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으로 살 수 있었는데 3.4조 됐다고?

인텔이 삽질한 세기의 기업 인수 기회

by ChartBoss 차트보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1bdef9f7-ddbe-4fcb-9eda-8b95402095e3_1228x1444.heic 출처: Wall Street Journal


인텔이 놓친 200억 달러(약 28조 원)짜리 기회

2005년, 인텔(Intel)의 CEO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가 이사회에 제안했던 한 건의 인수가 있었다. 바로 엔비디아(Nvidia)를 200억 달러(약 28조 원)에 사겠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그냥 그런' 회사였다.


하지만 인텔 이사회는 "너무 비싸다"며 반대했다. 인텔 역사상 가장 비싼 인수가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오텔리니는 결국 제안을 철회했고, 이는 한 참석자의 표현으로 "운명적인 순간"이 되었다.


20년이 지난 2024,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4조 달러(약 4,760조 원)다. 인텔의 시가총액 870억 달러(약 122조 원)보다 무려 39배나 크다. 만약 그때 인수했다면? 인텔은 지금 지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3조 달러(약 6,020조 원)다. 인텔의 시가총액 1,073억 달러(약 150조 원)보다 무려 40배나 크다. 만약 그때 인수했다면? 인텔은 지금 지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패트 겔싱어의 복잡한 심경

더 아이러니한 건 현재 엔비디아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인텔의 전 CEO 패트 겔싱어(Pat Gelsinger)라는 점이다. 그는 최근 링크드인(LinkedIn)에 "AI 비용이 낮아지면 시장이 확대된다. 오늘 나는 엔비디아와 AI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겔싱어는 2005년 엔비디아 인수 무산 후 인텔의 대안 프로젝트인 '라라비(Larrabee)'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당시 그는 "오늘날의 그래픽 아키텍처는 끝나가고 있다"며 인텔의 PC 칩 설계와 그래픽 칩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칩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2019년 그는 "라라비가 더 기회를 받았다면 엔비디아는 지금의 4분의 1 크기였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지만, 이제는 엔비디아 주식을 사는 처지가 됐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까.


인텔은 어떻게 이렇게 망했나?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인텔은 여전히 반도체 업계의 강자였다. 2021년 2월 15일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3,700억 달러(약 518조 원), 인텔이 2,510억 달러(약 352조 원)였으니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픈AI(OpenAI)가 챗GPT(ChatGPT)를 출시하면서 AI 경쟁이 본격화되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훈련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2021년 2월 대비 무려 816% 급등한 것이다.


반면 인텔은 AI 혁명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지난 5년간 인텔 주가는 58% 이상 급락했고, 2024년 순손실은 188억 달러(약 263조 원)를 기록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영업손실은 134억 달러(약 188조 원)로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나 늘었다. 결국 겔싱어는 2024년 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축출됐고, 2만 5천 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정말 거품일까?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엔비디아 고급 칩 없이도 저렴하게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6,000억 달러(약 840조 원) 폭락했다. 하지만 겔싱어는 "시장 반응이 틀렸다"고 단언한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첫째, 컴퓨팅 비용이 낮아지면 시장이 축소되는 게 아니라 확대된다. PC와 모바일 기기가 저렴해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말이다. 둘째, 제약 조건하에서 엔지니어링은 더욱 발전한다. 딥시크가 수출 규제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솔루션을 만든 것이 그 증거다.


무엇보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대형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는 여전히 엔비디아, AMD(Advanced Micro Devices), 브로드컴(Broadcom) 같은 회사들의 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결국 이 모든 스토리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를 보여준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20년 전부터 병렬 처리가 미래라고 믿고 GPU에 올인했다. 반면 인텔은 전통적인 CPU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오픈AI가 인텔에 10억 달러(약 14조 원)에 15% 지분을 제안했을 때도 인텔은 거절했다. 지금 오픈AI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 역시 또 다른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엔비디아의 수직상승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한 시대의 종료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AI 시대의 진짜 승자는 화려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메타(Meta),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아니라, 묵묵히 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였던 것이다.


한줄평

200억으로 살 수 있었던 회사가 3.4조가 된 걸 보면서 주식 사는 전 인텔 CEO, 이보다 더 쓸쓸한 성공 스토리가 또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엔비디아 하루 거래량이 영국 증시 전체보다 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