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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Oct 24. 2024

돌멩이에 맞아 깨진 건 유리창일까 내 마음일까

가끔 탈 거면 스마트 포투가 내 취향 #06

신나던 마음을 한순간에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있다. 우산 없이 길을 걷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때,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다가 사소한 다툼이 발생했을 때, 즐겁게 놀고 있는데 안 좋은 뉴스 기사를 접했을 때…. 그리고 갑자기 끼어든 차에서 날아온 돌멩이에 유리창이 깨졌을 때가 그랬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쭉 뻗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중, 급 차선을 바꾸며 엔진음을 크게 내던 앞차가 지나갈 때 바퀴에 튕긴 작은 돌멩이가 유리창에 박혀 유리가 깨졌다. 험한 자갈길도 아니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달렸을 뿐이고, 과속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뭘 한 건 하나도 없는데, 누군가가 급하게 달려가며 튕긴 돌멩이에 유리창이 깨질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더군다나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 일부로 돌멩이를 던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확실하게 내 차를 타깃으로 유리창을 깨지게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급 차선을 바꾼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우연일 뿐.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험도 경찰도 모두 피해를 확인했지만 가해를 확신할 수 없어서 깨진 유리창은 직접 고쳐야만 했다.


마치 내 마음처럼


손가락만 튕겨도 깨질 것 같은 얇은 유리 같은 마음을 가질 때가 있었다. 숨만 쉬어도 깨질듯해 무엇도 하지 못했다. 그 마음이 힘들어서 단단해지고 싶어 쉽게 깨지지 않는다는 강인한 유리를 갖기 위해 보호장비를 덧대었다. 우선, 상처받지 않는 것보다 상처를 받아도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게 툭툭 털고 일어나는 자존감을 장착했다. 그 다음엔 타인의 상처를 되돌려 주는 거울 같은 반짝거림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힘들어도 힘을 낼 수 있게 위로와 용기를 덧붙여 유리를 강인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순간 날아온 별거 아닌 작은 돌멩이에 상처를 입고 깨졌다. 그러나 이미 강하게 변한 마음은 그 상처를 빠르게 극복하여 금세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자동차에 생긴 상처도 그랬다. 작은 돌멩이가 가져온 상처는 며칠 내로 유리의 흠집을 메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처를 치료했다. 이런 상처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다음에 또 깨지더라도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어 금방 잊었다.


다만, 유리창에 생긴 상처는 빠른 복구가 최선이다. 자동차에 생긴 작은 상처는 며칠 내로 흠집을 메우면 아무 문제 없이 다시 비바람을 맞아도 끄떡없겠지만, 빠르게 고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더 깊은 상처로 변한다. 작았던 흠집이 점점 커져 걷잡을 수 없게 깨질 수 있다. 마음의 상처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작았던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그대로 놔두면 상처가 점점 커져 걷잡을 수 없게 망가진다. 복구할 수 없게 마음이 와장창 깨질 수 있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 절대 깨지지 않는 마음도 없고, 절대 깨질 수 없는 유리도 없다. 지금은 깨진 곳을 보강하고, 앞으로 같은 상처를 입지 않게 단단하게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또 어디선가 날아온 돌에 유리가 깨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큰 돌에 맞아 유리를 통째로 갈아야 할 만큼 커다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또 그때, 깨진 만큼 나는 더 단단한 마음을 장착할 것이다. 





깨진 유리를 복구하던 모습


살짝 깨진 유리는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유리복원으로 쉽게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더군다나 주변에는 이런 일을 해주는 업체가 정말 많다. 그만큼 자동차 돌빵은 흔한 일이라는 것. 다만, 모든 상처는 혼자 수리하려고 하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상처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맡겨야 빠르고 쉽고 안전하게 고칠 수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다쳐 스스로 복구가 어려울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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