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개발자 인턴하며 영어로 일하기
지난 1월 15일에 핀란드에서의 두 번째 인턴쉽을 시작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도, 두 번째 회사에서도 업무상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의사소통이다. 특히 지난주에 있었던 국제 개발자 미팅은 나 스스로 자신감과 개발자로서의 적성, 능력을 한참 의심하고 좌절한 시간이기도 했다.
국제 개발자 미팅은 2주에 한 번꼴로 이뤄지는 정기 미팅이다. 나 포함 개발자 인턴 2명, 핀란드 시니어 개발자 2명, 미국 시니어 개발자 2명이 sprint기간 동안 수행했던 업무를 소개한 뒤에 Q&A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온보딩(on boarding)이 끝나고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업무는 간단한 스타일링 디버그였다. 정말 쉬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서없는 소개와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첫 번째 발표를 엉망으로 마무리했다. 발표가 끝나고 미팅 녹화 영상으로 내가 발표한 부분을 다시 확인해 봤는데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날의 충격 때문인지 평소 잘 하던 로컬 미팅에서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뭐 하나 제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절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 여정을 생각하면 포기라는 말은 입 밖으로 잘 안 나오게 된다ㅎㅎ 그래도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했던 건 학업에서도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영어 소통 경험이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있었던 미팅들을 복기하며 리스닝과 스피킹이 안되었던 이유를 정리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과 팀원이나 라인매니저에게 도움을 부탁해야 할 영역으로 나누었다.
일단 내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advanced 레벨로의 실력 향상이다. 내 영어의 스피킹과 리스닝이 심리 상태와 환경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는 건 내 영어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운전으로 따지자면 내가 자주 오가는 동네는 별 문제없지만 새로운 도시나 고속도로에 나가면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상황과 같다고 할까. 일 하면서의 마음가짐도 많이 바꾸기로 했다. 나는 일 하나를 시작하면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 스타일이다. 업무에서 만큼은 작은 실수 하나 하지 않고 모두 잘 해내려고 항상 긴장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긴장하게 되면 평소에 쉽게 해내는 일도 서툴러지기 쉽다.
팀원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라인매니저와의 1대 1 미팅을 통해 공유했다. 아직 나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문제 원인으로 가정하는 부분은 1. 프로젝트 아키텍처 이해 부족, 2. 우리 팀의 사업 영역 이해 부족, 3. 심리적 부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1, 2번 문제를 위해 데브옵스 개발자와 바로 다음 날부터 교육 시간을 갖기로 했다. 팀 리드에게도 공유가 되었는지 나와 이야기할 때는 천천히 말해준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또다시 1주일이 지나갔다. 영어 실력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상하리만치 전혀 들리지 않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식은땀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어렵거나 불편한 일이 있으면 그냥 주로 참았던 것 같다. 무덤덤하게 힘든 일은 참고 넘어가는 게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핀란드에서 첫 번째 인턴쉽을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으니 나도, 회사도 손해라는 걸 경험하고 나서는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고민 없이 말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잘하고 있는 척 어려움을 감추는 것보다 어려우면 어렵다고 말한다는 게 나에겐 용기가 더욱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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