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어, 경험, 돈.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셋 중 하나를 목표로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팍팍하게 들릴지 몰라도 셋 중 내 목표는 온전히 돈이었다. 하지만 호주에 도착한 첫날 절실히 느꼈다. 내 영어 실력으로는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걸. 일이나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어도 살며시 목표에 추가했다. 나는 유학생이 아니기에 어학원을 다닐 돈도,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호주 아닌가! 내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한들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하다 보면 영어가 저절로 늘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기처럼. 그러기 위해서 내가 택한 방법은 한국인들을 철저히 피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호주에서 한국인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영어를 쓰지 않고 사는 게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시 곳곳에서 익숙한 한국어로 쓰여 있는 간판들을 찾을 수 있었고, 시끌벅적한 거리에서도 한국어만은 또렷하게 들렸다. 셰어하우스를 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위치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꼭 한국인이 한두 명씩 살고 있었다. 나는 타지에서 같은 언어를 쓰며 얻게 될 심적 안정 감보다 영어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아낀다고 아꼈지만 일주일간 호스텔에서 지내며 가지고 있던 돈의 20%를 써버렸다. 일단 이곳에서 살아 남고 봐야 영어공부도 하지 않겠는가. 한국인이 없는 셰어하우스를 찾는 걸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7명의 하우스메이트 중 한국인이 단 한 명뿐인 곳으로 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