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자동차를 탄다고 특이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01
#브런치북 프로젝트 시작
작은 전기차 '트위지'를 타는 일상을 브런치북으로 만들려다가, 최근 입양한 '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자동차 이야기를 덧붙여 <<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평범한 여자>>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 글들을 기존 전기차 트위지 라이프 매거진에 올린 후, 10개 이상 쌓이면 브런치북으로 발행 예정이에요.
처음 운전면허를 땄던 23년 전부터 쭉 생각했다. 만약 내가 차를 산다면 어떤 차를 살 것인가. 빨간색 오픈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빨간색 오픈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이 생긴 후의 나는 할머니가 될 것 같아 그때는 빨간색 오픈카와 내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싸지 않으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차는 무엇일까.
처음 가지고 싶던 차는 아반떼였다. 일 년 동안 모은 적금 통장 잔고가 딱 500만 원이던 때,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동차가 중고 아반떼였기 때문이다. (22년 전) 그러나 그 돈으로 나는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갑자기 한국을 떠나 파리에서 살기 시작했다. 파리에 살면서 내가 열심히 딴 운전면허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당시에 몇백만 원이면 폭스바겐 비틀 중고를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럼 그 차를 살까 고민하기도 했다. 물론 차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살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왔고, 엄마 차 산타페를 같이 타고 다니면서 내 차는 필요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편의 차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내 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특별히 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아서 더더욱 내 차에 관심이 없었다. 2018년 10월 가게를 오픈하기 전까지는 정말 차를 혼자 쓸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2018년 10월 동네에 작은 책방을 시작했다. 출퇴근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불특정 한 일상에서 나름의 규칙이 있는 삶을 살게 되고, 예정되지 않은 일정들을 보내던 시절에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 일상이 되면서 불현듯 차가 필요했다. 정확히는 차가 아니어도 오토바이나 킥보드나 무언가가 필요했다. 걷는 것이 싫으니까 걷지 않고 갈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걷기에는 조금 귀찮고, 큰 차가 필요하다기엔 낭비일 것 같은, 왕복 2.5km 정도의 거리를 다니기에 필요한 차는 어떤 것일까 고민하던 중 만난 차가 트위지다.
주차 공간이 비좁은 집과 가게를 오가기 좋고, 가게 1층의 전기를 사용해 충전을 할 수 있는 전기차였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도 실용적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혼자 혹은 2명만 탈 건데 큰 차는 필요하지 않았다. 내 예상은 너무 잘 맞아 이 차를 사서 후회한 적이 없었다.
장난감 같은 작은 차라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했고, 무례한 사람의 질문을 수없이 받아야 했으며, 때로는 운전하려는데 기웃거리거나 창문을 두드리는 남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차가 좋았다. 장거리 운전이 어렵고 고속도로를 탈 수 없고, 고작 완충으로 60km밖에 못 가니 오래 탈 수도 없는 차라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평소 라이프 스타일에 딱 알맞아서 좋았다.
사람들은 특이한 차를 탄다고 특이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차가 특이하다고 이것저것 묻던 사람들이 점차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왜 이런 것을 타냐고, 불편하고 안전하지 않으니 다른 차를 타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내가 편리하게 생각하는 일상에 들어와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조언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과연 나는 특이한 사람인가.
특이한 차를 산다고 특이한 사람일까.
며칠 전에 차를 샀다. 정확히는 남편이 선물해줬다. 가까운 일상만 다니던 일과에서 조금은 멀리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할 일들이 늘었고, 렌터카는 너무 비싸고 대중교통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트위지가 아닌 차가 있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평소 꿈꾸던 차 '스마트 포투 브라부스 익스클루시브 카브리오' 좋은 매물이 나와서 곧바로 선택했다.
차를 샀다고 말하니까, 사람들이 또 특이하다 말했다. 차 샀다고 이제 평범한 차를 탄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도 특이한 차를 샀다고 그랬다. 그냥 나는 2인승이면 충분하고, 경차이면서 안전한 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엔진을 선택했을 뿐인데. 불필요한 것들까지 편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잔뜩 달려 있는 그런 차 말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고, 엔진 소음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차를 원하는 것뿐인데.
과연 나는 특이한 사람인가.
특이한 차를 탄다고 특이한 사람일까.
<<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평범한 여자>> 브런치북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작은 두 대의 차와 함께하는 평범한 책방지기의 일상을 만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