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지수로 본 두 강대국의 정반대 궤적
Varieties of Democracy(V-Dem)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정치 양극화 지수는 흥미로운 패턴을 보인다. 2024년 현재 2.21점으로 "지지자들이 적대적으로 상호작용할 가능성과 우호적으로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동일"한 수준이다.
1950년 토지개혁 시기에는 2.42점으로 급등했다가, 문화대혁명 시기인 1966년에는 3.88점까지 치솟았다. 이는 "반대 정치 진영 지지자들이 우호적보다는 적대적으로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1976년 문화대혁명 종식 후에는 3.55점으로 소폭 하락했고, 1989년 천안문 사태 때는 2.76점으로 더욱 낮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양극화가 역사적 최저 수준인 1.45점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2.21점으로 다시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와 시진핑 집권 이후의 정치 환경 변화를 반영한다.
반면 미국의 궤적은 정반대다. 1941년 진주만 공격 시기 1.06점으로 국민 통합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2024년 현재 3.61점을 기록하며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변곡점을 보면 아래와 같다.
2002년: 양극화 급등 시작 (9/11 테러 이후)
2007년: 2.06점 (금융위기 직전)
2009년: 2.43점 (오바마 시대)
2016년: 3.19점 (트럼프 당선)
2020년: 3.75점 (코로나와 인종 갈등)
2024년: 3.61점 (여전히 극도로 높은 수준)
미국은 이제 "반대 정치 진영 지지자들이 우호적보다는 적대적으로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3단계를 넘어 거의 4단계에 육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양극화가 급등하는 시기와 급락하는 시기의 패턴이다.
미국의 양극화 급등 시기
1909-10, 1939-40 (세계대전 시기)
1961-66, 1988-89 (냉전과 인권운동)
2007-10, 2015-20 (금융위기와 트럼프 시대)
미국의 양극화 급락 시기
1936-38, 1948-50 (전쟁 전후 통합)
1975-80, 1989-93 (냉전 종식)
이 패턴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외부 위협이 있을 때는 국민이 통합되지만(1941년 진주만), 내부 갈등이 부각될 때는 양극화가 심화된다(2020년 Black Lives Matter 시위).
현재 미국의 양극화 지수 3.61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의 3.88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양극화를 억제할 수 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양극화가 자율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V-Dem 연구에 따르면, "독성 수준"의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해친다. 미국의 정책 토론은 사실 기반에서 감정적 호소로 변질됐고, 상대방 주장에 대한 존중은 사라졌다. 2016년 선거 이후 토론의 질이 급격히 악화됐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기 최악을 기록한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가장 아이러니한 현실은,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도 미국인들이 중국만큼은 함께 싫어한다는 점이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5년 연속 미국인의 약 80%가 중국에 부정적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거의 모든 이슈에서 서로를 적으로 취급하지만, 중국 앞에서는 단결한다. 내부의 적과는 적대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외부의 적(중국)에 대해서는 초당적 합의를 이룬다.
물론 온도 차이는 있다. 보수 공화당원의 68%가 중국에 "매우 부정적"인 반면, 온건파는 43%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공화당 강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외쳤다.
결국 미국의 3.61 양극화 지수는 이런 의미다. 국내에서는 서로를 증오하지만, 그 증오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외부 표적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중국이다. 양극화가 심할수록 공동의 적이 더 절실해지는 역설이다.
한줄평
서로를 증오하던 미국인들이 중국 앞에서만 하나 되는 아이러니, 양극화가 낳은 기묘한 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