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영화
1988년 1월 27일
우뢰매를 보러 도봉극장에 갔다. 델리. 보미. 에스포맨. 김박사. 엄박사 등이 나왔다. 델리가 참 예뻤다. 그런데 언니는 이티엄마가 더 예쁘다고 하였다. 에스포맨이 참 멋있었다. 에스포맨에게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또 에스포맨 목소리가 참 좋았다.
2007년 4월 29일
J양이 일하는 00극장에서 극락도살인사건을 봤다.
명동엔 멋진 남자들과 예쁜 여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가는 모습으로 그득했다.
다들 백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한낮의 명동이 사람으로 꽉 차있다.
정작 나는 동행이 없었다.
뒤늦게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영화가 입소문을 탄탓에 사람이 많다.
옆자리에 커플이 아닌 남자가 혼자 앉아있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것도 잠시. 그 사람의 무릎에 팝콘과 콜라 라지 사이즈가 올려져있다. 딱봐도 영화 오타쿠같았다. 내가 남자 없이 혼자면 혼자였지 영화나 예술에 싸이코처럼 심취한 사람은 싫다.
영화는 소문대로 무서웠다.
겁쟁이면서 기어코 혼자 극락도를 본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서도 공포영화 잘 볼 수 있다고.
나는 성장했노라고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2015년 8월 28일
남편 쉬는 날이라 집 앞 롯데시네마에서 "베테랑"을 봤다. 암살을 재밌게 봐서 당분간 영화 볼 생각 안했는데 남편 눈치가 보여서 그냥 봐줬다. 유아인 연기가 신들린 듯 했다. 그래도 난 지난 주에 본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 하정우를 못잊겠다. 오늘 베테랑 보고 상영관 나오면서 잠깐 생각하니까 남편이랑 하정우랑 왠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김수현도 유아인도 절대 아닌데 하정우와 우리 남편은 분명 닮은 데가 있다. 지난번 '베를린' 과 '황해'에서 하정우를 봤을 때도 분명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이지.
남편은 멋지다. 남편은 하정우다. 나는 남편을 좋아한다....주문을 건다.
★브런치 독자들에게
언니랑 본 영화. 혼자 본 영화. 남편이랑 본 영화.
앞으로 남편 아닌 남자와 영화 볼 일이 있을까요.
....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