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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Feb 10. 2024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고양이 합사 준비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8

다름이를 데려온 지도 한 달, 이제 슬슬 다름이가 책방에 머무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추석 연휴’라는 긴 공휴일을 앞두고 있어 책방에 계속 머물게 해야 할지, 집으로 데려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책방은 연휴라고 해서 문을 닫지는 않고, 추석에 내가 시골에 내려가거나 멀리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택배 업무가 끝나고, 쉬는 날도 겹치고, 굳이 책방에 가지 않아도 되는데, 다름이 때문에 매일 출근해야 하는 것이 버거울 것 같았다. 


게다가 이미 장기전으로 시작돼야 할 다름이와의 인연에서, 언제까지 책방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합사를 준비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다름이에겐 집보다 책방이 훨씬 좋은 환경일지라도, 언제 갑자기 책방을 그만둘 수도 있고, 또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차라리 지금부터 내 삶의 공간으로 다름이를 옮기는 것을 서두르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고양이들의 합사를 진행했지만, 늘 합사를 앞두고는 긴장의 연속이다.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고, 또 원치 않는 고양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려운 문제여서… 제발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랐다. 


우선 고양이 합사의 과정을 다시 상기해 보자.


합사의 시작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로 냄새를 교환하는 것이다. 그다음 냄새가 익숙해진 후에 서로의 존재를 알게 하는 것. 서로의 영역을 바꾸어 보기도 하고, 여러 모로 익숙해졌다고 싶을 때야 대면을 시작한다. 방묘문으로 겪리 된 공간에서 생활이 익숙해지고, 근처에서 간식도 먹고 놀이도 할 때쯤 방묘문을 개방해도 좋다. 호기심으로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가서 친해질 때 비로소 안심이다.


정석은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의 성향도 파악하면 좋을 것 같아, 예전 합사 때를 생각했다. 뚜름이와 구름이의 합사 때는 고양이 잘 모르던 2005년이어서, 그냥 바로 대면을 시도하고 한 공간에서 지내게 했는데, 덩치가 큰 구름이가 뚜름이를 한 번에 제압하고 바로 서열정리를 해서 편했다. 그 뒤로 구름이와 여름이 합사(이때는 뚜름이가 별이 된 이후라 뚜름이는 없었음)는 노묘와 아깽이의 합사여서 역시 냄새교환보다는 대면 및 공간분리로 합사를 시도했다. 공간을 아예 분리하는 것이 아닌 아깽이인 여름이를 하우스에 넣어 두는 것으로 진행한 것이다. 구름이가 처음에는 좀 싫어했지만, 금세 서열을 정리했고, 어렵지 않게 합사에 성공했다. 그 뒤로 아름이가 들어왔다. 아름이와는 공간을 완전 분리해 작은 방을 아름이만 쓸 수 있게 만들고, 그다음에 2주 정도 지냈을 때, 냄새 교환을 시작했다. 냄새는 문제없이 잘 교환이 되었다 싶었을 때 방묘문을 하고 문을 살짝 열어 서로의 얼굴을 보여줬는데, 평온한 구름이에 비해 잠깐 다른 고양이 얼굴만 본 것으로도 여름이가 난리가 나서 다시 격리, 방묘문으로 몇 시간 정도만 오픈, 다시 격리를 반복하다가, 며칠 정도 지나 슬슬 대면을 시도했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초긴장상태였는데, 의외로 1,5일 만에 여름이와 아름이가 절친이 되었다. 침까지 뱉으며 극도로 싫어했던 여름이와 달리, 아름이는 여름이가 침을 뱉건 하악질을 하건 상관도 안 하고 배를 까고 애교를 부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름이는 어차피 성격이 다른 고양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므로 되도록 공간분리와 냄새교환 등을 정석으로 하는 것이 좋겠고, 아름이는 다른 고양이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쉽게 가능하겠다 싶었다.


데려가기 전 집에서 공간 분리할 때 사용할 고양이 화장실을 새로 구입했다. 방은 분리할 수 없을 것 같아, 화장실을 격리 장소로 삼아, 그곳에 고양이 화장실, 모래, 밥그릇, 숨숨집을 넣었다. 


2일 전부터는 펠리웨이와 합사용 목걸이를 이용해 안정을 만들었고, 여름이와 아름이에게 질켄도 먹이기 시작했다.


이제 집으로 데려가 보자. 


집에 도착하자마자, 늘 마중 나오는 여름이에게 다름이를 들켰다. 덕분에 모든 합사의 정석이 깨져 버렸다. 화장실에 곧바로 격리했지만, 이미 존재의 유무를 알게 된 이상, 냄새 교환도 소용이 없었다. 자꾸 화장실 문을 열어 버리는 고양이들 때문이다. 화장실 문을 이렇게 쉽게 여는 고양이였다니 새삼 처음 알았다. 밖에선 여름이와 아름이가 문을 열고, 안에선 다름이도 합세해 문을 열었다. 어쨌든, 이렇다면 대면으로 그냥 부딪혀볼까? 구름이와 뚜름이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그게 빠를 수도 있겠다. 여름이와 아름이의 경우에도 그게 빨랐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만나 볼래?


하지만, 자기 합사 때 그렇게 애교를 부리던 아름이가 실은 엄청난 일진 고양이였다. 거기다 고양이들과의 사회성이라곤 1도 없는 행동을 하는 다름이 때문에 이 말 밖에 생각 안 난다.


어쩌지…



화장실에 격리된 다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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