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탈 거면 스마트 포투가 내 취향 #05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는 구석이 많았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여기저기 고장 난 부분이 많았고 계속해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처음 이 차를 샀을 때 이미 연식이 오래된 상태였기에 여러 불편함이 많을 거로 예상했다. 스티어링 높낮이 기능이 없는 것, 오토라이트가 아닌 것,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것, 시트 높낮이 조절이 안된다는 것 등등 최신형 자동차에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없어서 불편함이 있을 것을 알았다. 항상 신차 혹은 신차에 가까운 차만 탔어서 그랬을까. 이미 여러 소유주를 거치면서 어떻게 정비를 했을지 모르는 상태의 자동차는 각종 불협화음을 불러왔다.
첫 문제는 차를 산 지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 엔진 경고등이 뜬 것이다. 결국 이 일로 수도권의 스마트 포투를 정비해 주는 여러 정비소를 알게 되었으니 그건 참 다행인 사건이라 생각한다. 세 군대의 정비소를 갔는데, 한 군데는 엔진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고, 한 군데는 체크해 보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강압적으로 당장 교체 안 하면 안 된다고 하던 업체 말을 듣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정비를 받았던 건 신의 한 수였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닌다. 엔진 문제가 해결된 후에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보다 큰 일은 없었다.
두 번째로 큰 문제라면, 조금 큰 노면굴곡을 만날 때, 약간의 충격에 센터패시아의 전원이 꺼진다는 것이었다. 모니터 화면도 꺼지고, 충전 전원도 사라지고. ‘펑’ 소리와 함께 센터패시아가 연결된 시거잭의 퓨즈가 터지는 거였다. 처음엔 무슨 문제인지 몰라서 정비소에 방문해 보았는데, 퓨즈가 나간 거라는 말을 듣고 퓨즈를 교체한 후, 여분의 퓨즈까지 받아 왔다. 그 뒤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퓨즈가 나갔다. 당황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차량 퓨즈 교체하는 법을 확인한 후, 퓨즈를 교체해 사용했다. 또 얼마 후 퓨즈가 나가자 이제 아예 대량으로 퓨즈를 구매해 차에 넣고 다니며 바로바로 교체했다.
이 차를 타기 전까지, 자동차에 퓨즈의 존재를 몰랐고, 퓨즈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지 못했고, 퓨즈를 직접 교체할 수 있다는 것조차 생각도 하지 않았다.
퓨즈를 고치는 것쯤이야. 뭐. 이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다. 아니, 어쩌면 하나의 문제에 가려져 다른 문제들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문제들은 늘 그랬다. 당시 마음에 가장 쓰이는 부분이 도드라져 큼직하게 보였다.
연식이 오래되고, 여러 소유주를 거친 만큼 자동차는 고쳐야 할 것들이 계속 생겼다. 블랙박스를 교체해야 했고, 하이패스를 설치해야 했고, 센터패시아의 내비게이션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라인 정리를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퓨즈가 나가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다 문득, 인생도 자동차와 같다고 생각했다.
인생도 늘 그랬다.
연식이 오래될수록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많았다. 같은 상황에도 자주 넘어졌고, 별거 아닌 일에도 크게 마음을 다쳤다. 처음엔 조금 망가졌던 부분이 고치기 어려울 만큼 아플 때도 있었고, 피로회복제를 아무리 먹어도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아직까진 예전에 비해 체력이 약해졌다고 느낄 뿐, 크게 아프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진 괜찮았던 문제라도, 언젠가는 약해질 때가 올 테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고쳐서 괜찮아지는 부분이 많았지만, 언젠가는 그마저도 하지 못할 때가 될 것이다.
체력을 회복할 수 있고, 고쳐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