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냔 말인가에 대하여
브리즈번에 와서 커피를 좀 마셨다. 낯선 동네에 갈 일이 생기면 구글 지도를 켜고 카페부터 찾았다. 별점이 4.5/5 이상인 카페를 발견하면 굳이 가서 꼭 한 잔은 마셨다. 호주 커피가 맛있단 소리를 한국에서부터 정말 많이 들었고, 그게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솔직히 맛은 잘 모르겠다. 가게마다 편차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도 잘 하는 카페가 많고, 호주에도 못하는 카페가 있겠지. 내가 겪은 한국 카페와 호주 카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맛이 아니다. 영업시간이다. 호주 카페는 일찍 닫는다.
내가 이 동네에 와서 가장 좋아하게 된 카페는 심지어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
인건비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호주는 야간, 주말 근무에 페널티 레이트를 얹어 시급이 최저임금의 두 배 가까이 뛰니 저녁 장사는 수익이 안 난다는 것.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이유라면 오후 다섯 시까지는 열어야 한다. 하필 두 시인 이유가 없다.
참고로 호주의 국가최저임금(National Minimum Wage)은 2025년 7월 1일부터 시간당 AUD 24.95 로 적용된다. 시간당 10,320원의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내가 있는 동네가 도심(CBD)이 아니라서? 그것도 맞다. 오후가 되면 손님이 줄긴 한다. 그런데 손님은 왜 이 시간에 사라지는가. 그 생각을 하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 다니는 학교가 오후 3시에 마친다.
이 아이들을 픽업하러 학부모/보호자들이 학교로 모이기 시작하는 건 오후 두 시 삼십 분 부터. 그러니까 내가 자주 찾는 동네 카페가 오후 두 시에 닫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호주에는 오후에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먹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손님이 사라지니 카페가 닫힌다. 여기까지는 단순하다.
그런데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어떨까?
호주 카페의 압도적 다수는 오너가 직접 카운터에 서는 소규모 구조라고 한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직원 한두 명짜리 동네 카페가 대부분이고, 오너가 빠지면 카페가 안 돌아간다. 그 오너도 학부모라면 두 시는 그냥 퇴근 시간이다. 자녀가 있는 호주 가정의 70%가 맞벌이라는 조사가 있다. 이걸 생각하면 이 가설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호주의 해는 한국보다 일찍 뜬다.
호주의 카페는 이른 아침 장사가 메인인 업종이다. 오전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열고, 출근길 손님을 받고, 점심 무렵 한 번 더 피크를 맞는다. 이 흐름을 알고 카페를 차린 사람이라면, 두 시에 문을 닫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된 일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주 사회를 더 깊이 자세히 알고 있는 분이 혹시 이 글을 읽으신다면 내 궁금증을 풀어주시면 좋겠다. 댓글창은 환히 열려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