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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는 인간

40대 아저씨가 25학번 후배님들께 드렸던 말씀

by 총총파파 다이어리

감사하게도 모교 학부대학에서 불러주셔서 21년 차이나는 25학번 후배님들께 짧게 몇 마디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기록 삼아 공유해봅니다:


자기 소개


저는 198*년 **월에 대구에서 태어났고요, 대구에서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2004년도에 이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는 이제 신촌 캠퍼스였죠. 입학해가지고 그때는 사회계열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회계열로 1년을 보내면서 전공을 결정해야 되는데, 그때 1학년 1학기에 들었던 정치학입문 수업을 이제 김**, 김**, 진** 교수님의 팀티칭으로 들었어요.


왜 웃죠? (웃음) 아, 진** 교수님이… 아직도 계세요? 꼭 안부 전해주세요. 제가 많이 기억납니다. "연대생들은 달라야 한다. 연정은 더 달라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고, 제가 인상적이었던 거… 당시에는 혹시 신촌 캠퍼스 가보신 분 있나요? 네네 좋습니다. 거기… 근데 지금은 이제 차가 통행이 안 되죠. 그때 예전에는 이제 차가 다녔어요.


혹시 한국어가 불편하신 분 있나요? 영어가 더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네, 한국어로 하겠습니다. (웃음)


그 백양로에 이제 차가 통행할 수 있었는데 택시를 타고 온 학생들이 중간에 차를 세워서 내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러면 어떻게 되죠? 차량 흐름이 뒤에 막히죠.


근데 어느 날 수업을 딱 시작하는데 진** 교수님이 "너희 혹시 백양로에 택시 타고 다니는 애들 있니? 중간에 세우지 마라. 그건 연대생답지 못하다. 아무래도 연정이라면 그러지 마라.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된다. 연정은 그런 행동 하지 않는다." 그런 말씀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그때 정치학입문 수업 들었는데 A+가 나왔습니다. 그래가지고 전공은 정외과로 결정했습니다. 단순하죠. 그렇게 해서 정외과를 다녔는데 정말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 저는 그때 정치사상 수업 많이 들었어요. 김** 교수님 수업이랑 지금은 퇴임하신 장** 교수님 수업 많이 들었고, 그때 고대 중세 서양 정치사상, 현대 정치사상, 근대 민주주의 이런 것들을 많이 들었었고…


그러면서 차츰 느끼게 되죠. 이 수업을 듣다가 내가 밥줄이 끊기겠구나. 취업을 못하겠구나. 그래서 경제학 이중전공을 합니다. 왜냐하면 뭔가 저의 옵션을 늘리고 싶었어요. 취업을 하게 됐을 때 저희 과보다는 그래도 경제학과가 조금 더… 그런 알량한 생각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2006년도에 제가 제43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을 했었고요, 너무 학교 생활이 재미있었어요. 그래가지고 재학 중에 군대를 안 갔어요. 학교 다닐 때 혹시 여기 군 복무를 마치고 온 학생이 있나요? 아, 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군대와 로스쿨


저는 이제 학부를 졸업하고 당시 이제 또 주변에 공군 학사장교로 이제 군역을 해결하는 트렌드가 좀 있었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던 선배들이 그렇게 많이 갔어요. 그래서 이제 시험 보고 공군 장교가 됐고요. 공군 장교는 복무기간이 40개월… 4개월 훈련을 받고 3년을 복무를 했고, 3년차가 되니까 막막하잖아요. 이제 저는 군역을 마친 26-27살의 신체 건장한 남자로서 아무런 직업이 없는 신세가 되는 거니까.


그래서 군대 전역하던 마지막 해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교수님도 찾아가고, 이제 이미 취업해 있는 친구들을 찾아가서 물어보고, 그리고 고시를 볼까… 그때는 PSAT라는 게 있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PSAT… 지금도 있나요? PSAT도 보고 취업 서류도 내고요. 그리고 대학원을 갈까 하면서 이제 대학원에 석사 과정에 있던 친구도 만나고 그런 많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고등학교… 제가 대구라고… 대구 **고등학교라고 말씀드렸죠. 고등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친구가 이제 **대학교에서 법학과 학생이었거든요. 저한테 "세희야,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한번 지원해보지 않겠니?" 해가지고, 저는 "친구야. 나는 학부 때 법학 전공 수업도 안 들었고 법을 잘 몰라. 기본적으로 법을… 싫어해. 나는 판사들을 믿지 않아. 검사도 이상해, 다 정치검사인 것 같아." 그랬죠.


그 친구가 "허튼소리 하지 말고 리트(LEET)라는 게 있으니까 그 시험을 쳐봐라. 그러면 네가 그게 잘 맞는지 잘 안 맞는지 알게 된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장교니까 주말에 남는 게 시간이잖아요. 리트 기출을 풀어봤죠. 오, 점수가 괜찮게 나왔어요. 그래서 "그럼 해볼까" 해서 그 해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운 좋게 **대 로스쿨에 합격을 했고, 입학을 딱 했더니 주변에 엄청 준비를 많이 한 학생들이 있는 거예요. 특히 학부 법대에서 사법시험 두세 번 보고 2차까지 갔던 친구들도 많고, 부모님이 법조인이시고 어릴 때부터 법조인의 꿈을 키워왔던 친구들도 많고… 그 120명이랑 같이… 100명인가 120명이랑 같이 있으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나는 왜 여기 있을까?" 근데 또 벌써 들어왔는데… 근데 또 어떻게 해야 돼요? 호랑이 등에 타면 어떻게 돼요? 일단 가야 되잖아요.


