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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Sep 22. 2022

나에게 자동차란

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평범한 여자 #02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 재산? 이동 수단? 운전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 인류가 처음 바퀴를 발명한 것이 약 6,000년 전이라고 하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은 편리한 이동 수단에 대한 욕구가 컸으리라 생각한다. 바퀴를 발명하고 자전거나 마차 등의 모습으로 시작된 운송 수단은 가솔린과 디젤이 발명되면서 지금의 자동차의 모습으로 차츰 변해왔다. 그 변화에는 처음은 편리한 이동 수단이었다가 성능의 만족을 위해 나아갔고, 차츰 편리성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류가 자동차를 발명했듯, 사람들은 한 시대를 살아가며 운송 수단의 편리함을 알아간다. 걸어다니는 것이 전부였던 어린 시절을 지나 자전거나 킥보드의 편리함을 알게 되고, 운전을 하면서 빠르게 멀리 갈 수 있는 자동차의 매력에 차츰 빠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더 나은 성능과 편리함을 생각하고 그 이후에는 환경까지 고려한다. 몇 세기에 걸쳐 진화하던 자동차의 역사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고작 몇 년 동안 진화해가며 변한다.



처음 운전면허를 땄을 때는 운전면허가 자동차를 갖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일 거라는 엄마의 억지에 적당히 호응했을 뿐이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운전면허가 있던 사람이 엄마였기에 (아빠는 면허가 평생 없…) 엄마가 차를 쓰지 않는 날은 내가 차를 쓸 수 있었고, 자주 그런 날이 많아서 운전의 편리성을 빠르게 깨달았다. 덕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첫 적금으로 사고 싶은 것 일 순위가 자동차였다. 차곡차곡 모은 월급이 500만 원쯤 되었을 때 당시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적당한 자동차가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 돈의 쓰임새는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끊는데 썼다. 그때 떠난 파리에서 무려 5년 반을 머물며 점차 자동차의 필요성은 내 마음속에서 사라졌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다시금 한국에서의 삶에 자동차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싶어 차를 사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누군가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수단
어디든 원하는 시간에 달려갈 수 있게 하는 수단
적당히 필요한 것을 모두 담고 다닐 수 있는 수단
때로는 멀게만 한 관계를 가깝게 할 수 있는 수단



‘무슨’ 브랜드의 ‘어떤’ 자동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무엇을’ ‘누구와’ 했는지가 중요했다. 예를 들어, 르노 세닉을 타고 한 달간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유럽에서의 자동차 여행을 제대로 만끽했던 것을 생각하고, 쉐보레 스파크를 신차로 구입해 창원 출고지로 직접 가서 인수하여 왔던 추억을 떠올리며 선팅하지 않은 차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길은 참으로 뜨거웠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생생하다. 




창원에서 스파크 신차를 인수하여 비닐을 벗기던 모습



내게 자동차는 포근한 공간이다. 비가 오는 날 맘 놓고 비를 맞아도 젖지 않으면서 빗소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며, 어떤 사람들과의 추억을 쌓아간다. 그래서 이동 수단을 넘어서 자동차는 내게 또 다른 아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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