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파탄 막으려다 총리까지 날아간 '공휴일 전쟁'의 참담한 결말
프랑스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François Bayrou)가 국민들에게 공휴일 2일만 포기하면 나라 살림을 살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가 국회에서 364대 194로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았다. 9개월 만에 두 번째 총리가 '지출 줄이자'는 말 한마디에 날아간 셈이다. 신성한 휴가를 건드리자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실패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노조는 벌써부터 "역사적"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에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올리자고 했을 때 1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더 역사적인 걸 보여주겠다는 의지인 듯하다.
아이러니의 극치는 따로 있다. 프랑스 국채 금리가 이제 10년 전 유럽을 거의 파산시킬 뻔했던 그리스보다 높다. GDP의 거의 3분의 1을 사회복지에 쏟아붓는 선진국 최고 기록 보유국답게, 1원이라도 줄이려 하면 대규모 저항이 시작된다.
마크롱(Macron)이 퇴직 연령을 겨우 2년 올렸을 때 수개월간 폭력 시위가 이어졌고,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그 시위를 지지한다. 프랑스는 완벽한 함정을 만들어냈다. 이 지출을 감당할 수 없지만, 지출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 말이다.
재정 악몽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부채가 GDP 120%에 육박하고 9개월 만에 정부가 세 번이나 무너지면서, 유럽 2위 경제대국이 유로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숫자는 잔인하다. 총 부채 3조 3,460억 유로(약 4,674조 원), 불과 1년 전보다 1,850억 유로(약 258조 원)가 더 늘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기록 중이다. 반면 독일은 체계적으로 부채를 줄여 GDP 대비 62%까지 낮췄다.
시장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스페인, 포르투갈, 심지어 과거 유로존 위기의 대명사였던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신용평가사들이 벌써 맴돌고 있다. 무디스(Moody's)는 이미 프랑스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정치적 분열로 향후 수년간 의미 있는 재정 통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루의 전임자인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도 작년 12월 비슷한 지출 삭감을 시도하다가 낙마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정치인은 생존할 수 없다는 교훈만 남긴 채.
매우 흥미로운 것은 영국의 최근 혼란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이다. 영국도 총리가 번개처럼 교체되고, 끊임없는 노조 파업에 시달리며, 엄청난 부채 더미와 씨름하고 있다.
유럽의 두 거인이 똑같은 함정에 빠진 셈이다. 복지는 줄일 수 없고,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이 모든 걸 타개하려는 정치인은 즉시 낙마한다.
한줄평
공휴일 2일 포기도 못 할 나라가 GDP 120% 부채는 어떻게 갚으려나? 그리스도 웃고 간 프랑스의 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