로스쿨에서의 문화 충격


그래서 로스쿨 1학년 마치고 인턴십을 나갔는데요, 로펌에 지원해서 로펌 가서 인턴십도 해보고 회식도 하고 막 정신없이 그랬어요. 그렇게 해서 졸업을 했고 운 좋게 변호사 시험 붙었고, 그다음에 졸업하고 이제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에서 이제 변호사로 첫 일을 시작했고요.


그 로펌은 굉장히 형사소송을 많이 하던 곳이었어요. 형사소송을 많이 한다는 거는 이제 피의자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피의자를 많이 만나는 삶을 1년 2개월 정도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현타가 오더라고요. "나는 변호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또 이런 생각 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일개 소속변호사다 보니까 저는 고정된 월급을 받았었고요. 그래서 당시에 이제 신문을 많이 보고 있었는데 스타트업이라는 게 이제 그때 한참 이제 한국 회사들이 많이 상장했었거든요. 토스, 쿠팡, 배민, 컬리… 지금은 이제 너무나 유명한 서비스들. 그래서 그걸 보고 "나는 저 길로 가야겠다."


근데 또 바로 스타트업에 가는 용기는 없어가지고 큰 기업 가서 스타트업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 해서 이제 한화생명으로 가게 됐고, 한화생명에서 한 6년 동안 일을 하고 지금은 정말 스타트업으로 와서 스타트업에서 법무 그리고 운영을 총괄하고 있어요. 사무실은 역삼동에 있습니다.


이게 이제 저의 일련의 학부 때부터의 여정을 소개했고요. 조금 더 저의 소개를 드리자면, 로스쿨 3학년 때 만난 여성분이랑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가지고 아이가 둘이 있고요,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 입니다. 저의 취미는 러닝이랑 테니스고요.


근데 로스쿨에 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뭔지 아세요? 성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거였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그걸 당하는 줄 알았지, 로스쿨 가서 그걸 당할 줄은 처음 알았어요. 근데 또 재밌는 거… 법대 출신 애들은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서열… 오더라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요.


지금은 로스쿨 시스템이지만 예전에는 사법연수원 시스템이었거든요. 사법연수원에서는 사법시험을 본 학생들이 들어와서 2년 동안 트레이닝 받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또 시험 많이 봐요. 연수원에서 그 시험 성적을 가지고 1등부터 마지막 등까지 줄 세운 다음에 고르는 거거든요. 판사, 검사 이렇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로스쿨 1학년 때 중간시험 마치고 이제 첫 수업 들어갔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세희야, 너 몇 점 받았어?" 이러는 거예요. 점수… 깜짝 놀랐어요. "그걸 네가 왜 물어봐?" 이게 궁금해서… 그리고 한 학기 끝나고 두 학기 끝나고 성적이 이렇게 나오는데 석차도 되게 궁금해하더라고요. "세희야, 너 몇 등 했어?" 그런 거죠. 그게 너무 적응이 안 됐었고, 석차가 높으면 인격적으로도 높은 사람 취급을 하는 것도 이상했어요.


그래서 힘들어서 유급을 하거나 자퇴하는 친구도 많았지만, 전 정외과에서 길러진 또 저희만의 자존감… 그 자존감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인포메이셔널 미팅


오늘 여러분께 사실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저는 약간 충격과 공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만약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가지고 20대에 대학생활을 보낸다면 굉장히 불안할 것 같거든요. 왜냐하면, 여러분 AI 얘기 많이 들어보셨어요? 여러분 아마 많이 사용하고 계시죠? AI 사용 안 하시는 분 있나요? 다 사용하고 계시죠?


그냥 원래 이런 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AI가 없던 시대에 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때는 교수님의 강의록이 너무나 중요했어요. 그리고 전년도에 선배가 들었던 수업 자료가 너무 중요했어요. 시험 족보가 너무 중요했어요. 왜냐하면 똑같이… 계속 하시고… 요즘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되게 정형화돼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때는 글로벌의 어떤 변화나 충격이 저에게 와닿지 않았어요. 지금은 좀 다를 것 같아요. 어떠세요?


그래서 저는 그거에 대해서 좀 많이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상으로 제 소개를 마치고, 그러면은 질문을 한번 받아보려고 합니다. 질문을 받겠습니다.


제가 이 정도까지 말씀드렸기 때문에 한 5분 정도 질문을 받고, 그 질문을 제가 대답을 하면서 혹은 고민이 있으시면 주시면 그걸 대답하면서 얘기를 이어가보고자 합니다. 먼저 질문 주세요. 네.


질문들


"로펌이나 이렇게 회사에서 업무 관련 일을 하시면서 어떤 학부생 시절에 정치학이나 경제학에 대해서 배웠던 것들이 뭔가 영향을 준 게 있는지…"


왜요? 영향이 없으면 전공을 바꾸시려고요? (웃음) 좋은 질문입니다. 살면서 정치학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됐냐라는 질문으로 이해했습니다.


또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사실 저희가 오늘 보고 안 보는 사이 아닙니까? 아닌가요? 아니죠. 여러분들이 정외과 다 졸업을 하고 연정의 밤 이런 행사에 나오시면 만날 수도 있죠. 그리고 역삼역 근처에서 일을 하게 되면 만날 수도 있고… 아, 저는 대학 때 특강 오신 분들 연락처 달라고 해가지고 꼭 밥을 먹었습니다. 찾아가가지고… 그렇게 하면 또 인연이 이어질 수도 있고요.


