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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Sep 04. 2023

공교육이 멈추면 공교육이 회복될까

오늘은 공교육 멈춤의 날 또는 공교육 회복의 날이다. 교육부의 압박으로 재량휴업은 철회되었지만 선생님들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개인휴가 또는 병가를 사용하여 49일 전에 사망한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추모 행사에 참가하신 것 같다. 이른바 연가 투쟁.


나는 이 사건을 겪으며 스물에서 서른 명이 되는 학생들을 한 반으로 맡고 있는 선생님의 책임감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교사는 한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거창한 사명감까지 가지 않더라도, 매일 같이 등교하는 아이들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쉽사리 대체할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그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모를리 없는 선생님들이 연가 투쟁을 벌이면서까지 이렇게 실력 행사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사 사회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들었다. 지켜야 할 곳은 교실이지 거리가 아니다. 지켜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지 우리들의 자존심이 아니다. 그 말씀도 틀리지 않다.


학부모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교사(학교)-학생(학부모) 갈등으로 비화될 문제가 아닌데, 구도가 그렇게 형성됐다. 학교 측에선 내심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가정보육을 해주길 바라는 듯한 뉘앙스의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그런 의사결정이 뚝딱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이 어느 것도 확실한 게 없는 상황에서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행정과 정치의 빈 자리에는 사적 대립만 남게된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손을 놓고 아무 일도 않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듯 하고.


오늘 학교 안 간다고 신난 첫째 아이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지.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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