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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uchau Oct 12. 2015

Emergent Gameplay, MMO의 새로운 대안

게임 디자인 이야기


Emergent Gameplay?

 지난 GDC Online 2012 (무려 3년전 포스팅이 최신이다)에서 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Emergent Gameplay"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던 중 MMOG에서 항상 이슈가 되는 만렙 이후의 컨텐츠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포스팅은 출발하였다. 


 먼저 Emergent Gameplay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고 가야 순서가 맞을 것 같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창발적/창발성으로 번역되는 '이머전스(Emergence)'라는 것은 


 구성요소가 개별적으로 갖지 못한 특성이나 행동이 구성요소를 함께 모아놓은 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


 가장 쉬운 예로 흰개미들은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지만 그 집합체는 다른 개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집을 짓는다. 하지만 이 창발성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오!!! 개미 따위가 저렇게 복잡한 집을 짓다니', '뭐야 겨우 굴 만드는 게 뭐?' 과 같이 다양한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통 이머전스를  이야기할 때 이것이 이머전스다 라고 하기보다는 여기에는 이머전스가 있다 없다 로 이야기한다. 


 게임에서 예를 찾아 보자면 PC방의 맹주 LOL을 들 수 있다. 우리들은(나는 잘 못함) 매일 같이 방을 잡고 같은 맵에 똑같은 형식의 게임을 한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플레이를 하는 듯 보이지만 똑같은 스킬과 아이템 트리를 가지고 영웅들이 사용하는 스킬 사용 타이밍과 사용 위치 그리고 어떤 대상을 선택하여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항상 달라지게 된다. 의도적으로 같은 상황은 연출하려고 하더라도 사람이라는 변수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흰개미가 땅 파기 스킬만을 가지고 있는 영웅이라고 생각하면 언제 그리고 어디에 이 스킬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복잡한 굴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복잡하게 만들어낸 개미굴은 우리들이 말하는 게임 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컨텐츠에 Emergent Gameplay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많은 MMORPG에서 만렙 컨텐츠의 대안으로 내놓는 컨텐츠 중 가장 많은 것이 PVP 다. 하지만 아쉽게도 레벨 높은 녀석들을 편 갈라서 싸움 붙여 놓으면 어떻게든 놀겠지, 낚시하는 마음 반으로 만들곤 했을 것이다.(고백) 대부분의 형식을 보면 방을 잡고 몇 대 몇 경기장에 편을 나누어 밀어 놓고 랭킹 시스템으로  경쟁시킨다. 몇 년 전까지는 FPS를 기본으로 만들었다면 요즘은 최대한  LOL처럼 만들자 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창발적 플레이가 가능했던 LOL의 형식을 가져오면 MMORPG에서도 사람들이 동일한 게임 플레이라고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Penny Sweetser의 <Emergence In Games>을 보면 Emergent System의 공통적인 요소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 Entities                         하위 레벨의 엔티티나 에이전트들이 시스템을 구성

- Rules                             엔티티들 사이의 상호작용 규칙

- Dynamic                       계속해서 엔티티들의 조건을 변경 

- Large State Space      가능성 있는 큰 구성

- Regularities                 영속적이며 순환적인 구조나 패턴

- Self-Organizing           하위 레벨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드러나게 되는 구조


 Entities와  Rules는 게임의 기본적이 되는 요소이다. 영웅이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스킬 사용 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라고 한다면 여기서 스킬이 하나 하나가 엔티티가 될 수 있고 스킬을 사용하는 조건이 바로 룰이 된다.  


 Dynamic 요소는 스킬을 사용하는 위치나 이전에 사용한 스킬 혹은 다른 플레이어의 스킬에 따라 혹은 다양한 성격에 따라 자신의 플레이가 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다이나믹 요소 때문에 매번 비슷하게 보이는 게임 플레이를 하더라도 매번 다른 상황이 연출되어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플레이 경험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연적 요소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Large State Space 경우엔 가능성 있는 큰 구성이라고 직역했지만 게임 속의 예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LOL에 왜 이렇게 챔피언이 많은 것인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라이옷에서 스킨 팔아 돈 많이 벌려고 했을까? (그건 물론이지만) 수 많은 영웅들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여 그들에게 있어서 게임 플레이가 자유롭다 라는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들을 계속 추가 될 것이라고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자유의 느낌은 플레이어에게 자기 주도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루리웹에서 발견한 무릎을 탁치게 하는 댓글

 SONY의 존 스메들리가 예로 들었던 '아이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사주면 몇 시간 만 에 흥미를 잃어버리지만 텅 빈 종이상자를 주면 며칠 동안  재미있게 놀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면 자기 주도적이라는 느낌뿐만 아니라 궁극에는 실제로 자기 주도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야 게임이  장수할 수 있다.