질문 없으신가요? 힘들었던 부분… 알겠습니다. 뭔가 면접을 보는 느낌이네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얘기해주세요." 잘 알겠습니다.


또 있습니까? 질문 말씀해주십시오. "만약에 로스쿨로 시작해서 지금의 이어진 삶이 아니면 또 다른 걸로 어떤 꿈을 가지실 수 있을…" 평행우주에 너는 어떤 모습일 것 같니? 다른 꿈이 있었다면… 네, 좋습니다.


제가 40분 정도 시간이 있고, 아마 여러분들 혹시 오늘 누가 온다고 그 인포메이션을 받았나요?


네. 그러면 저도 학부생 때 그랬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에요. 제가 여러분이었다면 미리 질문을 생각해왔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저도 학부생 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근데 지금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오늘 40분 동안 여러분에게 한 가지 단어를 좀 입력해드리고 싶은데요. 그래서 이 문을 닫고 나갈 때 여러분들이 "아, 이 단어를 생각해야겠다"라고 좀 가져가셨으면 좋겠는데, 그 단어가 뭐냐면요… 인포메이셔널 미팅이에요.


여러분이 정보를 얻는 게 꼭 책이나 문헌에만 있지 않습니다. 사람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근데 그러려면 여러분이 준비를 많이 해야 되고, 좋은 질문을 이끌어내야 되는 훈련입니다.


그게 왜 중요하냐면 여러분들은 이제 AI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사람이랑 일을 할 거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되고, 짧은 시간 내에 그 정보를 파악해야 되는 상황이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기술을 좀 많이 익혀야 된다… 앞으로 다음 주, 그다음 주도 이 특강에 연사로 몇 분이 더 오실 것 같은데, 그걸로 좀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생각을 좀 바꿔보면 대학에서 듣는 렉처라는 거… 강의… 교수님이 있으시고 강의를 해주신 거고, 사실 반대로 바꿔보면 여기 계시는 학생분들이 그분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거거든요. 똑같은 시간을 쓰지만 얼마나 양질의 압축되고 농축된 정보를 얻느냐가 여러분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거를 좀 생각해주세요.


그게 비슷합니다. 이제 인턴십도 하고, 대학원 가실 분도 있고, 로스쿨 가실 분도 있고… 그 전형 중에 뭐가 있죠? 프로세스 중에 인터뷰가 있죠. 그 인터뷰가 어떤 겁니까? 시험인가요? 내가 그걸 통과해야 되는 시험인가요? 형식은 사실 대화입니다. 그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그 사람한테 나에게 호감을 주고, 내가 요구하는 어떤… 검증하고자 하는 역량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오고 갈 텐데, 그걸 빠르게 캐치하고 그 미팅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능력이 되게 중요해질 것 같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모든 미팅은 인포메이셔널 미팅이 돼야 된다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년 전 머리가 꽃밭이던 그 시절


먼저 말씀드리면 사실은 제가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이 됐습니다. 몰랐어요. 2004년도에 제가 **대학교 사회계열 신입생이 돼서 대한민국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저는 그때 몰랐어요. 여러분은 아시나요?


20살에 대부분 아마 대한민국 고등학교를 졸업하셨을 것 같은데, 입시 경쟁이라는 걸 끝내고 신촌에… 아니 인천에 와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앉아 있는 거의 의미를 혹시 이해하시나요?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 기억하시나요? 그게 굉장히 이슈가 된 적이 있었어요.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는 되게 충격받았어요. 왠지 아세요? 왜 충격받았는지 혹시 아는 분 있으세요? 모르겠죠, 제 생각이니까…


사실 저랑 제 동기들이 신촌에서 죽을 뻔했던 거거든요. 아주 많이. 2004년도에 그렇게 술을 먹고 신촌거리에서 뻗어서 잤어요. 저희가 새벽에 전봇대에 기대서 잤어요, 벤치에서도 잤어요. 근데 용케 안 죽은 거예요.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신기한 거야. 왜 안 죽었지? 진짜 운이 좋게 피해간 거예요. 하늘의 도움이었어요. 한강보다는 신촌이 안전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요즘 생각하는 많은 흉악범죄들… 그거에 우연히 비켜간 거거든요.


그때는 그런 생각 없었어요. 그리고 막… 기억나요. MT 갔는데 누가 취해가지고 토해가지고 자고 있는데, 막… 토했다… 이랬는데 기도가 막혔으면 그 친구가 죽었을 수도 있어요. 다행히 잘 살고 있습니다. 변호사 돼가지고… 그런 것도 이제 많이 떠오르는 거죠. 그때 나는 굉장히 많은… 이런 게 있었구나.


그중에 하나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졸업한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나 사실 연대생 돼가지고 너무 힘들었어" 그러는 거예요. 여학생이었어요. 왜요? 저도 모르잖아요. 그런 행복한 삶을 살았던… 머리 꽃밭… 왜? 너무 좋았잖아요, 우리 신촌이. 나 술 먹고 안 죽었잖아요.


그 친구 말이 대학에 딱 왔는데, 옆에 애들이 다 명품을 들고 있었더라고요. 구두도 명품, 가방도 명품… 저는 잘 모르니싸 아무 생각 없었죠. "쟤는 패션 감각이 좋나 보다. 저렇게 들고 다니는구나." 근데 그 친구는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죠.


