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역사상 가장 잔혹한 역전극
2009년 약 65%에 달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는 2024년 현재 사실상 소멸했다. 반면 구글 크롬(Google Chrome)은 2009년 약 4% 수준에서 시작해 현재 67%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달성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변화의 속도다. 2012년경 크롬과 IE의 점유율이 교차된 이후, 크롬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2016년경 50%를 돌파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모질라 파이어폭스(Firefox)는 2009년 약 30% 수준에서 꾸준히 하락해 현재 3%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한때 IE의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파이어폭스의 몰락은 브라우저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애플 사파리(Safari)는 상대적으로 선전하며 18%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Edge) 역시 IE의 후속작으로 출시되었지만 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윈도우 10과 11에서 기본 브라우저임에도 크롬의 아성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는 구글의 검색 독점을 이유로 크롬 브라우저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아미트 메타(Amit Mehta) 연방지법 판사가 8월 구글의 검색 독점을 불법이라고 판결한 이후, 법무부는 크롬 매각, 데이터 라이선싱 요구사항 부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관련 조치 등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20여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 이후 빅테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독점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크롬의 67% 점유율은 단순한 시장 우위를 넘어서 독점적 지위에 가깝다. 이러한 집중화는 세 가지 주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데이터 독점과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다. 구글은 크롬을 통해 수십억 사용자의 웹 브라우징 패턴, 검색 기록, 온라인 행동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광고 타겟팅의 핵심 자산이 되어 구글의 광고 사업 독점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둘째, 웹 표준과 기술 발전 방향의 일방적 결정이다. 크롬의 압도적 점유율로 인해 구글이 웹 표준을 사실상 주도하게 되었다. 새로운 웹 기술이나 보안 정책이 크롬 중심으로 설계되면, 다른 브라우저들은 이에 맞춰 따라가거나 호환성 문제로 도태되는 선택지만 남는다.
셋째, 혁신 동력의 약화다. 시장 지배력이 확고해지면서 구글은 혁신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고, 경쟁 브라우저들은 자원 부족과 사용자 감소로 인해 의미 있는 도전이 어려워진다. 결국 브라우저 기술 발전 속도가 둔화되고 사용자들의 선택권은 제한된다.
현재 상황은 1990년대 말 IE가 넷스케이프를 압도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번들링으로 시장을 장악했고,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와 다양한 서비스 연동으로 크롬을 확산시키고 있다.
차이점은 구글의 더 정교한 전략이다. 강제가 아닌 편의성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했다. 크롬 사용자가 늘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검색과 광고를 개선해 수익을 늘리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또한 모바일 시대를 선점한 플랫폼 전략도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에 머물렀던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본 브라우저로 크롬을 설정해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점유율을 자연스럽게 늘렸다. 웹 표준 주도를 통한 개발자 생태계 장악도 다른 브라우저 사용자들을 크롬으로 이주시키는 간접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E로 독점했던 시대를 끝낸 구글이 이제 크롬으로 새로운 독점왕이 되었다니 - 역사는 돌고 도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