 Regularities, 규칙적 패턴, 규칙적임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영속적(Persistent)인 순환 구조나 패턴을 말한다. 지속적으로 게임 플레이하게 하는 구조와 플레이어의 플레이 내용을 저장하거나 플레이어의 경험이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것을 말한다. 이 요소는 LOL 보다는 MMORPG 에 더 유리한 예제지만 LOL도 전적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MMORPG는 기본적으로 영속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순환할 수 있는 구조나 패턴 부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Dynamic이나 Large State  Space에서 단순 반복이나 그 구조나 너무나 뻔해 보이면 플레이어는 금방 질리게 된다. 


 마지막 Emergence에서 가장 중요한 Self-Organizing, 자기 조작화 요소이다. 자기 조직화는 불균형 상태에 있는 시스템이 구성요소들 사이의 집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화된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상호작용을 통해 혼돈 상황에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낸다. 자발성이 높은 시스템은 하위 단위 엔티티들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면서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우연의 발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격형 챔피언이 적극적으로 선제공격을 하여 도망가게 하고 다른 챔피언은 후퇴하는 길목에서 기다렸다 메즈기를 사용하여  도망가던 챔피언을  몰살시킨다. 여기서 챔피언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서로 협력하여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양상을 바꾼다. 하위 단위의 낮은 엔티티는 챔피언들을 조정하는 플레이어라면 플레이어들의 협력이 바로 상호작용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플레이어 스스로 실력이라는 질서가 만들어지게 된다. 거기에 따라 다양성이 증대되어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플레이어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전체적인 양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자기 조작화이다. 


 위와 같은 기준으로 보아도 LOL은 창발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는 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LOL의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MMORPG에 옮겨 만렙 컨텐츠로 제공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단순한 게임 플레이 구조 이식에 대해서 나는 매우 부정적이다. LOL스러운 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LOL을 하거나 Dota를 하겠지. 


MMORPG 에서의 창발적인 게임 플레이

 초기에 리니지가 만들어졌을 때 의도였던 의도가 아니었던 시스템에서의 통제나 개입이 적어 플레이어들은 자생적으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플레이를 하였고 이런 요소가 아직도 리니지를 빠져 들게 하는 큰 요소 중 하나였다. 리니지 1편이 아직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자유도' 일 것이다. 때로는 유저들에게 모든 권한과 자유를 부여하다 보니 통제나 라인 등의 나쁜 문화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자유도가 와우나 다른 와우 라이크한 게임들의 수명이 줄어드는 지금 자유도가 장수의 비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자기조직화에 관한 연구>를 보면서 '무한도전'과 리니지가 비슷한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행위자들 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양의 되먹임을 통해 자기강화되어 자기 조직화하며 창발적 질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자율성을 제한적으로 통제했던 것에 비해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높은 자유도와 상호의존성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통해 우연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제작방식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런 제작 방식으로 창발성이 극대화되는 자기 조직화가 '무한도전'에서도 나타나 국민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리니지가 의도하지 않은 자유도 증진으로 효과와 역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MMORPG는 무한도전과 같이 의도를 가진 전략적인 우연의 생산방식을 통해 창발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 같은 게임을  만들자!"라고 하면 웃긴가?


플레이어에게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구축하도록 장려하는 "창발적인 게임 플레이"가 다음 세대에 성공하는 MMO를 규정할 것


 인용한 존 스메들리의 말처럼 진정한 플레이어의 자유와 자신만의 경험을 구축하기 위해 플레이어의 자생적인 플레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컨텐츠가 게임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브 온라인 CCP의 시니어 디자이너 Matthew Woodward, CCP Online's three design pillars for sandbox MMOs 
SOE President John Smedley의 Free-to-play: Driving the Future of MMOs   (번역) 밝은해 노트
휘청거리는 스타워즈가 시사하는 미래는 자유롭고 개방된 온라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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