저도 기억이 나요. 그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중에서 취업 준비를 안 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그래서 저는 "그래, 너는 인생을 되게 여유롭게 보는구나" 전 그랬습니다. 근데 알고 봤더니 지금 이제 어떤 회사의 대표예요.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는다고…


많은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거… 저는 사실 그때 몰랐고요, 그런 거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머리 꽃밭이었고, 그거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한 감수성으로 들여다보고 자기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 친구도 있었던 거고. "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 느끼는 바가 너무 달랐구나."


부모님 이야기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더 해드리자면… 인생에서 굉장히 힘들었던 순간… 이 질문과 좀 연결될 수도 있는데, 저희 부모님은 대학을 안 나오셨어요. 그럴 수 있죠. 혹시 부모님 중에 대학에 안 나오신 분… 손… 들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있을 수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고등학교도 안 나오셨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중학교 졸업하셨고, 아버지는 초등학교 졸업하셨거든요.


제가 기억나요. 지금도… 초등학교를 제가 졸업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졸업식 날… 보통 짜장면 먹잖아요. 중식당에 앉아가지고 "세희야, 이제 네가 나보다 많이 배웠다.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저는 "알겠습니다." 그랬었던 기억이 나요.


아마 그게 힘들었다면 힘들었던 거예요. 이를테면 참고할만한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었어요. 로스쿨 가서 1학년 돼서도 주변에 물어보면 "너 이번 여름에 인턴 어디서 해?" "아빠 사무실에서." "아버지가 사무실 하시는구나. 무슨 사무실?" "로펌 하고 있어." 그렇구나… 그래서 많은 이제 멘토나 그런 어드바이저가 주변에 풍부한 친구들이 있었고, 저는 이제 그게 부족했다.


그게 근데 힘들었냐?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머리 꽃밭이었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도 굉장히 메타인지가 있어야지 가능한 일입니다. 남과 비교해서 힘든 게 찾아오거든요.


송도 캠퍼스와 맥락의 중요성


저는 맥락이라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1학년을 여기서 보낸다는 거는 굉장히 특수한 기획의 의도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기획 의도를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기획 의도에 따라서 결과가 나왔든 나오지 않았든 여러분은 영향을 받게 되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맥락이 있어야 많은 게 평가가 됩니다. 제가 정치학입문 시간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첫 시간이었거든요. 뭐가 있었냐면, 지금도 진영재 교수님이 계셔서 쓰시는지 모르겠는데 비교정치학에서의 '비교'라는 게 뭐냐라는 거를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악처다…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크산티페인가요? 그런 말 들은 적 없습니까? 처음 듣습니까? 여러분 처음 들어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소크라테스한테 그랬대요. "너의 아내가 그렇게 악처라던데 괜찮니? 고생이 많다" 했더니 소크라테스가 뭐라고 했냐면 "누구랑랑 비교해서 악처야?" 이랬다는 거예요.


결국 어떤 자기의 위치라는 건 비교를 통해서 오는 게 맞거든요. 맥락이라는 걸 파악한다는 거죠. 사실은 좀 격리된 맥락에 있잖아요. 지금 인천이라는 게 특수한 환경인데, 이게 여러분들의 인생에 어떤 임팩트를 줄 건지 기대됩니다. 저는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근데 이 실험이 벌써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잖아요. 여기 있는 학생들이 정말 한 코호트로 엄청 끈끈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뭐… 엄청 반대 현상이 나올 수도 있고… 저는 맥락을 파악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치일 수도 있고 센스일 수도 있고요.


정외과에서 얻은 것들


아무튼 그래서 저는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힘든 게 있었냐? 힘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게 로스쿨에서 도움이 됐냐? 도움이 됐습니다. 뭐에 도움이 됐을까요? 입시에 도움이 됐습니다. 입시에 엄청나게 도움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리트(LEET)를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그 지문을 읽어서 빨리 요지를 파악하고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문제들이 많거든요. 굉장히 많이 트레이닝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혹시 홉스를 읽어보셨나요? 『리바이어던』, 존 로크의 『자유론』… 그걸 읽으면서 여러분들은 많은 문해력의 향상을 가져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토론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저희 때는 토론식 수업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참여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도움 안 되는 겁니다. "좋은 주식 종목이 뭐야?" 이런 토론이 아니었거든요. "정의란 무엇일까?" 그런 거였어요. 그게 저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고…


사실 저는 로스쿨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게 뭐냐면 정외과에서 길러졌던 저의 높은 자존감이었어요. 지금은 분위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평일에 도서관 가시는 분 있나요? 손 한 번 들어주세요. 평일에 도서관 가시는 분… 하나밖에 없어요? 더 없어요? 알겠어요.


저희 때는 정말 딱 시험 전주에만 도서관을 갔거든요. 시험 전주에만 갔어요. 중앙도서관 자리를 잡고… 그랬어요. 시험 전주에만 그런 삶을 살다 보니까 성적 말고도 다른 게 되게 중요했었고, 친구들이 저를 학점으로 평가하지 않았어요.


근데 로스쿨에 갔더니 너무 재미있는 게… 성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거예요. 여러분도 혹시 주변에 가족 친지 중에 법조인이 있으면 그런 성향이 있는지 잘 보세요. 성적으로 사람을 줄 세워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그걸 당하는 줄 알았지, 로스쿨 가서 그걸 당할 줄은 처음 알았어요. 근데 또 재밌는 거… 법대 출신 애들은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제가 있던 시절에 저희 정외과는 각각의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였어요. 이를테면… 정외과에… "너 노래 잘한다, 너 최고다", "너 응원 잘한다, 너 최고다" 그런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 우리가 잘난 줄 알고 살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법대… 법대는 연대 법대 친구들이 서울대 법대 친구들한테 열등감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저희는 뭐 "세계 최고가 누구야, 하버드? 와보라 그래" 이런 게 있었어요.


