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탈 거면 스마트 포투가 내 취향 #07
여유로웠던 일요일 오전, 차가 거의 없는 한가한 왕복 8차선 도로의 신호등. 양쪽 차선엔 나란히 선 차가 없었고, 횡단보도 신호에 건너는 사람도 없었다. 약속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까지 무척이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긴장이 없어서였을까, 신호가 바뀌는 순간 갑작스러운 “쿵” 소리에 놀랐다.
“뭐지?”
“뒤에서 박았나?”
몇 초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금세 사이드미러를 보고는 뒤에서 박은 것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여유로운 도로였는데 왜 하필 뒤에 차가 있었던 걸까.
더 멀리 바라보고, 더 앞서 생각해야 하는 세상에서, 멈춰 있는 잠깐의 휴식에는 모든 감각을 쉬어가길 바라지만, 우리는 그 순간에도 앞뒤옆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아직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봐야만 한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있었던 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어떤 일이든 벌어지지 않을 일도 많으므로, 늘 긴장해야만 한다.
차에서 내렸다.
“사고가 났나요?”
뒤 차의 운전자와 동승자는 내리고는 사고가 있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사고가 있었으니 대인과 대물을 접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마도 일요일 오전, 여유롭고 나른한 대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브레이크를 밟았던 발이 조금씩 느슨해지면서 차가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앞차와의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어 보이진 않았는데, 참으로 의아했다. 후방 블랙박스를 보면 누가 봐도 서 있는 차를 뒤에서 달려와 쿵 박은 거로만 보이는 상황에서 자기가 박았냐고 물어보는 건 희한했다.
직업병이 발동했다. 지금 내 상황으로 글을 쓴다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뜻하지 않은 사고가 불러오는 다음 사건은 어떤 일로 이어지면 재밌을까. 뭐든 나쁜 상황에서도 이 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직업병이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 3~4시간이 지나면서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다. 토할 것 같았고, 목과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머리가 아팠다. 월요일 오전에 바로 휴가를 내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직업병을 운운하기 어렵게도 정말 많이 아파서 생각이란 걸 하기 어려웠다. 일주일쯤 지났을 땐, 얼굴 통증이 심했고, 밤새 잠을 뒤척일 만큼 목과 허리 통증도 심했다.
“그냥 뒤에서 쿵 받았어요.”라고 말했지만, ‘별거 아닌 사고’는 없었다. 아무리 작은 사고여도 그 사고에 당한 사람은 어떤 피해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모든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고, 또 수습이 가능하긴 하지만, 수습과 상관없이 사고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예상도 하기 어렵다.
이 사고는 스마트포투를 산 후 내가 겪은 첫 사고였다. 차를 고치기 어렵고, 브라부스는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다 보니, 혹시라도 사고가 난다면 차를 폐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사고가 났을 때, 내 몸이 아닌, ‘자동차 괜찮을까?’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병원을 먼저 가야 하는 걸 알았지만, 자동차 검사를 먼저 받으러 갔다.
특이한 자동차가 무엇인지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공식 서비스센터가 없고, 이런 사고에 보험 처리가 가능한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찾기 어려운 게 바로 특이한 것이 아닐까. 스마트포투는 서비스센터가 없고, 이 차를 잘 안다는 몇 곳의 정비소가 입소문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로 수리하는 것보다 직접 수리하겠다고 하고 보상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차를 점검하는 것부터가 사설 수리업체에서 비싸고, 보험 처리가 가능한 정비소는 특히 더 비싸기 때문에 보험사조차도 금액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내길 바란다.
유독 추웠던 2024년 겨울. 나도 자동차도 골골대면서 여기저기 다니긴 했지만,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일정의 돈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몸이 아프다. 차차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