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원사업으로 신청한 해외진출 및 투자 컨설팅에 대한 무료 컨설팅을 받았다. 우리가 선정한 아이템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는데 공감은 되지만 아직 판매해 보지도 않았는데 안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에 오기가 생겼다.
컨설턴트는 우리 아이템이 대기업에서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첫 번째는 대기업 담당자가 이 시스템이 Must Have가 아니기 때문에 도입한다고 승진할 수 없다. 는 점과 두 번째는 솔루션이 필요하더라도 대기업은 한국 소프트웨어를 신뢰하지 않고 외산을 사용한다. 고 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무조건 도입하지 않는다? 이 말은 맞지 않다. 어떤 특정한 니즈에 의해 솔루션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에 우리가 화상회의를 했었나? 주 52시간 법규가 생기기 전에 근태관리가 기업에서 중요했나? 그렇지 않다.
만약 만들고 있는 솔루션이 지금 시장의 Must Have라면 이미 경쟁자가 많은 레드오션일 것이다. 기업에 꼭 필요한 솔루션을 아무도 안 만들고 있을리 없다. 그래서 나는 솔루션은 시장의 니즈보다 조금 빠르게 들어가야 하고 그러기에 들어갈 당시에는 환영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시장에 Fit 한 제품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MVP를 만든 뒤 고객을 만나면서 고객의 니즈와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의견을 맞추다 보면 결국 답을 찾게 되고 여기에 시장이 열리게 된다.
나는 최근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갖고 고객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네트워크가 있다고 한들 친분만으로 회사의 시스템을 도입해 줄 수는 없다. 가뜩이나 IT시스템은 잘못 도입하면 임직원들의 공분을 살 수 있다. 그러기에 기업용 시스템 도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업 아이템을 리더와 임원들만 우선 사용하는 솔루션으로 정했다. 전체 임직원이 학습해야 하는 러닝커브를 줄일 수 있고 비교적 IT에 적응이 빠른 얼리어덥터에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리텐션이 떨어지는 제품이 만들어졌다. 많은 사용자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가 가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나의 철학과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고 하나씩 실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는 두 차례 스타트업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제품을 대기업에 판매해 왔다. 스타트업 제품을 대기업이 그냥 써주지 않는다. 용도에 맞게 니즈에 맞게 변형하고 비틀어서 사용한다. 바로 이 과정이 Nice to Have가 Must Have가 되는 과정이다. 여기서 기회를 발견하고 빠르게 공통 기능을 모듈화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내가 만든 제품을 내가 판매하지 못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로 남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만들고 있는 이 제품을 꼭 대기업에 판매할 것이고 한 개가 아닌 수천 개의 기업에 판매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컨설팅을 신청해서 말할 것이다. 우리 제품이 Must Have가 되었다고, 그리고 한국의 소프트웨어도 외산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