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해는 지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다. 잘 곳을 구해야한다. 아직 하루를 끝낼 수 없다. 내겐 가이드북이었던 무전여행 책은 알려주었다. 외국인들은 여행객을 환대하기 때문에 쉽게친구가 될 수 있고, 일단 친구가 된다면 집에 초대받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조금 전에 배웠다. 다시 펜과 종이를꺼내 이번에는 ‘BRISBANE’ 대신 ‘I am looking for a friend’를 적어 배낭에 붙였다. 불과 몇 시간 전만 도 엄지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내가, 친구를 찾는다는 종이를 가방에 붙이고 낯선 도시한 복판을 배회하는 중이라니. 한국을 떠난 첫날이지만 난 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히 변해야만 했다.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공부할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웠어야만 했었나 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온 사람들 마저 형편없는 내 영어실력에 놀라 달아나 버렸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이런 방법으로는 절대로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너무 나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생애 첫 히치하이킹을 성공한 직후 들뜬 마음으로 펜과 종이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해 부린 객기일 뿐이었다. 낯이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진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이건 절대로 못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