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평범한 여자 #01
“오늘 가장 먼저 길을 나선 자동차는 어떻게 제 갈 길을 달릴 수 있는 걸까?”
“도로의 한 차선은 도로가 움직여서 차나 사람이나 가만히 있어서 앞으로 가는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
참으로 엉뚱한 상상을 많이 했다. 태생부터 공상과 상상을 즐기는 타입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방학 숙제로 탐구보고서 같은 것을 쓰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도로로 달려간 것이다.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 자동차에 몇 명이 타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한 시간쯤 조사 후, 혼자 타고 있는 자동차의 비중을 줄이면 몇 대의 자동차가 줄어들고 그러면 환경도 좋아지고 차량 흐름도 나아질 거라는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서 제출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바다를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했다. 차가 막히면 갑자기 날개를 펴고 나는데 날개를 펴려면 주유가 가득 차 있어야 하고, 때마침 기름이 부족하면 그런 기능이 있는데도 날지 못해 속상할 것 같다는… 참으로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러나 운전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 후로 그런 상상은 멈췄다. 이제 나에게 자동차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세계였다.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 두 발이 되어주고, 짐을 옮겨야 할 때 짐꾼이 되어주는 존재. 자동차는 딱 그랬다. 그래서 자동차를 산다면 쓸모 있게 이용하면서 나만의 개성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그런 자동차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성능이 뛰어나면 비쌌고, 독특한 디자인이면 더 비쌌고, 우수한 실용적인 편리성이 가득 들어 있으면 완전 비쌌다.
결국 돌고 돌아 ‘르노 트위지’와 ‘벤츠스마트 포투’ 두 대의 자동차를 선택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아니고, 바다를 달리는 자동차도 아니고, ‘자동차’로 분류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내게 특이한 자동차를 탄다고 말했다. 이 두 대의 차를 몰고 다니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늘 신기함 가득이었다.
특이한 차를 타는 건 어떤 걸까? 선택의 자유가 충분히 있는 세상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고 특이하게 분류되는 것일까? 길 가다가 사람들이 한 번쯤 돌아보며 눈길을 주는 차를 타는 것이 특이한 것일까? 흔하디흔한 차가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이름의 자동차를 타서 특이한 것일까?
나는 평범하다고 여기지만 사람들에게 특이한 차로 분류되는 자동차를 타는 입장에서, 특이한 차를 타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에 맞서야 하는 거였다. 처음 ‘트위지’를 샀을 때 운전하는 동안 잠시 신호에 멈추기만 해도 옆 차들이 말을 걸었다. 주차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와서 또 말을 걸었다. 승차감은 별로여도 하차감이 좋다는 것, 이게 바로 특이한 차를 타는 것인가. 때로는 불쾌한 질문과 무서운 아저씨들 때문에 겁을 먹기도 했지만 대체로 시선을 피하거나 대꾸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 산 ‘스마트 포투’ 자동차도 비슷했다. ‘트위지’가 아저씨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면, ‘스마트 포투’는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주로 받았다. 말을 직접 거는 사람보다 지나가면서 다 들리게 “어머, 저 차 너무 예쁘다!”라고 감탄하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차를 번갈아 탈 때마다 제각각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물어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저마다 상상하며 말한다.
“1인승인가.” (트위지)
“운전면허 없어도 탈 수 있겠지?” (트위지)
“주차가 쉬울 거야.” (트위지/포투)
“가격이 저렴하겠지…?” (트위지/포투)
“위험하니까 저런 차는 타면 안 돼.” (트위지)
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것은 특이한 시선에 아무렇지 않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저런 말을 듣고도 그저 웃으며 운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