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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Oct 03. 2022

내가 차를 선택하는 법

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평범한 여자 #03

자동차를 타고 싶은데 어떤 차를 사야 할지 모르겠을 때 차를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그것은 특정 브랜드도 특정 모델도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디자인을 선호하거나 특이한 조건이 필요한 것은 더욱 아니다.


우선, 비가 올 때 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내가 자동차를 타는 것은 순전히 걷기 싫어서, 특히 비가 올 때 걷는 것이 정말로 싫어서다. 그러므로 비가 올 때 젖지 않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거기에 덧붙이면, 비가 올 때 비를 맞으며 음악을 듣기 좋았음 한다. 비 맞는 것을 무척 싫어하지만 비가 오는 것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하니 그 조건을 채웠으면 좋겠다. 자동차라는 공간은 비를 직접 맞지 않으면서 비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그리고 작았으면 한다. 큰 차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취향에 맞지 않는다.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더 좋아하는데 크고 성능 좋은 차에서 내리는 내 모습보다 작고 귀여운 차에서 내리는 내 모습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이유다. 덧붙여서 아담한 차를 타고 다니면서 어디든 쏙쏙 주차하고, 작은 골목도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꿈꾼다.


내부 인테리어가 귀여웠으면 좋겠다. 외관도 외관이지만 내관이 중요하다. 그것은 내가 차를 타고 다닐 때 외모보다 내부를 더 많이 본다는 이유다. 귀여운 인테리어라면 운전하고 가는 내내 기분이 좋을 수 있으니 귀여운 차를 타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액셀과 브레이크의 느낌이다. 액셀을 밟으면 빠르게 달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빠르게 멈췄으면 좋겠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차를 고를 때 꼭 시승하고 결정한다. 그래야 겉모습 외에 주행 느낌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고 싶은 차를 시승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브랜드의 가까운 영업소가 있다면 시승을 신청해 영업사원과 함께 달려보는 것이 있고, 렌트카를 빌려서 운전을 해보는 것도 있다. 다만 시승카나 렌트카가 원하는 모든 차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출시되어서 이제 막 브랜드에서 홍보를 시작한 차가 아니라면 시승카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최근에 나온 차라고 해도 선호하는 차가 아니라면 시승카가 없기도 하다. 렌터카도 마찬가지다. 렌터카는 더더욱 제일 선호하는 브랜드와 차량만 있어서 쉽지 않다. 특히 관광지가 아니라면 렌터카 자체를 대여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만약 시중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차를 타고 싶을 때 추천할 방법은 그 차의 동호회에 가입해 정모에 참석하는 것이다. 직접 주행까지는 어려워도 운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운이 좋으면 차에 타볼 기회가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차를 찾고 시승을 하거나 직접 운행하는 사람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들었다면 이제 차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때 그 차를 살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조건은 그 차를 살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되느냐겠지만 그래도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돈을 모으던 빌리던 훔치던(?) 할 것 아닐까. 일시금으로 차를 살 수 있으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만 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리거나 할부로 구매해야 할 경우는 이 차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돈을 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카푸어로 사는 건 내가 바라는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거슬러 올라가 처음 차를 볼 때 지나치게 고가의 차는 일찌감치 보기에서 제거한다.



르노 트위지


여러 가지 조건들을 따져가며 지금 내가 선택한 차는 ‘르노 트위지’와 ‘벤츠 스마트 포투 451 카브리올레’다. 우선 두 차를 선택한 것은 작지만 원하는 성능을 충분히 보여준다는 것. 실용적이라는 점 때문이었고, 금전적인 영향도 컸다. 물론 트위지는 비 올 때 비가 들어올 만큼 비를 완벽하게 피해주는 것은 아닌데 그런데도 선택한 이유는 트위지를 고민할 시기에 킥보드를 대용할 적당한 것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기로 움직이는데 뚜껑이 있는 것! 그것이 트위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트위지는 전기 충전 차량이기 때문에 장거리 운행이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 장거리 운행이 늘자, 장거리용으로 작은 차를 하나 더 구매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스마트 포투가 선택점이었다. 2인승이라는 것, 경차라는 것, 원하는 엔진이라는 것과 오픈카라는 모든 점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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