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금리 폭등에 따른 '베어 스티프너' 공포 확산
미국 국채시장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5년물과 30년물 국채 간 수익률 스프레드(spread)가 110bp에 달해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들어 거의 수직으로 치솟는 모습이다.
수년간 경기침체를 예고하던 역전 수익률 곡선이 갑작스럽게 가팔라지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시장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정부 차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다. 연준 정책에 의해 단기금리는 묶여 있지만, 장기금리는 재정적자 우려로 인해 폭등하고 있다.
5년-30년 스프레드가 단 3개월 만에 60bp나 급등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를 '베어 스티프너(bear steepener)'라고 부른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장기채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연준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장기채를 매수하던 전통적인 경기침체 거래가 완전히 파괴됐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 장기채권 손실이 총 4,000억 달러(약 560조원)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런 가팔라짐 현상은 시장 심리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다. 2년 동안 모든 투자자들이 경기침체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베팅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재정 지배에 대비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장기 국채에 대한 약세 포지션이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동안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미국 국채가 이제는 가장 변동성이 큰 투자처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극적인 부분은 2024년 중반까지 마이너스 영역에서 맴돌던 스프레드가 2025년 들어 거의 수직으로 상승한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수년간 지속된 역전 수익률 곡선이 '경기침체 신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정반대 상황이다. 급격한 스티프닝은 '인플레이션 지속 + 재정 악화' 시나리오에 대한 시장의 베팅을 보여준다.
이런 급격한 곡선 변화는 특히 연기금과 보험사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장기채권을 대량 보유해 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duration)을 맞춰왔는데, 장기금리 급등으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
베어 스티프너는 일반적으로 경기 사이클 초기나 리플레이션(reflation) 기간(경기 부양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는 시기)에 발생한다. 위험 자산에는 우호적이지만 금 같은 헤지 자산에는 도전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장기 국채가 이제는 가장 변동성이 큰 자산 중 하나가 된 것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차트를 보면 여러 차례 등락을 반복하다가 2025년 들어 완전히 다른 궤도에 진입한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사이클적 움직임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더 이상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채권이 오른다'는 단순한 공식에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재정정책, 정부 부채, 인플레이션 기대 등 훨씬 복잡한 변수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안전하다던 장기 국채가 가장 위험한 폭탄으로 변하는 순간을 목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