공감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너무 공감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외과에서 학부를 보낸 게 저에게 지성적으로 그리고 인성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MBTI와 내향인의 이야기


저희 MBTI는… 이래 보여도 I예요. 그래가지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책 보는 거 좋아하는데, 정외과 생활하면서 외향적인 걸 많이 스킬업을 했습니다. 혹시 여기 MBTI가 I이신 분 있나요? 네… 한 절반 가까이신 것 같은데… 『콰이어트』라는 책이 있습니다. 혹시 읽어보신 분 있나요? 『콰이어트』… 내향인에 관한 책인데요, 상당히 재밌습니다.


내향인들이 자기가 내향인이지만 외향인처럼 살려고 하는 현상이 있대요. 그 이유인즉슨 매스미디어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 외향인처럼 비춰집니다. 그래서 내향인들도 "나 성공하려면 저렇게 해야 되나 보다"라고 그걸 많이 모방한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사람인데 변호사거든요. 변호사도 어때요? 성공한 변호사 보면 굉장히 커뮤니케이션 스킬 좋고, 클라이언트들이랑 협상도 잘하고, 강의도 잘하고… 이런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너무 흉내내면서 살았던 거예요.


근데 뭔가 갈증이 있었던 거죠. "나는 그렇지 않은데…" 사실은… 그래서 내향인으로서 성공하는 법을 이제 『콰이어트』라는 책으로 쓴 거고,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검사 되려다 떨어진 이야기


그래서 저는 정외과가 도움이 됐다. 첫째, 리트 시험 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로스쿨 들어가서도… 답안을… 다 어쨌든 논술을 쓰는 거잖아요. 어떤 문제를 내가 해결하는 거니까… 글쓰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해력, 토론, 글쓰기… 여러분이 가져가셔야 되면 좋을 것 같고, 그다음에 자존감… 높은 자존감… 여러분… 높은 자존감… 그리고 소셜 스킬… 활동 많이 하세요. 그거였고…


로스쿨에 가서 제가 좋았던 거는… 제가 2004년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합니다. 혹시 이런 정치사를 좀 기억하고 계신 분 계신가요? 탄핵이 있었고, 2005년도에는 광우병 반대 시위가 있었어요. 격렬했었고요. 2006년도에… 아니야… 2006년도… 기억이 잘 안 나요. 노무현 대통령이 자이툰 파병을 해가지고 또 엄청 시위가 있었어요.


저는 그 시위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광화문에… 그리고 글도 엄청 많이 썼어요. 그런 정치적인 글, 저의 입장을 설명하는 글… 저는 그때 되게 극단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입장을 정한다는 거는 애매하면 안 되거든요. 한쪽으로 확실하게 포지셔닝을 해야 입장이 됩니다.


매도할 거냐 매수할 거냐? 매도하다 말고 매수는 없죠. 그렇죠. 종목의 롱/숏 포지션 잡을 때도 한쪽으로 정해야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정치적인 입장은 그런 건데, 로스쿨에 가서 알게 됐어요. 이 사회가 그렇게 만만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판사를 신뢰하게 됐습니다. 로스쿨에 가서 검사를 신뢰하게 됐습니다. 제 와이프 검사인데요… 검사를 신뢰하게 됐습니다. 변호사도… 제일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도 신뢰를… 갖게 되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기성의 저희의 체제, 사법 시스템에 대해서 좀 신뢰하게 됐어요. 이 판결문… 보통 언론에 보도되면 어떻게 나오죠? 결론만 많이 나오잖아요. "징역 2년에 그쳐…" 판결문을 읽어보면 우리의 이성으로 그걸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면이 굉장히 있습니다. 굉장히 있어요.


근데 저는 그때 대학생 때는 분개했습니다. "어떻게 이거? 썩었다, 시스템." 막 책도 읽고… 『불멸의 신성가족』… 그런 책… "엘리트들만이 다 해먹는다" 막 이렇게 생각했었어요. 틀린 말 있냐? 뭐… 틀리지 않았을 수 있죠. 일각의 진실이죠. 일각의 진실입니다.


하지만 로스쿨에 가서 그거를 제가 직접 공부해보니까 굉장히 저라는 사람 자체가 좀 온건해졌어요.


근데 저는 로스쿨에서 검사가 되려고 했었거든요. 검사가 되려면 일단 로스쿨 2학년 때 검찰 실무수습을 들어야 되고요, 검찰 수업을 들어야 돼요. 그 강의는 실제 현직 검사가 로스쿨에 나와서 출강을 하는 강의를 하시는 거고요.


저는 또… 요즘… 스킬이 좋잖아요. 이게… 그래서 학교에 오셨던 저의 검사 교수님이랑 엄청 친해졌어요. 검사 교수님… "야, 세희야, 너 딱 봐도 검사야. 너 검사 재질이야." "저도 정의를 위해서 희생하고 싶습니다." "그래, 인마, 너 검사야. 너 꼭 와야 돼."


