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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l 16. 2022

안심하니 안전한 걸까
안전하니 안심인 걸까

고양이만 태울 건데 트위지면 충분하지 #07

한동안 미친 듯이 달렸다. 쉴 틈도 없이 정말 혹사하듯 열심히 달렸다.


하루도 쉴 수 없이, 하루도 쉬면 안 되던 날들. 언젠가부터 시작한 코로나라는 전염병 때문에, 몸까지 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코로나는 절대로 걸리면 안 되니까 약속도 없이 일만 하고 살았기 때문에, 참으로 독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새 코로나가 조금은 줄어질 것만 같은 때, 이제는 슬슬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아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날아갔다. 코로나에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멈춰있던 여행작가의 삶을 다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진 일상이 낯설었다. 한국은 여전히 마스크 필수와 전염병에 모두가 민감한 상황이었는데 유럽은 코로나에 걸려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달라졌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3주간의 시간을 보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안심하고 멈춰 있던 일상을 사니 안전해진 것인가, 안전한다고 생각해 안심하게 되는 걸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자동차 주차 번호판을 바꿨다. 특이한 차라고 사람들이 기웃기웃거려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번호 전체가 보였던 번호판을 빼고, 내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안심주차번호판으로 교체했다. 누군가 차를 빼 달라고 전화를 하면 알람이 울리는 종류의 안심번호였고, 전화를 하면 내 번호 노출 없이도 '곧 차를 빼주겠다'는 알람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였다. 


일을 하다 보니까, 개인 전화와 사업용 전화를 두 개 가지고 다녔다.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번호는 사업자 번호만이길 바라지만, 개인 번호로의 연락도 주고받을 일이 많아 늘 피곤함이 많았다. 때때로 개인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개인 번호로 연락이 오면 '어떻게 번호를 알았냐'라고 추궁하듯 물은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번호판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곳에 내 번호를 노출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인생도 때때로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드러내지 않고 꼭꼭 감추면 안심할 때가 생긴다. 그러나 그런 감추는 것이 과연 안전한 것일까. 안전해지면 안심할 수 있는 것일까 늘 고민이다. 안전하고 싶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많은 것들과 안심하고 싶어 갖추고 있는 많은 것들 사이, 내 일상은 그저 재밌게만 흘러가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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