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집 문제도 해결됐겠다, 이제 정말로 돈 버는 일만 남았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력서를 들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 호주에 도착한 날 보지 않았는가. 내가 얼마나 용기가 없는지. 아니나 다를까 구직을 시작한 첫날에는 문 앞만 서성이다 아무런 성과 없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음날에는 ‘I am looking for a job.’ 이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나 같은 워홀러가 매일같이 이력서를 주고 갈 텐 데, 초등학교 때 배운 ‘I am looking for a job’은 그들 가운데서 나를 어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현이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상 말을 할 줄 모른다는 현실이었다. 딱 이틀 걸렸다. 이곳에서 내가 그리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까지.
호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브리즈번 도심에 위치한 대부분의 식당에 이력서를 돌렸다.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한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한국을 떠났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온종일 전화만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우스메이트들이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How are you?’ 조차 듣기 싫었다. 이것들이 뻔히 알면서 나를 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항상 BAD였기 때문에. 영어를 쓰겠다며 힘들게 찾은 셰어하우스에서도 동화되지 못하고 스스로 이방인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