검사 수업 다 듣고, 1학년… 2학년 여름방학에 검찰 실무수습, 2학년 겨울방학에 검찰 실무심화실습 다 들었습니다. 3학년 때 이제 선발시험이 있었거든요. 떨어졌습니다. 그때 만난 게 저희 아내고요. 저희 아내는 이제 그 과정을 통과해가지고 검사가 되었고, 제가 그 과정에서 가장 크리티컬한 탈락의 요인으로 보는 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당연히 성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 이건 정말 명심해두세요. 여러분이 살면서 어떤 극단적인 포지션을 잡고 싶잖아요? 압도적으로 잘해야 됩니다. 여러분이 이 학교 비판하고 싶고 사회를 비판하고 싶잖아요? 압도적으로 잘해야 돼요. 무언가를… 성적이… 제가 만약 1등이었다면 제가 어떤 캐릭터, 어떤 백그라운드, 어떤 리스크를 가졌든 간에 아마 저를 뽑았을 거예요. 왜냐하면 뭔가 기대감이 들잖아요. "얘는 좀 천재과인가? 뭔가 쓸 데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저는 고만고만한 성적이었습니다. 이게 1번이고요.


2번은 검찰 심화실습 때 모의 인터뷰를 합니다. 모의 인터뷰를 해요. 현직 다른 검사님이 오셔서 인터뷰를 해요. 이것도 중요하죠… 몰랐죠… 그런 건지… 엄청 편하게 생각한 거죠. 오셨으니까… "안녕하세요, 어디서 일하세요?" 그렇구나… 이게 사실 면접이었는데… 알았죠… 알았더라면… 왜… 아버지한테… 가… 안 알려주셨을까… 선배들이…


그래서 거기서 어떤 질문이 있었냐면요, 제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근데… "학생 보니까 학부 전공이 정치학이네." "네, 정치학입니다." "뭐 배웠어?" "그래, 그럼 검사 왜 하고 싶어?" "정의를… 하고 사회의 정의를 밝히는 검사, 인권을 지키는 검사, 따뜻한 검사, 법치를 수호하는 검사 되고 싶습니다."


"알겠어.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네가 검사를 해가지고 한 10년 정도 일했어. 그래가지고 평판도 좋고 사람들도 막 칭찬하고 그래요. 근데 집권당에서 영입 제안이 왔어. 공천을 준대. 너 어떡할 거야?"


그래서 "안 하겠습니다. 검사하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편하게 얘기해봐. 무조건 나가면 당선되는 자리라니까. 해봐, 어때?"


이러셨어요. 저한테… 이제 정말… 이 워딩이 이랬어요. 그래서 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검사하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검사하겠습니다" 이랬어요. 그랬더니 "막… 알겠어, 알겠어, 알겠어. 그냥 장난으로 물어보는 거야. 네가 국회의원 돼가지고 검찰을 위해서 일할 수도 있잖아. 진짜 안 갈 거야?" 이러는데 제가 웃으면서 "그러면 한번…" 그렇게 답했더니, 엄청 웃으시더라고요. 검사님이… "그럼 그렇지…" 이러셨어요.


그때 저희 학교에 나오시던 검사 교수님이 전화 왔잖아요. "세희야, 미쳤니? 돌았니?" 이랬어요. 저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이거 두 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저는 1번이 더 컸을 것 같고요, 2번은 사실은 뭐… 그런 포지션을 잡고 싶어도 1번이 압도적이었으면… 뽑았을 것 같습니다.


판단 유보의 지혜


로스쿨 3년 동안 제가 배운 건 '판단을 유보한다'는 거예요. 결정 날 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한다. 어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갔어요. 확정판결이 왔어요. 그러면 이제 그 사람은 이제 유죄니까 확정 났으니까 범죄자니까 이제 끝난 건가요?


재심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여러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재심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우리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았죠. 재심을 통해서 그 사람들의 명예가 복권되거나 판결의 결과가 바뀐 경우가 되게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스쿨에서 알게 됐죠. 섣부른 판단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사실 제가 학부 때… 이거는 제가 존경하는, 지금도 아마 계시리라 생각하는데 김명섭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셨던 얘기인데,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은 그 사람의 관에 뚜껑에 못이 박히기 전까지 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우리는 사실은 20대, 30대의 많은 성취를 가진 사람들을 보고 훌륭하다라고 하고 계속 훌륭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어떻게 인생이 끝날지… 이제… 끝까지 가봐야 되는 거죠.


저는 사실 여기 계신 분들이 이제 시작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되게 무궁한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2004년에 저는 그걸 몰랐어요.


놓쳤던 기회들


왜… 이 한 가지 단편적인 예를 들어드리면… 조금 동의하지 않고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는데… 중학교 졸업식 날이었어요. 혹시 여기서 일반고가 아니라 특목고 졸업하신 학생도 있나요?


제 친구가 있는데, 저는 이제 영신중학교를 졸업했거든요. 바로 옆에 있는 영신고를 진학하는 건데 친구한테 "너도 영신고 가니?" 이랬더니 자기는 대구외고를 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런 학교가 있어?" 이렇게 물어봤어요. "외국어… 어디 있어?" 그 친구가 "응. 외국어고등학교야." "그래서 외국어고등학교가 있어?" 이랬거든요. "나도 갈래" 그랬더니 "아, 늦어서 못 가. 미리 신청해야 돼." 그래서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 "관심 없는 줄 알았어."


사실은 그때 그런 선택지가 있었고, 제가 대학 다닐 때 많은 저희 동기 학생들의 인기 있던 건 교환학생이었어요. 교환학생이 엄청 컸어요. 특히 UC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을 엄청 갔어요. 그때 저는 안 갔어요. 돈이 없었거든요.


근데 또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돈이 사실 큰돈이 아니거든요. 몇 개월 알바하고 좀 아끼고 빌리고 하면 갈 수 있는 금액이었거든요. 근데 그땐 그게 그렇게 아까웠고, 가지 못했을 때… 갔더라면 아마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평행우주에서… 싶어요. 그때 저는 그런 생각을 별로 못했던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다 드린 것 같습니다. 혹시 또 질문이 있으신가요?


