어본다.


법인 이름을 정하기 위한 여정

처음 법인이름은 나와 공동창업자의 이름의 J 이니셜을 따고 데이터 회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J2 Data로 하려고 했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이 이름으로 거의 정해질 무렵 주식 전문가가 되신 장모님께서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하셨다. 2~3글자의 한글 발음이 좋다고 했고 나도 그 내용에 동의했다. 그때부터 1달간 GPT와 둘이 씨름하면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중에 가장 발음하기 쉬운 셀리즈로 하게 되었다.


셀리즈는 Sell + Ease가 합쳐진 이름으로 판매가 쉽다는 뜻을 갖고 있다. 많은 분들이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냐고 물어보았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B2B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한 번도 판매가 쉬웠던 적이 없어서 이제 내가 만드는 건 쉽게 팔자!라는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 고객에게 가장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은 고객의 제품 판매를 쉽게 만드는 서비스일 것이라 생각해서 이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다.


앞에 붙인 나비는 로고를 좀 더 귀엽게 만들고 싶은 생각으로 캐릭터를 붙이고 싶었다. '나비효과'를 표현하기 위해 나비가 S에 앉아있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제 곧 날아갈 나비를 잠깐 우리가 잡아두고 있습니다. '이제 곧 고객에게 날아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 것입니다.'라는 느낌으로 나비를 붙이게 되었다.


창업 전 회사이름과 로고에만 1달 정도 고민을 했다. 아이템과 서비스를 고민할 시간에 로고와 이름에 큰 시간을 들였다. 그 이유는 사업 아이템과 제품은 계속 바꿀 수 있지만 회사 이름은 변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름만 잘 지어놓으면 이름 뒤에 ㅇㅇㅇ를 붙이면 그게 제품명이 되기 때문에 제품을 만들 때마다 고민할 시간을 줄여준다.


로고에 대한 아이디어와 스케치만 한 상태에서 크몽에 접속해 디자인을 알아보았다. 법인 설립 전 당연히 돈이 없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로고를 만드시는 평점 좋은 디자이너 분을 선택했다. 내가 생각한 디자인과 느낌을 드리고 기다렸는데 처음엔 나비가 너무 커서 균형이 맞지 않았다. 나비 크기를 조정하는 작업을 직접 하고 디자이너분께 드렸더니 훨씬 좋다고 하여 지금의 구도가 나오게 되었다. 보시는 분들이 로고 이쁘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디자인은 잘 선택했다는 뿌듯함이 생겼다.


법인 이름을 지을 때 도메인과 같은 지역에 겹치는 법인명이 없는지도 미리 확인해야 했다. 법인명을 지었는데 나중에 도메인을 못 사면 법인을 내고 도메인을 다른 이름으로 사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 요즘. com 도메인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io와 같은 서비스 도메인을 구매하면 좋다. sellease.io와 sellease.us 두 개를 구매해서 미리 선점하였다.


. com도메인 구입하려고 Godaddy에 문의를 했지만 요즘 도메인을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협상하거나 구매를 하지는 않았다. 이 부분에 시간을 들이지 않은 부분은 잘한 것 같다.




사업 아이템 정하기

아이템, 확실한 수입도 없이 자신감만 갖고 무작정 시작한 창업이었는데 이제 아이템도 생기고 동료도 생겼다. 지금은 계획했던 예비창업패키지와 클라우드 지원사업 등 국가지원사업에 서류를 제출해 놓고 사업 아이템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전 창업에서 느꼈던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망한다.'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로 했다. 첫째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했고 처음에는 CRM으로 접근했다. 여기서 공동창업자와 의견이 갈리게 되었는데 CRM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구현할 피처가 너무 많아 MVP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CRM의 기능들을 조사하고 다 쪼갠 다음에 어떤 걸 해볼지 고민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온보딩 플랫폼으로 이어갔다. 신규 직원이 들어왔을 때 또는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온보딩 시간을 줄여주고 업무에 적응을 쉽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이미 경쟁 스타트업이 있었고 HR시스템의 일부라서 엔터프라이즈나 큰 시장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아이템을 고민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서칭 하던 중 벤치마킹할 서비스를 찾게 되었다. DAP라는 플랫폼인데 Digital Adoption Platform이다. 이 생소하고 어려운 플랫폼을 그대로 직역하면 디지털 채택 플랫폼인데 말 그대로 디지털 도구를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코로나 시기 기업이 급격하게 디지털로 전환하게 되었고 IT에 큰돈을 투자한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저성장 고금리 시대에 들어섰고 IT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ROI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이를 도와주는 플랫폼이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화면 주요 필요한 기술을 조사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우리 팀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역량이면 충분히 괜찮은 MVP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업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서 보여주자.라는 목표로 우리의 인트로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www.sellease.us로 GPT와 함께 만든 인트로 사이트다. 




돈 벌기

우리 회사는 아직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자본금을 통장에 넣고 조금씩 쓰면서 생활하고 있다. 정말 웃긴 게 내가 법인통장에 넣은 자본금을 다시 소득세를 때고 월급으로 받고 있다. 이중과세 느낌이 든다. 최소한이긴 하지만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씩 빼서 쓰고 있다.


Seed과 같은 초기 투자는 받지 않기로 했다. 회사가 돈을 빌려 쓰는 것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돈을 벌기 위해 체질을 다시 개선해야 한다. 그 체질 개선이 매우 어렵기도 하고 빌리는 돈에 씀씀이가 커지면 나중에 그 지출을 줄이기 매우 어렵다. 스타트업 2번의 코파운더 경험에서 모두 투자를 받아 보았지만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기 투자는 건너뛰고 나중에 글로벌 진출을 하거나 사업을 크게 확장할 때 받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플랫폼이나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일을 해서 돈을 벌기로 했다. SI개발로 투입되는 것인데 지인분께 SI사업을 하나 받고 맡아서 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SI사업이었는데 이 사업의 성공 유무에 따라 빠르게 돈을 버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것 같다.


또, 매년 초에는 국가지원사업이 있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SaaS 지원사업 등 많은 사업이 있다. 몇 개의 국가 지원사업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우리의 아이템을 알아보고 지원금을 줄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지원하보고 그러면서 또 사업 아이템을 다듬어볼 생각이다.




Plan A는 없다.

창업을 한 뒤 1달이 이제 넘었는데 항상 Plan A대로 되지 않았다. Plan A는 아주 멀리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를 생각하고 꿈꾸는 것 자체로도 즐거울 때가 있다. 하지만 Plan A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Plan B, C, D, E까지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서 회사는 성장하고 단단해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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