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행잉은 아마 이 공장에서 가장 ‘유명한’ 부서일 것이다. 떨어지는 닭피를 맞으며 털을 뽑을 때도, 등을 타고 올라오는 엄지손가락만 한 호주의 바퀴벌레에 익숙해지며 닭장을 닦을 때도, 유일한 위안거리가 있다면 행잉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Red zone에서 일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은 옷, 얼굴 할 것 없이 온몸에 똥칠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밥을 먹는 사람들이었다. 행잉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마오리족(뉴질랜드 원주민), 인도인과 같이 덩치가 큰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행잉을 할 일은 없을 거라며 현실을 부정해왔다.
그런데 이젠 내가 똥칠을 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 그 사람이고, 새로 온 사람들에게 내가 받은 그 충격을 그대로 전해 줄 차례였다.
일단 왜 행잉을 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할랄이라는 무슬림 문화가 있다. 동물은 살아있을 때 다친 곳이나 장애 없이 건강한 상태로 머리가 땅을 볼 수 있도록 거꾸로 매달려야 한다. 그리고 무슬림에 의해 목이갈려 죽은 후 몸에 든 모든 피가 제거돼야 한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할랄을 하지 않은 동물 역시 먹지 않는다. 꼭 무슬림이 아니어도 할랄 음식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호주는 내수용뿐만 아니라 수출용으로 할랄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나는 무슬림이 아니니 다행히 닭의 목을 벨 필요도 없었고, 벨 수도 없었다. 하지만 살아서, 그리고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닭의 다리를 잡아 거꾸로 매다는 것(Hanging)이 내가 앞으로 6개월 간 해야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