AI 시대의 무서운 현실


AI 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여러분이 지금 열심히 공부해도 AI가 더 똑똑하다는 겁니다. 안 믿기시죠? LSAT 있잖아요. LSAT… 미국 로스쿨 입학을 위한 적성시험… 그 시험에서 AI가 여러분보다 훨씬 높은 점수 받는다니까요.


어떤 문제에서는 여러분보다 기계가 더 좋은 답을 준다. 그리고 그 문제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요. 이런 게 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못할 걸" → 더 잘해요. "아무리 그래도… 아니 아니야… 인간의 마음을 이해 못해" → 더 잘 이해하더라고요. 현실입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 생각해봐요. 인류의 대표로서 여러분 생각해봐요. 기계가 못하는 일이 무엇일까? 열심히 생각해봐주세요. 여기서 제 생각에는 기계는 아직까지는 실행을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실행가가 돼야 돼요.


그리고 여기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앉아 계시잖아요. 다 고유한… 저는 이제 제가 다 말씀드렸지만 아마 각각 인포메이셔널 미팅을 해보면 저만큼의 스토리가 다 있는 분들일 거거든요. 그 고유한 '내'가 나와야 돼요.


그리고 내가 어떤 문제에 천착하게 돼요? "이 문제가 문제인 것 같아" 사실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면 "그건 문제 아니라고" 하거든요. 거기에 대해 고유성이 있는 거예요. "왜 나는 이게 불편하지? 나는 여기서 문제점이 느껴지지?" 그걸 파보세요. 그게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정의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내야 돼요. 대학 기간 동안… 좀 짧죠. 졸업하고 5년 동안은 알아내야 돼요.


절대 하지 말 것과 꼭 할 것


절대 해서 안 되는 거… 사고 치지 마세요. 그리고 술 먹고 한강 근처에 가지 마세요. 정말 죽습니다. 죽지만 않으면… 돼요.


그리고 사고에 휘말리지 마세요. 여러분… 제가 로스쿨 3년 동안 또 배운 게 뭔지 아세요? 엄청난 형사 판례를 읽었습니다. 형사 판례의 대부분이 어떻게 시작하는지 아십니까? 밤에 술집에서 시작합니다. 밤에 술집에서 사람을 만납니다. 거기서 시작해요. 절대 하지 마세요.


자신 있으면 하세요. 아니면 안전한 데서만 하세요. 사고 치지 마시고요, 사고에 휘말리지 마세요. 의협심에 친구를 도우러… 그런 거 하지 마세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망칠 수 있는 거에 가급적이면 노출되지 마세요. 마약, 술, 도박 하지 마세요. "나 이겨낼 수 있다" 못 봤습니다.


그런 사람… 저는 마약 사건도 변호해봤습니다. 피의자 만났습니다. 피의자한테 제가… 그랬습니다. 근데… "왜 자꾸 그러세요? 가족도 있고… 끊으셔야죠." 저한테 그 피의자가 그랬습니다. "변호사님, 해봤어요? 해보고 말씀하세요"라고 했습니다. 못 끊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하는 거… 투자… 투자하세요. 주식도 좋고요, 뭐든 좋습니다. 투자하세요.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세요.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


저는 연대 오신 분들은… 전공이 정외과이신 분들은 더더군다나… 모든 분들이 리더라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리더가 뭐냐? 대통령인가요? 학생회장인가요? 저도 예전에는 리더라는 건 특정 조직을 리딩하는 조직의 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닙니다. 리더는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포지션이나 타이틀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학생회장도 하고 군대에서 간부도 했거든요. 집착했어요. 그런 타이틀을.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자리,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행동하는 사람이 리더입니다.


그리고 이제… 본인의 인생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학점… 아까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고유한 나… 박세희라는 개인이 더 중요하고요, 그 개인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죠.


출마와 창업


예전에 어느 후배님이 이런 행사에서 저한테 "로스쿨 시험 보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되죠?" 물어오면 저는 딱 두 가지 하라고 했습니다. 출마 아니면 창업.


왜냐하면 출마나 창업이 똑같은 점이 있습니다. 문제를 포착하고요, 그걸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여러분 출마한다고 해보세요. 물어보겠죠. "너 왜 출마해?" "정치인 되고 싶어서" 이러면 안 되죠. 어떤 문제를 내가 풀고 싶다는 문제의식이 명확해야 됩니다. 창업… 비즈니스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한테 돈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추천하고요, 그 여정이 성공적일 수는 없죠. 그게 성공적이라면 너무 쉬웠겠죠. 다 했겠죠, 다 성공했겠죠. 무조건 실패합니다. 여러분 그 과정을 겪어야 된다.


스타트업에서의 깨달음과 유망 직종


저는 이제 스타트업에서 창업자들이랑 같이 일하잖아요. 저희 창업자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동안 창업만 한 사람들이거든요. 나이는 거의 비슷한데 그 내공이 달라요. 그래서 엄청 많이 성장해 있다고 생각해요. 출마도 꼭 후보자로 출마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캠페인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하지만 역시 개고생을 하는 길이죠.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만나러 가세요. 여러분에게는 시간이 많잖아요. 콜드콜을 하세요. 콜드콜이 뭔지 아십니까? 소개를 받는 게 이제 웜콜이고, 아무런 맥락 없이 연락해도 많이 받아줍니다. 여러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잘 벌고 싶으면요,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 많이 해주세요. 저는 회사에서 투자자 관계 업무 하는데, IR도 하는데, IR이 사실은 하기 전에는 대단한 일 같았거든요. 똑똑해야 되고, 투자자를 설득해야 되고, 막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되고… 막상 해보니까 그냥 노가다예요. 계속 얘기하고, 자료 만들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요청 받는 거 있으면 대응하고…


한 가지 특징은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이고요. 그래서 저는 특히나 이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게 될 분들이 사람 사이의 일에서 전문가가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들의 특징은 뒤에 'R'이 붙어요. IR, PR… 저는 그런 직종이 저희랑 제일 맞다고 생각해요. AI 시대에도 유망한 직종이라고 생각해요.


