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벌써 호주에 온 지 2주가 지났다. 돈을 벌러 간다고 큰소리 떵떵 쳤지만 2주간 돈만 썼다. 주머니에는 다음 주 방값을 낼 돈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화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토록 강렬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서는 밤낮이 바뀌는 게 싫어 기피했던 편의점 조차 형편없는 영어 실력 때문에 지원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뭐가 그리도 특별해 남들과 다를 수 있겠는가. 나도 스스로를 실패한 워홀러라 부르는 이들과 다를 게 하나 없었다. 호주에 있는 23만 명의 워홀러 중 그저 그런 한 명일뿐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인도 3개월간 일을 구하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이 땅에서 일을 구하겠는가 하는 자조 적인 변명과 함께.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한국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한 곳에서 최대 6개월밖에 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때 친구를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혹시 한국인들과 함께 살다 보면 누군가 내게 일을 양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한국인들만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내겐 다음 주 방값조차 없다는 게 현실이었다.
이사는 고사하고 이곳에서 하루라도 더 ‘버티기’ 위해 식비까지 줄여야 했다. 마트가 닫는 시간을 일부러 맞춰 가 1달러도 되지 않는 폐기 직전의 음식을 찾아 먹기 시작했다. 동네 마트에 폐기 음식이 없는 날에는 옆동네 마트까지 걸어가는 수고까지 감수했다.
최저임금이 한 시간에 18달러인 나라에서 일주일 식비로 20달러를 썼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버티는 것도 이번 주까지만 가능하다. 다음 주까지 일을 구하지 못한다면 내게 남는 선택권은 단 2개뿐일 것이다.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던가, 한국에 돌아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