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국 더 작은 칸을 차지하는 사람

고양이만 태울 건데 트위지면 충분하지 #08

by 김지선

“왜 이렇게 찾기 어려운 곳에 책방을 열었어요?”

책방을 처음 열었던 2018년 10월부터 코로나가 시작되던 때까지 비정기적으로 꽤 많이 들었던 말이다. 지하철역에서 가깝지 않고, 좁은 골목을 한참 들어와야 찾을 수 있는 곳이어서 책방에 와보고 싶던 손님들이 찾기 어려웠다는 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런 투덜거림이 썩 반갑진 않았다. 거대한 건물 사이, 복잡한 역세권, 그리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는 곳 말고 한가로운 곳에 책방 문을 연 마음을 사람들이 몰라주니 속상했다.


도시는 더 거대한 것을 꿈꾸고 있었지만,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는 거대해진 도시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가장 크고 가장 좋고 가장 비싼 것들을 쏟아내는 세상이지만, 어쩌면 이 도시를 숨 쉬게 하는 건 가장 작고 하찮고 사소한 것들이라는 걸 믿었기에 나는 커다란 책방이 아닌, 작은 책방을 열었다. 그래서 자동차도 작은 차를 좋아했다. 지금 내 차 트위지처럼 초소형 차가 좋았다.




IMG_3646.jpeg


12평의 작은 빌라에서 출발해 양방향으로 갈 수 없어 일방통행으로 이어진 작은 뒷골목을 통해 책방으로 향하는 길은 비주류의 공간을 탐험하는 것 같다. 비가 내리고 눈이 쌓이면 아슬아슬하게 골목을 채운 사람들 사이로 작은 차를 몰고 그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저항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작은 차는 어쩌면 세상이 무너져 아주 작은 도로들만 남은 세상이 온다면 그때 유일하게 도로를 달릴지도 모른다. 언젠가 ‘만차’ 표시가 된 어느 주차장에 들어서려고 할 때, 주차 관리 요원이 이 차는 세울 공간이 있다며 문을 열어주던 때처럼 말이다. 주차 칸을 많이 만들려고 구석구석까지 만들어 놓은 경차 공간에, 작은 경차까지도 들어가기 버거운 그런 공간에도 쏙쏙 들어가는 트위지는 결국 마지막 남은 주차 공간을 차지한다.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을 다 팔아도 서울에 작은 아파트 한 채 사지 못하는 처지지만 내 몫의 12평 작은 빌라가 있고, 6평짜리 작은 오피스텔이 있고, 6.5평의 작은 책방이 있고,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2인승 작은 차 스마트 포투가 있는 삶은 거대한 도시를 땅따먹기하듯 여기저기 나의 흔적들을 퍼트린다. 모두 합쳐야 아주 작은 공간이어도 결국 더 작은 칸을 차지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뜻하지 않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