20대에 집중해야 할 것


여러분 20대잖아요. 전 40대거든요. 어떻게 보낼까? 저는 20대는 내 문제를 정의하는 데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하는 시기다 생각하고요. 그걸 10대 때 하는 사람도 있어요(빌 게이츠처럼), 40대 때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20대 때 넘치는 활력과 에너지를 여기에다 전략적으로 한번 써봐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촌에서… 죄송합니다. 이 송도에서 술독에 빠져 사는 삶… 나쁘지 않습니다. 정치 운동에 빠진다, 특정 정당의 옹호자가 됐다… 나쁘지 않습니다. 창업, 출마… 나쁘지 않고, 로스쿨…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그때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고, 지금 이 나이가 되고 여러분을 바라보는 입장은 다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다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조언들


로스쿨 가고 싶으신 분… 제가 말씀드립니다. 학점 관리 잘하세요. 리트 잘 보세요. 면접 준비 잘하세요. 로스쿨 가서는 시험 준비 잘하세요.


하지만 명백히 매년 지원자가 늘고 있죠. 저는 운이 좋았죠. 저는 2만 번이거든요. 제 변호사 등록번호가 2만 번 대인데, 지금 아마 3만 5천 명… 그리고 월 평균 수임 건수가 줄어들고 있죠.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호사 하고 싶으십니까? 법률 시장 매출 규모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극화가 되고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잘 버는 사람은 더 잘 벌고, 못 버는 사람은 더 못 벌고… 변호사 왜 되고 싶냐? 이게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아닙니다. 돈 많이 벌고 싶으면요. 여러분 사업하세요. 지금 뭐라도 나가서 파세요. 어려운 사람 돕고 싶어서? 변호사 안 돼도 도울 수 있습니다. 변호사 된 사람 중에 어려운 사람 돕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되고 싶어서? 그거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듭니다. 여러분의 가장 한정된 리소스죠.


AI와 블레클리 파크


이 사진이 영국에 있는 런던 근처에 있는 블레클리 파크예요. 왜 얘기를 하냐면 영국에서 최근에 AI 서밋을 했어요. 근데 장소가 코엑스 같은 데가 아니라 여기였어요. 블레클리 파크… 혹시 블레클리 파크가 뭔지 아시는 분? 2차 대전 때… 누구죠? 암호해독 하는 사람… 컴퓨터를 처음 만들었다는 사람… 누구였죠? 튜링의 연구소가 있었고, 그 암호 해독 연구소가 여기 있었어요.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영국이 AI 서밋을 하면서 사실 인공지능의 종주국은 우리야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딥마인드도 영국에 있죠.


조선의 청년들처럼


혹시 저에게 3분만 더 주실 수 있습니까?


여러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혹시 읽어보신 분… (한 분이 손을 듬) 그럼 나중에 후배님이 책임지고 친구들에게 설명해주세요. 알았죠? 저 이 책 읽고 충격받았어요. 이걸 읽고 진짜 충격받았어요. 여러분 꼭꼭꼭 읽어야 되고, 꼭꼭꼭 전파해주세요. 책임지고… 이거 다 읽어야 돼요.


사실은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책의 핵심이 이겁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를 했을 때, 조선의 청년들이 이 아인슈타인이란 사람을 조선으로 초빙하려고 엄청 노력했다는 거예요. 어떻게 느껴지세요? 너무 남 얘기 같지 않아요? 근데 조선의 청년들은 그런 시대적 화두를 붙들고 살았다는 거예요. 당시에 가장 잘나가던 이론이었거든요.


이게 저는 여러분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선배들처럼.


마무리


여러분 이제… 대학까지 왔잖아요. 그러면 이제 핑계 대면 안 됩니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안 된다"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돼요. 여러분의 지성이든, 가족의 후원이든, 여러분의 노력이든, 운이든… 어쨌든 그것들이 여러분을 이 자리에 오게 했고, 그러면 여러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을 바꿔라 이런 거 아니고요. 그냥 행복하게 사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여러분이 로스쿨 지원할 때 되면 그 제도가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변호사를 몇 명 뽑을지도 몰라요. AI 때문에 계속 빠르게 바뀔 거예요. 더 빠르게 바뀔 거예요.


AI의 발전 보세요. 엄청 빨랐습니다. 엄청 빨랐죠. 눈 뜨고 감는 사이에 바뀌어져 있습니다. AI가 변호사 다 없앨 거냐? 모르겠어요. 아무튼 계속 변할 거에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죠. 출마 아니면 창업. 여러분… 출마 아니면 창업… 창업은 진짜 좋은 길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개고생하고 엄청 많이 배우거든요.


본인의 인생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학점… 아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고유한 나라는 개인을 찾는 프로젝트가 더 중요하고요. 그 개인을 찾는 프로젝트를 이제 시작해보시죠.


이상입니다. 오늘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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