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우리는 참 ㄸㄸ해!

우리반 구호 정하기

by 차선령

새 학교에서 5학년 담임이 되었다.


교실을 가득 채운 24명 중 특히 덩치가 책상만 한 녀석들 눈은 장난기가 그득하고, 입은 돌아가면서 쉬지 않는데 목청도 좋다.

“쉬는 시간마다 그 덩치로 둘러싸고 말하니 내 귀에서 피날 것 같다!”

“우리는 참 뚱뚱해!”

뱃살을 치면서 교실이 떠나가라 껄껄댄다.

그때부터 나는 녀석들의 건강을 위해 ‘똥똥이’로 좀 가자고 제안한다.


“선생님, 학생들 말 중에 가장 충격받은 말이 뭐예요?”

“1학년 수업 중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을 들었어. 안 듣고 싶단 말이잖아. 우리도 쓰지 않으면 좋겠어.”

“우리는 옛날 말 안 써요.”

충격받은 내 표정을 읽은 다른 녀석이

“뭐 그리 딱딱하냐? 말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선생님도 요즘 말 좀 배우시고요.”

그때부터 우리 반은 동조해 주지 않는 녀석에게 ‘딱딱이’냐고 받아 친다.


3월 중순, “올 한해 우리 반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눈다. 5학년이 되니 특히 학업, 자아, 관계, 생활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깊어졌다.


특히 ‘서로에게 배우는 똑똑한 반’, ‘따뜻한 말과 마음이 오가는 따봉 반’, ‘떳떳하게 행동하는 당당한 반’, ‘열정으로 땀 흘리는 반’을 칠판에 적으며 이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하나의 목표로 모아내지? 고민하던 찰나 기가 막힌 공통점을 찾아냈다.


‘ㄸ’


수십 가지 의견에서 쌍디귿을 찾아 치는 내내 박수를 쳤다.

마침내 우리 반 구호는 “우리는 참 ㄸㄸ해! 5학년 ㄸ반”이 되었다. 누구든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쌍디귿이 들어가는 단어를 쏟아내며 우리 반 활동과 방향에 따라 반 이름을 바꾸자고 한다.

일 년의 생활은 이렇게 약속했다.


- 우리는 참 똘똘해! 5학년 뜻반(뜻을 바르게 분별하며 깊이 있는 학습하기)

- 우리는 참 딴딴해! 5학년 똥반(똥 누듯 표현하며 인문학적 통찰력 기르기)

- 우리는 참 따뜻해! 5학년 땀반(땀 쏟는 도전으로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기)

- 우리는 참 떳떳해! 5학년 땅반(땅 딛는 참여로 주체적 민주시민으로 서기)


5학년 재미있다. 제 딴의 녀석들과 내가 뚝딱거리면서도 만들어 가는 맛이 있다.

학교 어디선가 “우리는 참 뚱뚱해! 5학년 뚱반!”를 외치는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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