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희소성과 트로피 욕망이 가격을 만든다
미술 시장에는 늘 광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매 결과는 그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그림 한 점이 스타트업 시리즈 C 투자 규모와 맞먹는다.
역대 경매 최고가 1위는 여전히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다. 2017년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서 4억 5,030만 달러(약 6,304억 원)에 낙찰됐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다빈치가 이 작품의 일부만 그렸다고 주장한다.
2025년 11월 18일,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Portrait of Elisabeth Lederer)'이 소더비(Sotheby's) 뉴욕 경매에서 2억 3,640만 달러(약 3,310억 원)에 낙찰됐다. 근대 미술 작품 중 역대 최고가이자, 전체 경매 역사상 2위다.
이 작품은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상속인이자 전설적인 컬렉터 레너드 로더(Leonard Lauder)가 1985년에 구입해 수십 년간 자택 식당에 걸어두었던 것이다. 로더가 2025년 6월 별세한 후 경매에 나왔다. 입찰은 1억 3,000만 달러에서 시작해 20분간 6명의 입찰자가 경쟁한 끝에 낙찰됐다.
TOP 20 명단을 보면 소수의 작가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4점으로 가장 많다. '알제의 여인들(Women of Algiers, Version O)' 1억 7,940만 달러(약 2,512억 원), '시계를 찬 여인(Woman with a Watch)' 1억 3,930만 달러(약 1,950억 원), '꽃바구니를 든 소녀(Young Girl with a Flower Basket)' 1억 1,500만 달러(약 1,610억 원), '누드, 녹색 잎과 흉상(Nude, Green Leaves and Bust)' 1억 650만 달러(약 1,491억 원)이 명단에 올랐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는 2점이 포함됐다. '기대는 나부(Reclining Nude)' 1억 7,040만 달러(약 2,386억 원)와 '왼쪽으로 기대는 나부(Reclining Nude on Her Left Side)' 1억 5,720만 달러(약 2,201억 원)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Shot Sage Blue Marilyn)'은 1억 9,500만 달러(약 2,730억 원)로 3위에 올랐다.
TOP 20 중 조각 작품은 단 하나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가리키는 남자(Pointing Man)'가 1억 4,130만 달러(약 1,978억 원)로 9위에 올랐다. 회화가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의 '모델들(Models, Small Version)' 1억 4,920만 달러(약 2,089억 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 가지 습작(Three Studies of Lucian Freud)' 1억 4,240만 달러(약 1,994억 원),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건초더미(Meules)' 1억 1,070만 달러(약 1,550억 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패턴은 명확하다. 최고가 시장은 희소성, 유명 출처, 그리고 좀처럼 매물로 나오지 않는 '문화적 트로피'를 소유하려는 욕망이 지배한다.
미술품은 글로벌 엘리트에게 일반적인 투자 사이클을 벗어난 부의 저장 수단이 됐다. 이 가격들이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위와 투기로 부풀려진 시장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그림 한 점 가격이 스타트업 투자금과 맞먹는 시대, 예술의 가치인가 부의 과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