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닭고기 공장 1-3

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by 채리


비위가 강한 편이지만 역겨웠다. 하지만 공장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 주었다. 한 시간에 20달러라는 기본급 외에도 더러운 일을 한다고 Dirty 수당과 새벽부터 일한다고 Morning 수당까지 따로 챙겨주었다. 한 시간에 30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한 주에 1,000달러를 번다고 했던 친구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이 정도의 대가를 지급해 준다면야 못 할 일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첫 주급이 입금됐을 때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고기를 사 먹어다. 그것도 호주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던 캥거루 고기로.



역겨움에 적응하니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 공간에서 그리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부서가 옮겨졌다. 아쉽게 White zone은 아니란다. 내 상상력으로는 더 이상 악화된 상황을 그릴 수 없기에 담담히 받아들였다. Red zone의 어디든 여기보다 나으리라.


이번에도 쉽지만 더러운 일이었다. 닭들이 실려 온 닭장을 닦는 일. 일은 간단했다. 수압이 센 워터건으로 닭장에 쌓여있는 닭 똥을 치우고, 닭장에 끼어있는 닭을 꺼내고, 마지막으로 닭장 프레임 사이사이 숨어있는 바퀴벌레들을 워터건으로 쫓아내는 것이었다.


일이 끝나면 온몸에서 닭똥 냄새가 진동을 하고, 뜨거운 물을 맞고 놀란 바퀴벌레들이 어두운 곳을 찾아 내 몸속으로 기어 들어왔지만 괜찮았다. 물론 상대적으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닭 피를 맞으며, 옴짝달싹 못하고 하루 종일 닭 꽁지만 지켜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여긴 적어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나는 별로 쓸모가 없는 존재였나 보다. 이번에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부서가 옮겨졌다. Hanging이라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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